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15 vote 0 2016.03.28 (17:44:41)

     

    완전하면 예측할 수 있다


    ◎ A – 총이 있다.
    ◎ A의 변화 - 총을 쐈다.


    ◎ B – 피해자가 있다.
    ◎ B의 변화 – 피해자가 맞았다.


    ◎ C – A와 B는 원한관계가 있다.
    ◎ C의 변화 – 예상되는 다음 단계와 연결된다.


    A가 B를 쐈다. 둘은 원한관계 C에 의해 통일된다. 여기서 조절장치는? 원한의 깊은 정도다. 원한이 깊다면? 한 방 더 쏠지도 모른다. 즉 다음 단계의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하나의 사건이 또다른 사건을 불러 일으킨다. 완전하다. 의미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까마귀와 까마귀의 날아감 그리고 배와 배의 떨어짐 사이에 둘을 연결하는 고리는 없다. 우연의 일치다. 이 경우에도 둘을 연결하는 C는 있다. C는 우연이다. 우연히 까마귀와 배는 같은 시공간에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의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예측가능성이 없다. 조절장치가 없다. 다음 단계가 없다. 완전한 언어는 의미를 획득하며 다음 단계의 예측이 가능케 하며 구조를 복제한다. 에너지 조절이 된다.


a14.jpg



    A와 B의 대칭에서 둘을 통일하는 토대의 공유 C를 찾아 호응시키면 다음 단계의 예측이 가능하므로 언어는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실패한다. 성춘향 A와 변학도 B의 대칭은 알아채지만 성춘향과 이몽룡을 연결시켜준 ‘계급제도의 모순’이라는 호응 C를 모른다. 그러므로 그 C의 변화 곧 계급제도의 해체와 발전을 모른다. 그러므로 관객은 옳게 호응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이 왜 감동받았는지 모른다. 하녀가 주인에게 매맞는 내용의 연극을 보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지만 극장 밖에서 기다리는 하녀가 추위에 자신의 장갑을 꼈다는 이유로 귀싸대기를 올려붙인다.


    깨달음은 타고난 뇌기능이다. 자신이 깨달아놓고도 무엇을 깨달았는지 모른다. 깨닫지 못한다면 감동받을 수 없다. 드라마를 보고 감동받은 사람은 누구나 깨달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단계로 연결되지 않는다. 호응되지 않는다.


    극장에서 박수로는 호응하는데 현실에서 행동으로 호응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때는 모든 한국인이 호응하여 애도했지만 투표장에서는 배반한다. 호응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깨달아 놓고도 깨달음을 쓰지 않는다.


    깨달음은 본능이다. 호응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누구나 호응한다. 그러나 잠시 뿐이다. 극장에서 잠시 눈물을 훔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진짜 호응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가줘야 한다. 다음 단계를 예상할 때 인간은 강해진다.


    에너지는 다음 단계와의 낙차가 정한다. 질이 입자와 힘과 운동과 량을 거느리므로 다음 단계가 많다. 다만 불확실하다. 일이 과연 입자로 힘으로 전개할지는 미지수다. 힘과 운동은 끄트머리라서 다음 단계가 적다. 대신 목표달성이 쉽다.


    98퍼센트 갖추었으므로 2퍼센트만 채워도 성공할 수 있다. 보수는 쉬운 목표를 기대하여 힘과 운동으로 승부하고, 진보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 질과 입자로 승부한다. 진보가 장기전이라면 보수는 단기전이다. 장기전 수행능력이 깨달음이다.


    호응하여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대비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는 남의 다된 밥을 나꿔챈다. 진보는 바깥으로 나가서 새로 전단을 연다. 남이 벌여놓은 일에 끼어들어 빼먹지 말고 자신만의 새로운 싸움을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


aDSC01523.JPG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669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6631
3472 관점에서 주체와 대상의 문제 image 4 김동렬 2014-06-03 7740
3471 빛은 있고 어둠은 없다 2 김동렬 2018-07-12 7742
3470 구조론의 핵심원리 image 1 김동렬 2014-04-09 7752
3469 인간은 무엇을 선택하는가? image 3 김동렬 2014-05-15 7770
3468 세상은 에너지다 image 1 김동렬 2014-05-08 7772
3467 구조론적 사고의 출발점 김동렬* 2012-10-21 7773
3466 지퍼구조론 image 9 김동렬 2014-06-04 7778
3465 이야기의 5단계 3 김동렬 2014-09-22 7781
3464 관점의 문제 완결판 김동렬 2014-07-16 7815
3463 어려운 것은 없다 4 김동렬 2014-05-11 7826
3462 철학이란 무엇인가? 1 김동렬 2018-07-03 7830
3461 의사결정학이 새로 나왔습니다. image 19 김동렬 2014-10-07 7837
3460 모든 것의 시작, 동적균형 image 2 김동렬 2014-05-23 7841
3459 선택하는 방법 image 3 김동렬 2014-04-27 7842
3458 묻지 말고 반격하라 image 김동렬 2016-09-24 7843
3457 이중의 역설을 쓰는 방법 image 1 김동렬 2014-12-21 7849
3456 여성이여, 마녀가 되라. image 1 김동렬 2014-10-15 7850
3455 경제란 무엇인가? image 2 김동렬 2016-09-06 7856
3454 세상은 마이너스다. image 김동렬 2016-10-01 7864
3453 신의 입장을 요약하면 1 김동렬 2018-07-01 7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