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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20 vote 0 2024.08.28 (17:08:25)

    우리가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본질을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군과 프로이센군이 격돌했을 때 프로이센군 지휘관은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군이 넓은 들판에 흩어져서 각자 공격해오고 있다. 이런 전투 처음이야!


    나폴레옹 시절 프랑스군에는 산병이 있어서 일제사격 없이 흩어져서 각자 엄폐물 뒤에 숨어서 쏜다. 프로이센군은 산개하면 모두 도망치는데? 프랑스군이 훈련을 엄청 빡세게 했구나. 아니다. 사병의 주적은 간부다. 이게 본질이다. 프랑스군은 사병이 간부다. 


    귀족 출신 장교와 사병 출신 장교의 차이다. 훈련만 가지고는 안 되는게 있다. 신분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왕자, 나폴레옹은 하급귀족, 징기스칸은 카불칸의 손자, 곽거병은 황제의 조카다. 항우도 귀족 자제인데 나라가 망해서 평민이 된 경우다. 


    신분문제는 훈련만 가지고 안 된다. 타고나야 한다. 방시혁과 민희진 사이에도 그런 신분장벽이 있다. 사업가와 예술가는 사고방식이 달라 대화가 안 된다. 프로이센군은 장교와 병사가 대화를 못한다. 열심히 대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 천만에. 주적인데 뭔 대화? 


    언론은 걸핏하면 소통이 어쩌고 하지만 개소리다. 대화는 원래 안 된다. 백날 해봐라 되는가? 한동훈과 이재명이 대화한다고? 장난하냐? 인간과 비인간은 원래 대화하는게 아니다. 무조건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되는게 있다. 봉건제도가 만들어지는게 이유가 있다.


    정복왕 윌리엄은 불과 1만의 병사로 쉽게 영국을 먹었다. 헤이스팅스 전투를 살펴보면 사슬갑옷을 입고 도끼를 휘두르는 바이킹 출신 영국군이 단연 우세했다. 윌리엄의 노르만군도 원래는 바이킹 출신이지만 당시 기독교로 개종하고 프랑스화 되어서 약해졌다.


    그리스군의 팔랑크스 방진은 천하무적이다. 팔랑크스 대형을 평지에서 회전으로 이길 수 있는 전술은 없다. 그래도 로마군은 이겼다. 중세 게르만의 중갑병도 천하무적이었다. 유럽 군대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깨뜨릴 수단은 전혀 없다. 그런데 몽골군은 이겼다. 


    당나라군의 방진을 깰 수 있는 전술은 없다. 그래도 고구려와 신라는 이겼다. 실제로는 이긴게 아니다. 로마군은 그리스군을 돌밭으로 유인해 속임수로 이겼고, 몽골군은 만구다이로 유인해서 속임수로 이겼고, 고구려와 신라군은 산성으로 유인해 이겼다. 


    대등한 숫자가 평지에서 회전을 벌여서는 모든 싸움에서 다 졌다. 무조건 진다. 고구려와 신라는 회전에서 당나라를 이긴 적이 없다. 습격하거나 산성에서 막은 것이다. 이론적으로 무조건 이기는 절대군대도 있고, 그것을 깨는 절대전술도 있고, 절대방어도 있다. 


    1. 그리스군은 무적이다.
    2. 로마군은 지형을 이용해 그리스를 이긴다.
    3. 한니발은 망치와 모루 전술로 로마를 이긴다.
    4. 스키피오는 한니발 전술을 역이용해 기병 쪽수로 카르타고를 이긴다.


   우리는 막연히 용감히 싸우자. 열심히 해보자. 뛰어난 지휘관에게 기대해보자. 이러지만 그거 다 개소리다. 노력타령은 넌센스다. 정신력은 필요없고 전쟁은 무조건 이기거나 무조건 진다. 정치판에 대입하면 구도가 거의 결정한다. 싸우기 전에 승패가 정해진다. 

   

    프랑스화된 바이킹 윌리엄은 영국의 토종 바이킹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겼다. 기병을 이용한 거짓 패배와 후퇴 유인전술을 사용했다. 윌리엄이 죽었다고 전장에 소문이 퍼지자 영국군이 방진을 깨고 서둘러 돌격했는데 노르만군의 기병이 덥쳐온 것이다.


    노르만군이 궁수와 보병과 기병을 두루 사용한데 비해 보병 밖에 없는 영국군이 불리하다. 그러나 바이킹의 방패벽은 견고해서 절대 뚫을 수 없다. 만약 프랑스에서 같은 전투가 벌어졌다면 영국군이 무조건 이겼다. 백년전쟁 동안 영국이 계속 이긴 것이 그렇다.


    왜? 궁병과 보병과 기병은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병은 귀족이고, 보병은 평민이고, 궁병은 제네바 용병들이다. 잡종군대가 평민위주로 구성된 강철대오 영국군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로마가 그리스를 이긴 것을 보면 평민위주의 군대가 오히려 불리하다.


    1. 그리스, 바이킹, 나폴레옹, 당나라 방진은 평민 군대다.

    2. 평민 군대는 강철대오를 만들지만 지형을 이용하여 깰 수 있다.
    3. 궁병, 보병, 기병 합동전술은 지형효과를 만들어 강철대오를 깬다.
    4. 궁병, 보병, 기병 합동전술이 자국 영토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5. 적지에서 싸우면 제병 합동전술이 효과를 낼 수 있다.


