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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47 vote 0 2024.12.17 (14:47:12)

    세상은 대칭이면서 비대칭이다. 문제는 비대칭성의 은폐다. 온도와 밝기에 상한은 없어도 하한은 있다. 하한선에 도달하기 전에는 대칭적, 상대적으로 보인다. 어중간한 숫자는 대칭의 상대성으로 나타나지만 0에 근접하면 갑자기 비대칭의 절대성으로 바뀐다.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판매가 증가하는 게 보통이지만, 어느 숫자에 도달하면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갑자기 먹통이 된다. 키코사태나 리먼 브라더스 파산사태가 일어나는 이유다. 0에 도달하면 시동이 꺼지고 조절장치가 망가진다.


    헤지펀드는 위험을 헷지하는 안전한 펀드로 설계되었지만, 실상은 반대다. 레버리지로 플러스 장을 먹고 공매도로 마이너스 장을 먹으면 이쪽의 손실을 저쪽이 메우므로 안전하다. 0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안전한데 0에 도달하면 동력이 꺼지고 손실이 무한대다.


    세상 모든 것은 반드시 바닥이 있다. 0이 숨어 있다. 우리는 10이나 20 근처에서 놀기 때문에 0에 도달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셀카 찍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는 사람이 있다. 절벽에서 3미터까지는 안전하다. 2미터 안이면 강풍에 휘말려 절벽에 떨어진다.


    우리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같다고 믿지만, 마이너스가 훨씬 더 강력하다. 주가가 10퍼센트 오른 이익의 영향보다 10퍼센트 떨어진 손해의 타격이 더 크다. 바둑을 두어도 한 집을 얻기보다는 잃지 않는데 주의해야 한다. 내가 잃지 않으면 적이 잃어서 이긴다.


    플러스 – 내가 묘수를 둔다.

    마이너스 – 압박하며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다.


    낚시에 쓰는 미끼는 물고기에게 이익이 된다. 미끼로 물고기를 유혹하여 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 배가 부른 물고기는 미끼를 물지 않는다. 반면 그물로 몰아넣는 위협은 물고기에게 명백한 손실이다. 물고기를 그물로 몰아넣으면 확실히 잡는다.


    플러스는 상대적이고 마이너스는 절대적이다. 이 법칙이 우주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절대법칙이다. 더욱 직관할 수 있다. 플러스는 예측이 안 되지만, 마이너스는 예측된다. 소가 맛있는 풀을 먹을지는 알 수 없지만, 못 먹는 풀을 걸러내는 것은 확실히 예측된다.


    배가 매우 고프면 – 다 먹는다.

    배가 약간 고프면 – 깨끗한 것만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 예쁜 것만 골라 먹는다.


    어떤 것을 고를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것을 버릴지는 알 수 있다. 좋은 것은 기분에 따라 상대적이지만, 나쁜 것은 절대적이다. 내가 좋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나쁘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 - 합이 맞아야 하므로 다음 단계가 있다.

    나쁜 것 - 일단 거르고 보므로 다음 단계가 없다.


    걸러내는 것은 예측이 되는데 선택하는 것은 예측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본질을 모르므로 상대성 속에 숨은 절대성을 찾지 않고 포기한다. 보통은 상대적이지만 0에 근접하면 갑자기 절대성으로 돌변한다. 무조건 안 된다고 목청을 높이고 철통방어를 한다.


    재료를 추가하는 플러스는 다른 재료와 합이 맞아야 하지만, 재료를 빼는 마이너스는 효과가 확실하다. 유혹에 넘어갈지는 반반이지만, 위협에 넘어가는 것은 확실하다. 당근은 먹힐 때만 먹히고 채찍은 항상 먹힌다. 채찍으로 막고 당근으로 이끌어야 성공한다.


    월급을 올려준다고? 그게 일을 더 시킨다는 말이지. 쉽게 믿지 않는다. 월급을 깎는다고? 그 돈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 바로 대응한다. 인간들이 좋은 것에는 미지근하고 나쁜 것에는 흥분한다. 진보의 유혹은 표가 안 나오고 보수의 위협은 확실히 표가 나온다.


    이익은 개인에게 독식되고 손실은 집단에 전파된다. 낙수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집단의 행동은 이득보다 손해가 결정한다. 이농현상은 도시가 주는 이득보다 시골살이의 손실이 더 문제가 된다. 도시의 병원존재 매력보다 시골의 병원부재 위협이 더 무섭다.


    얻은 것은 다시 잃을 수 있지만, 잃은 것은 되물릴 수 없다. 선행으로 따놓은 점수는 까먹는 게 보통이지만, 악행으로 찍히면 돌이킬 수 없다. 이익은 분배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손해는 바로 타격이 온다. 뭐든 나쁜 것은 즉각 나타나고 좋은 것은 천천히 나타난다.


    노무현의 좋은 정치는 10년 후에나 결과가 나타난다. 10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노무현의 업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노무현의 주택정책은 박근혜가 뒤늦게 혜택을 봤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윤석열의 나쁜 정치는 바로 결과가 나타나서 즉각 탄핵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이익은 구석에 쌓이지만, 손실은 저절로 집단 전체에 전파된다. 버스에 한 명이 타면 입구쪽 몇 사람이 영향을 받지만 만원버스에 한 명이 내리면 버스 안의 모든 승객이 편해진다. 압박의 감소가 확실히 느껴진다. 


    어느 분야나 의사결정의 하한선이 있다. 일본의 요바이는 위험을 감수한다. 잘못되어 여자나 여자의 오빠한테 두들겨 맞는 것은 감수하지만,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요바이를 하더라도 하한선을 회피하므로 죽을 확률이 낮은 안전한 방향으로 흐름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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