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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62 vote 0 2020.06.11 (17:54:21)

    구조의 발견


    나는 세상이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커니즘이라는 단어도 모를 때였다. 바람이 분다? 아니다. 부는 그것이 바람이다. 모든 것은 메커니즘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언어는 주어와 동사다. 주어는 어떤 대상을 가리키고 동사는 그 변화를 지시한다.


    동사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바람은 불고, 불은 타오르고, 물은 흐른다. 흐르는 메커니즘이 물이고, 타오르는 메커니즘이 불이고, 불어대는 메커니즘이 바람이다. 버티는 메커니즘이 돌이고, 살아가는 메커니즘이 사람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방법의 발견이다.


    사랑도 메커니즘이고, 자유도 메커니즘이고, 국가도 메커니즘이다. 나는 사랑한다? 아니다. 사랑의 메커니즘에 올라탄 거다. 버스의 승객처럼 말이다. 인류는 진보한다? 그것은 진보의 메커니즘에 단체로 올라탄 거다. 인류문명이라는 버스의 승객이 되어서.


    메커니즘을 깨닫자 모든 것이 시시해졌다. 진보든 보수든, 민주주의든 전체주의든,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은 둘이 엮여서 하나를 이룬다. 그러므로 논쟁할 수 없다. 거기서 인류의 모든 쟁점은 해소된다. 둘은 곧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앞에서 보면 진보고 뒤에서 보면 보수다. 그것은 관측자의 문제다. 존재의 사실과 상관없는 관측자의 자기소개다. 에너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에너지는 일방향성을 가진다. 엔트로피다.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관측자가 기준이 되면 안 된다.


    관측자는 앞이나 뒤에 위치한다. 대상은 움직인다. 처음에는 앞에 있었는데 어느새 뒤에 가 있다. 관측자가 이동하는 것이다. 관측자는 자신이 꼼짝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상대성의 원리다. 둘 중의 어느 쪽이 움직이든 같다. 무조건 관측자는 움직여져 있다.


    불변의 진리를 찾으려면 관측자가 나란히 따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관측자가 버스에 탑승하고 있어야 한다. 버스의 닫힌계를 확정하고 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 계를 확정하고 계 내부의 변화를 추적하는 관점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6.12 (10:08:59)

"메커니즘은 둘이 엮여서 하나를 이룬다. 그러므로 논쟁할 수 없다."

http://gujoron.com/xe/1210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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