    전술의 꽃은 제병합동이다. 간단하다. 전쟁은 무조건 강철대오가 이긴다. 강철대오를 깨는 것은 지형지물이다. 지형지물이 없으면 제병합동이 지형지물 효과를 낸다. 제병합동은 적국에서 잘 먹힌다. 자국에서 전투를 하면 평민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의 혁명과 잔다르크의 종교는 자국에서 적지효과를 낸다. 나폴레옹과 잔다르크는 강철대오 프로이센군과 강철군대 영국군을 상대로 자국에서는 매번 실패한 제병합동으로 이겼다. 프랑스군이 백년전쟁에서 영국군에게 진 것이 다 제병합동 실패로 졌다. 


    기병.. 저 돈 받고 싸우는 이탈리아 궁병놈들 때문에 못해먹겠다.

    궁병.. 저 무식한 귀족 기병놈들 봐라. 진흙탕에 그냥 돌격하는게 어딨냐?


    같은편끼리 신분이 달라서 제병합동이 망한다. 나폴레옹은 혁명을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제는 사병 출신이 장교가 된다. 귀족이 아닌 동료의 지휘를 받는다. 흩어져도 도망을 가지 않고 잘 싸운다. 여기서 신분문제의 변증법적 전개를 알아채야 한다. 


    1. 같은 신분의 병사가 강철대오를 이루면 무적이다.

    2.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강철대오도 쉽게 무력화 된다.

    3. 제병합동은 강철대오를 깨지만 신분 차이가 약점이다.

    4. 신분문제를 해결한 나폴레옹, 징기스칸 제병합동이 최종보스다.

    5. 적지에서 싸우면 평민이 도망치지 않아서 제병합동이 잘 된다. 

    

    같은 신분의 강철대오 > 다른 신분의 제병합동 > 같은 신분의 제병합동


    잔다르크는 종교로, 나폴레옹은 혁명으로, 징기스칸은 전리품의 분배로 강철대오 + 제병합동을 만들어낸 것이다. 적절히 역할을 나누면서도 필요한 때 강한 응집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제병합동이라면 사회주의는 강철대오다. 그러므로 승부는 뻔하다. 


    전쟁의 꽃은 제병합동이고, 제병합동의 약점은 신분 차이이며, 신분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므로 정신력의 강조나 노력타령으로 되는게 아니다. 유럽에 출동한 러시아군은 특이하다. 어떨 때는 완전 개판이고 어떨 때는 천하무적이 되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서구의 역사가는 러시아군의 정체가 뭔지 종잡을 수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군기가 엉망인데 공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대오가 무너져서 일제히 도주한다. 추격하면 산꼭대기에 모여들어 반격해온다. 왜 개판이고 왜 갑자기 강해졌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잖아.


    러시아군은 멀리 원정을 와서 적지에서 싸우므로 흩어져도 다시 모여들었던 것이다. 몽골군의 만구다이를 배워 왔다. 보통은 한 번 흩어지면 전군붕괴 대학살 전멸로 간다. 코사크 기병대는 순식간에 괴멸되고 순식간에 다시 모여든다. 이런 군대를 어떻게 이겨?


    막연히 지휘관이 뛰어나다거나, 훈련이 잘 되어 있다거나, 무기가 우수하다거나 하는건 다 개소리고 더 근본적인 한 가지 요인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본질이 있다. 우리는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접근한다. 전쟁의 본질을 보지 않는다.


    권율장군은 이순신장군이 준 화포 덕분에 행주에서 이겼다. 이것은 강과 약의 차이가 아니라 무와 유의 차이다. 잔다르크에게는 무언가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일본은 조총이 있었고, 한국은 많은 산성이 있었고, 당나라 군대는 강력한 방진이 있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은 신분상승이 있었다. 다른 나라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한니발에게는 망치와 모루 전술이 있었다. 대부분 무와 유의 절대적인 차이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데 대개는 강과 약의 상대적인 차이로 승부가 결정된다고 믿는다.


    모든 승리한 지휘관들은 적군에게는 없는 무언가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대등한 상태에서 열심히 싸워서, 잘 지휘해서, 용감해서 어쩌고 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우리는 편하게 사람 탓을 하지만 무와 유의 차이는 사람이 어쩔 수 없다. 본질은 항상 따로 있다.


    노력해도 안 되고, 용감해도 안 되고, 뛰어나도 안 되는게 있다. 본질로 말해야 한다. 이순신처럼 뛰어난 영웅은 무에서 유를 만들지만 이는 예외적이다. 때로는 사람이 그 무언가가 된다. 권율이 행주에서 이긴건 이순신 덕, 이치에서 이긴건 황진장군 덕분이다. 


    운전기사와 승객의 차이는 무와 유의 차이다. 면허증 있는 사람과 면허증 없는 사람의 차이다. 왕과, 장군과, 장교와, 부사관과, 사병을 다 겪어봐야 하는 이유는 그게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무와 유의 차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왕은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다.


    사병이 잘한다고 장군 되는건 아니다. 장군은 친구가 장군인 것이 사병과 다르다. 장군을 동원할 수 없는 장군은 아무리 뛰어나도 진짜 장군이 아니다. 노무현이 죽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방시혁과 민희진 사이에도 신분의 장벽이 있다. 유로 무를 이겨야 진짜다.


    사회주의 강철대오가 자본주의 제병합동을 못 이기지만 어설픈 제병합동은 강철대오에 진다. 적이 아군의 약한 고리만 공격하기 때문이다. 최강은 자본주의 + 사회주의다. 선제공격하고 적지에서 싸워야 한다. 진보가 공격이고 보수가 방어면 승부는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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