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루한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과 으리한 친일파 후손의 거택을 대비한 사진을 갖고 독립운동가를 조롱한 윤서인의 망언이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 사진에 나오는 친일파 후손은 거물친일파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 회장으로 알려졌다.
이우영 회장은 나와 긴 악연이 있는데, 나는 2010년경부터 이우영 회장 소유의 친일재산(시가 약 300억원 상당 부동산)을 국고에 환수하는 재판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에 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친일파 후손들이 물려받은 재산(친일재산)은 국가가 몰수할 수 있게 되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친일재산들은 거의 대부분 처분, 은닉되고 빼돌려졌지만, 특이한 사정으로 거물친일파 이해승 소유의 수백억원 상당의 부동산은 온전히 발견되어 전부 국가환수처분이 내려졌다.
친일재산 환수처분이 내려지면, 친일파 후손들은 대개 위 환수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지만 거의 99% 패소했는데,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2010년경 2심과 대법원에서 석연치 않게 승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져서 큰 논란이 있었다.
그 후로 위 이우영 회장의 친일재산을 국고에 환수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소송들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2019. 3월 나는 서울고법 항소심 법정에서 광복회를 대리하여 국가를 위해 아래와 같은 최종 구두변론을 했다.
"반민족규명법에 의해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공식 발표한 자들은 기실은 외세와 야합해서 조국과 동족을 해친 “반역자”들입니다. 피고의 조부인 이해승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반역자로서 1948년 반민특위가 출범한 직후에 체포되었다가 친일파의 반격으로 반민특위가 해체됨으로써 구사일상으로 풀려났던 자입니다.
외세와 합세하여 조국을 배반하고 동족을 해친 자는 다시는 그런 해악을 끼치지 못하도록 신속하고 영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문명국가의 기본원칙입니다. 우리나라도 위와 같은 원칙이 관철되었다면 이해승은 해방 직후에 전재산을 몰수당하고 사형에 처해졌을 것임이 불을 보듯 분명합니다.
이해승의 후손인 피고는 구차하게도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이 이해승의 친일행각과 무관한 것이라는 변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무려 35년 동안 “친일파 수괴”를 자처할 정도로 극단적인 반역행각을 일삼으며 일제로부터 온갖 이권과 특혜 그리고 권력의 비호를 받아 치부한 이해승의 막대한 재산 중 친일과 무관한 재산을 구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고, 그렇게 구분해야 할 특단의 사정도 없습니다.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수없이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일제에 맞서 항거하다가 목숨을 잃고 멸문지화를 당하였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 나라의 민중들이 일제에게 재산과 신체를 수탈당하였으나, 이러한 국가의 암흑기를 이해승같은 반역자들은 막대한 부귀와 권세를 누리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반면, 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생명과 재산을 모두 바친 수많은 독립운동가 애국자들의 후손들은 해방 후 7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온전히 교육조차 받지 못하여 남루하고 빈곤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후손들 중 누구도 독립운동에 몸 바친 선조들이나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은 나라를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애국자,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일제강점기에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부와 권세를 누리던 반역자들이 해방 후에도 여전히 호의호식하며 오히려 더욱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심지어 애국자들이 목숨을 던져가며 되찾은 이 나라의 사법부가 이 나라를 외적에게 팔아넘기려했던 반역자 후손들의 편이 되어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볼 때입니다.
법질서와 사법부도 국가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국가의 정의를 세우는 사법부가 그 국가를 외적에게 팔아치우고 망하게 했던 자들이 강변하는 억울함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농하는 교활한 말장난에 현혹되어 그들의 손을 들어줄 수 있었는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울분이 치밀어 올라 돌바닥에 머리라도 짓찧고 싶은 심정입니다.
2010. 5월말 이해승 재산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국가귀속결정 취소판결과 같은 해 10월경 대법원의 심리불속행결정은 한 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판결이었습니다.
그때 사법부가 온전한 법리와 건전한 상식에 따라 법과 정의의 원칙에 충실하게 판결을 내렸다면, 지난 수년 동안 수많은 국민들이 재심을 요구하며 정부와 사법부를 규탄하고, 국회가 헛되어 역량을 소모하면서 법 개정을 하고, 재차 이 사건 재판을 하는 통탄스러운 사회적 물의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건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선고되든, 대표적인 반역자 이해승에 대한 단죄는 반드시 내려지게 될 것입니다. 사법부가 국가와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주지 못한다면 국민이 끝까지 요구하여 국회와 정부를 통해 그 정의를 실현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정의를 세우는 일은 사법부의 신성한 사명입니다. 모쪼록 이번만은 국가의 독립과 존속을 위해 사법부가 마땅히 선언해야 하는 준엄한 역사의 정의를 부디 외면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무려 3차례나 판결선고를 연기할 정도로 고심하다가 결국 또 다시 친일파 후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