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아들이 돌봄교실에서 여자애한테 맞았단다. 미술실에서 한 명이 자기를 때렸단다. 더 때릴라고 해서 손목을 잡으니 옆에 같이 있던 여자애가 플라스틱 물통으로 머리를 때렸다고 한다. 다행히 자기 머리가 돌머리라 별로 아프진 않았다고 하는데...
이거 웃어야 할지.
2년 전엔가도 돌봄교실에서 골목대장같은 - 정확히 말하면 대장도 아니고 그냥 제멋대로 친구들 패고 다니던 - 남자애한테 맞았다고 아내한테 얘기를 했었다. 왜 이런 건 나한테는 안하고 아내한테만 할까? 하긴 이안이가 엄마한테 말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때 얻어 맞은 내용을 얘기할 때 울음을 참으면서 더이상 얘기 안하려고 감추려던 것이 기억난다. 보는 내가 짠했다.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도 않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겠지. 당시 어린이집샘은 전혀 모른다고 했고, 심지어는 대질(?)심문을 하고서 그애도 이안이도 안그랬다고 해서 내가 열불이 났지만, 화를 참고 아내에게 코칭해서 샘에게 조근 조근 얘기하니 그 다음날 샘이 애들 노는 모습을 몰래 관찰하고 전모를 밝혀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자식이 맞고 들어왔다고 하면 기분 좋을 사람 아무도 없다. 애가 안쓰럽고, 아들을 괴롭힌 그애가 미워진다. 정말 얼굴 한 번 보고 싶고 단단히 혼쭐을 내서 다시는 못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떤 상황에서 그랬을까, 걔가 왜 그랬을까, 우리 아들은 걔를 먼저 불편하게 안했을까, 걔가 때렸을 때 이안이는 어떻게 했을까. 기억이 사실과 상상속에서 오락가락 하는 만 6세 애들 속에서 진실을 알 수는 있을까?
이안이한테 담담하게 물어보고, 공감하면서 약간 위로도 해주고 친구안때렸다고 칭찬도 해줬다. 손목을 붙잡은 건 잘 한거라고 애기했다. 근데 애들도 본능적으로 아나보다. 적어도 지들 문제는 지들끼리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아내가 돌봄샘에게 물어봐야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아들 말에 따르면 괴롭힌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몇 번 그랬냐고 하니까 반복해서 하는 말이 '계속' 이다. 엄마한테 말해놓고 내가 확인차 물어보면 자기한테 자꾸 말하지 말고,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하는 걸 보면 자기도 안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번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자기 전에 아내한테만 그런 말을 한다.
아빠는 어렸을 때 동네 어린 애들 괴롭혔는데, 아들은 놀이터나 어디서나 아직까지는 누구한테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그냥 성별 가리지 않고 잘 논다. 주로 놀이를 주도하기 보다는 애들이랑 신나게 놀면서 적당히 맞춰줄 줄 안다. 사실 언젠가 아들이 남자 애들이랑 격렬하게 싸우는 경험도 필요할 듯 한데 아직은 아닌 듯 하다. 폭력은 나쁜 거고, 친구에게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하고, 그것도 안되면 피하라고 해서 그런지 주로 피해자(?)가 돼서 집에 온다.
한편으로는 학교폭력업무를 9년째 하고 있는 내가 아는 게 병이라고 교사마음 교사가 아니 더 조심스럽다. 그래도 학폭업무 오래 맡으니 뭐가 중요한지 알기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거다. 불편함도 겪고, 속상한 일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그렇게 자라는 거다. 부정적인 경험없이 바르게 성장할 수는 없다. 부정적인 경험은 안맞주치면 좋겠지만, 그건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들이 친구들과 불편한 일이 생길 때 어떻게 하면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잘 배웠으면 좋겠다. 2년 전에 그랬던 것 처럼 이번도 잘 이겨낼 수 있겠지. 대한민국 학교폭력 최고 전문가가 아빠인데, 못할 리가 있나?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어울림 프로그램도 있고,
나름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있고,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서클도 진행하는데 학교내의 안전사고는 줄어들 줄 모르네요.
가능하다면 일선 교사들에게 업무가 추가 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초등부터 중등까지 상대방 존중, 평화감수성, 회복적 핵생생활 교육 등이 촘촘히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교육부가 안전한 교육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교과과정으로 (도덕이나 바른생활 과목으로) 이러한 내용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훈련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대한민국 학교폭력 최고 전문가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