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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904 vote 0 2016.12.21 (18:42:07)


    스승과 제자 사이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와 전수자 관계가 아니다. 본질은 권력이다. 공자는 권력을 만든 사람이다. 권력은 태초부터 있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 권력이 만들어진다. 의사결정권이다. 자식은 부모에 종속된다. 그러나 이 수법으로는 많아봤자 10여 명을 통제할 뿐이다.


    100여 명을 통제하려면 모계사회 여자족장의 주술을 써야 한다. 술법과 저주로 부족을 통제할 수 있다. 남자는 전쟁이나 좋아하다가 40살이 넘기 전에 죽어버리는게 보통이므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방법할매의 술법을 전수받지 못한다. 어느 시점에 종교가 출현하여 대집단이 만들어졌다. 


    대규모 종교행사를 위해 곡물을 비축할 필요가 생겨 농경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유재산이 생겨나 부계사회로 넘어온 것이다. 정치권력의 등장이다. 종교권력이 먼저 나오고, 이념권력 곧 지식권력이 뒤따랐으며, 정치권력이 그 이후에 나왔다. 경제권력이 뒤를 잇고 문화권력이 마지막이다. 


    공자는 지식이 곧 권력임을 간파하고 그 권력으로 왕을 제압하려고 했다. 맹자의 대에 이르러서는 왕을 부릴 정도가 되었다. 진시황이 다 망쳐놓았지만 말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그 권력을 탐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권력을 혐오한다. 왜냐하면 권력자가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권력은 해체되나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단계로 이전될 뿐이다. 권력은 모습을 바꾸어 다시 나타난다. 종교권력을 해체하여 지식권력을 형성하고, 지식권력을 해체하여 정치권력을 창출하고, 정치권력을 해체하여 경제권력으로 대체하고, 경제권력을 해체하면 최후에 문화권력이 들어선다. 


    그 다음은? 더 없다. 문화는 만인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문화권력은 쌍방성이 성립하므로 특별하다. 모든 문화는 만남의 문화이며 만남은 결코 일방적일 수 없다. 종교, 지식, 정치, 경제는 일방적이다. 종교의 신은 일방적이다. 지식도 일방적이다. 종교권력은 정확히 말하면 환경의 지배다. 


    예컨대 피부색이 검게 태어났다면 그것은 자연환경이 일방적으로 인간의 피부를 태워 검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신에게 따져봤자 답은 없다. 지식권력도 일방적이다. 구조론은 맞는 말이므로 시비하면 안 된다. 그러나 만남은 언제라도 상대성의 영역에 있다. 우주 안에 일방적인 만남은 없다. 


    부부의 만남이 그러하다. 일방적인 결혼이라면 결혼이 아니라 납치다. 일방적인 사랑이면 짝사랑이다.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문단 내 성폭행’ 이런 것도 있지만 그것은 문화권력이 아니라 문화집단 내부의 정치권력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아부해야 작품이 팔린다. 문화권력의 쌍방성이다. 


    함부로 독자를 야단치는 작가는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짤린다. 그러나 나는 독자에게 대놓고 야단친다. 독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왜? 나는 쌍방향 문화권력이 아니라 일방향 지식권력을 쓰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자의 오만과 겸손을 동시에 목도한다. 공자의 오만은 지식권력의 오만이다. 


    공자의 겸손은 문화권력의 겸손이다. 지식은 오만하고 문화는 겸손하다. 임금도 신하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 문화다. 왜? 소통해야 하니까. 숙이지 않으면? 소통하지 못한다. 박근혜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다. 그 결과는? 보시다시피 박근혜 짤렸다. 


    짤리지 않으려면 임금이라도 복종해야 한다. 매화틀에 응가한 다음에는 고개를 숙여야 시녀가 닦아준다. 그 상황에서도 시녀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운 왕도 있었다. 시녀가 옷을 입히면서 ‘마마 돌아서소서.’ 하니 니가 뒤로 돌아가면 되는데 왜 날더러 돌아서라 하느냐 화낸 임금도 있다. 


    어쨌든 시녀가 옷을 다 입혀줄때까지 한참을 꼼짝없이 서 있어야 하는데 그게 고역이었던지 옷을 갈아입지 않겠다고 버틴 왕세자가 많았다. 옷 안갈아입기로 유명한 사도세자가 대표적이다. 임금이라도 치료를 받으려면 의사에게 복종해야 한다. 어쩔 도리 없다. 이 순간에 모두는 공평해진다. 


