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제를 좁혀 생각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래야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팔레스타인 영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천만에. 십자군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은 아랍세계의 일부다. 아랍은 이슬람 세계의 일부다. 팔레스타인 민족은 없다. 영국이 오스만제국을 엿먹이려고 부족을 갈라서 없는 민족을 만들어냈다. 석유를 빼앗으려는 잔머리다. 영국 국내의 유대인을 추방하려고 이스라엘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왜? 팔레스타인은 이길 생각이 없으니까. 전쟁은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다. 인도인의 언어를 빌면 다르마Dharma다. 집단 속에서 역할이 주어지면 승부와 무관하게, 목적과 무관하게, 결과를 신경쓰지 않고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뭐든 잘못된 것은 편하게 유교 탓으로 돌리지만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유교는 동아시아인에게 잘 맞는 옷이다. 유교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질에 유교가 맞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한국에 오면 한국화 된다. 주술을 일삼는 무속 기독교, 유교 기독교로 변질된다. 인도가 그렇게 된 것이 카스트 때문이랴? 어떤 종교든 인도에만 가면 힌두화 된다. 힌두화 된 기독교, 힌두화 된 불교, 힌두화 된 이슬람교다. 실체를 종잡을 수 없는 힌두이즘에 동화된다. 심지어 인도의 유대인 공동체도 힌두화 되었다고 한다. 중국에 가면 중국화 되고, 아랍에 가면 아랍화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뭐뭐 때문이다 하고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탓하기 행동도 한국화 된, 중국화 된, 인도화 된 결과다. 근본에서 틀어진 잘못은 근본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되도록 문제의 범위를 좁히려 하는 것은 본에서 틀어진 것을 말에서 수습하는 눈가림 행동이다. 김건희 사태가 그렇다. 좁혀서 생각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윤석열이 수사방해를 할수록 김건희 개인 문제가 아니라 검사집단 모두의 문제로 확장된다. 전 국민의 김건희 놀려먹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하야든 탄핵이든 정해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길로 간다.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고 에너지는 보존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중간 경로를 바꿀 수는 있으나 결말을 바꿀 수 없다. 미국이 베트콩과 싸우나, 이스라엘이 신와르와 싸우나, 윤석열이 민심과 싸우나 패턴은 같은 것이다. 출구전략은 없다. 보통 작게 망할 것은 크게 망한다. 작게 망하는 것은 개인의 창피함이지만 크게 망하면 보수진영의 창피함이기 때문이다. 다 같이 망신당하면 고통분담이다. 보통은 그렇게 간다. 히틀러 혼자 죽어서 해결할 것을 700만 독일인이 죽어 해결한다. 모택동 혼자 반성할 문제를 13억 인민이 반성하게 만든게 문화혁명이다. 전두환 혼자 욕먹고 끝낼 일을 보수세력 전체가 욕먹게 만든다. 세상이 굴러가는 법칙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윤석열 혼자 물러나면 되는 문제를 5천만 한국인이 반성하게 만들었다. |
윤석열은 결국 인간사 하나의 장기말이고, 그 장기말이 국민 전체를 움직이도록 트리거 역할을 하며 장렬하게 산화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