    우리는 이 방법으로 만인에게 권력을 분배할 수 있다. 돈의 분배는 중요하지 않다. 존엄의 분배, 자유의 분배, 사랑의 분배, 성취의 분배, 행복의 분배가 중요하다. 정치권력은 모두에게 분배할 수 없다. 어차피 반장과 부반장이 먹는다. 어쨌든 권력분배에 성공하는 자가 대통령이 된다. 


    전제군주든 봉건제든 민주주의든 시대환경에 맞는 권력분배의 시스템을 만든 자가 먹는다. 잘 분배하려면 종교권력, 지식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 문화권력을 고루 생산해야 한다. 먹고 살게 돈만 나눠주면 된다거나, 정치권력만 휘두른다거나 하면 망한다. 존엄을 분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주의가 평등하게 분배할수록 국민의 불만은 높아진다.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같은 탈북자 중에 누구는 대접받고 누구는 차별받고 하면서 형평성 따지다가 볼일 다 보는 거다. 하나의 기준으로 평등할수록 불만은 높아진다. 해결책은 권력의 다양화다.


    답은 호응이다. 부름에 답하는 것이다. 종교, 지식, 정치, 경제를 거쳐 최종적으로 문화가 응답한다.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문명이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이다. 단 종교와 지식과 정치와 경제를 단계적으로 거쳐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바로 문화로 가면 양반이 먹고놀기만 했던 조선왕조 된다.


    인류의 최종적인 답은 문화이고, 문화는 먹고 노는 것이고, 그러므로 양반은 먹고 놀 궁리만 한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 시대, AI시대가 되면 결국 전 인류가 먹고 놀게 된다. 모두 실업자가 된다. 일자리는 로봇이 가져간다. 문화가 아니면 인류는 살 수 없게 된다. 그 부름에 호응해야 한다.


    종교권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확하게는 환경권력 혹은 자연권력이다. 생물학적 부자관계는 자연권력이다. 자연권력이 가장 위에 있으며 그 다음이 지식권력이다. 지식이 자연에 대항하는 것이다. 정치권력은 사람 숫자가 받쳐줘야 한다. 무인도에 두 명이 있다면 정치권력은 없는 거다.


    최소 세 사람이 있어야 정치권력이 작동한다. 두 사람이 합의해서 한 명을 지배한다. 경제권력은 시간이 지나야 한다. 돈이 모이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권력은 어떤 만남의 장에서 성립한다. 헤어지면 남남이다. 권력은 사라진다. 이혼하면 끝이다. 서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본질은 인간이 어떻게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가다. 답은 공자의 인지의신예다. 그 통제의 지점은 호응이다. 부르는 목소리가 있고 응답하는 사람이 있으며 둘 사이에 일치가 요구된다. 그리고 인간은 거기에 NO를 구사한다. 인간은 무조건 NO를 하게 되어 있다. 이중의 역설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너무 일치하면 권력은 작동하지 않는다. 먼저 불일치를 확인하고 일치로 나아가는 방법으로 둘은 서로의 몸에서 호르몬을 끌어낸다. 문화는 예다. 예는 불일치를 확보하고 일치를 유도하는 것이다. 너와 나는 일단 일치하지 않는다. 타자다. 반드시 타자성을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정리하자. 환경이 인간을 호출했다. 그것은 권력이다. 권력을 복제한다. 지식으로, 정치로, 경제로 복제된다. 최후에 인간의 응답은 만남이다. 문화는 만나는 방식이다. 인간은 만남의 방법으로 환경과 맞선다. 부름에 응답한다. 종교인이 보면 신의 부름이요 과학자가 보면 진리의 부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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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들이 돈의 분배만 강조하는 것은 지식인이 대중을 등쳐먹기 위해 속이는 것입니다. 대중이 생산의 분배에 매달릴수록 지식인은 권력을 틀어쥐게 됩니다. 예가 아니면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불만을 가질수밖에 없습니다. 의식이 족하면 예절을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에는 예로 부자들을 통제해야 합니다. 돈 가지고 사람을 괄시하는 새뀌들은 조직적으로 왕따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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