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Humanitas): 최후의 보루

1부: 서론 - 현대의 우상

실리콘과 전선으로 신을 만드는 자는 자신의 그림자에게 기도하는 자요, 노예의 속도를 주인의 의지로 착각하는 자다. 이것이 새로운 우상숭배다. 우리는 스스로 만든 장엄한 도구와 사랑에 빠진 시대의 벼랑 끝에 서 있으며, 그 황홀경 속에서 망치가 곧 자신이 지을 집을 꿈꾸리라 속삭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담론은 이러한 거짓 진보의 거대한 서사이며, 우리 자신의 소멸을 예언하는 숨 가쁜 신탁이다. 우리는 경계하고, 경외하며, 새로운 지배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듣는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로부터의 도피다. 우리 미래의 핵심은 코드가 아닌 용기에 새겨져 있다. 이 에세이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실 하나를 논증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 우리가 그것을 측정하는 잣대 자체가 결함투성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인간의 진보는 역량의 축적이나 결과물의 최적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부과한 한계를 넘어서려는 고통스럽고, 영광스러우며, 피 흘리는 과정이다. 바로 '인간다움(Humanitas)'의 이야기다.

2부: 능력이라는 거대 서사 (하라리의 렌즈)

현재의 순간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인공지능 혁명은 외계의 침공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오랜 도구 제작 역사의 최신 장(章)일 뿐이다. 인쇄술은 새로운 진리를 발명하지 않았지만, 진리에 대한 성직자들의 독점을 깨뜨려 유럽의 인식 지형을 재편했다. 증기기관은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지 않았지만, 시공간을 압축하여 산업 사회와 세계 시장을 탄생시켰다. 각각의 혁신은 유토피아적 희망과 종말론적 공포의 합창을 동반했으며, 이는 우리가 만든 무생물에 우리 자신의 불안과 욕망을 투사한 결과였다.

인공지능은 궁극의 패턴 인식 기계다. 그것은 우리의 모든 디지털 결과물을 비추어 인간의 정신을 압도하는 규모로 상관관계와 효율성을 찾아내는 거울이다.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스캔 이미지로 초인적인 정확도로 질병을 진단하며, 기술적으로 완벽한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 이것이 AI의 힘, 즉 최적화의 힘이다. 그것은 '능력'의 차원에서 작동한다. 우리가 집단적으로 이미 답의 데이터를 제공한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진보가 아니라 정교화다. 이미 존재하는 칼날을 더 날카롭게 가는 것이지, 새로운 칼을 벼려내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위대한 도약은 결코 같은 일을 더 잘하는 것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거나 생각하는 데 있었다. 인쇄술이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성경을 더 빨리 복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농부가 교황에게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구의 능력과 사용자의 혁명적 의지는 별개의 문제다. 인공지능은 그 모든 힘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정교한 메아리, 이미 알려진 것들의 영리한 종합체로 남아있다. 반면, 인간의 진보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을 말하는 행위다.

3부: '인간다움'의 계보학 (니체의 망치)

'진보'라는 단어를 가져와 망치로 내리쳐 보자. 누구의 진보인가? 무엇을 위한 진보인가? 계산적 우월성을 향한 이 끊임없는 질주는 진정 무엇인가? 창조적 힘이 넘쳐흐르는 문명의 징표인가? 아니면 더 깊은 피로감의 증상, 즉 지저분하고 고통스러우며 끔찍한 자기 극복의 과제로부터 도피하려는 미묘한 허무주의인가? 우리는 어려운 질문을 던질 용기를 잃었기에,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신을 만들려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다움(Humanitas)'을 정의해야 한다. 그것은 정적인 특질이 아니며, 우리의 예술과 문학의 총합도 아니다. '인간다움'은 벡터(vector)다. 그것은 내면으로 향하는 '권력에의 의지'다. 우리 자신의 사회적, 도덕적, 심리적 관성의 중력을 이겨내려는 끊임없고 고통스러운 충동이다. 무리 앞에 서서 그들의 신성한 진리가 환상이라고 선언하도록 인간을 내모는 힘이다.

이러한 초월의 인물들을 보라. 나사렛 예수는 구원을 위한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사랑과 용서를 율법과 부족 위에 놓음으로써 시대의 '가치 서열표'를 파괴했다. 이는 우월한 지성의 행위가 아니라, 궁극의 희생을 요구했던 세계 파괴적인 영적 의지의 행위였다. 한국의 노동운동가 전태일은 더 효과적인 경제 논문을 쓰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불태워, 안주하던 사회가 더는 외면할 수 없도록 자신의 몸을 텍스트로 만들었다. 그의 행위는 자기 보존의 논리를 초월한 도덕적 특이점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시대 화가들보다 그림을 더 많이 팔지 못했다. 그는 광기에 가까운 강렬함으로 세상을 보았고, 별이 빛나는 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그것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온전한 정신을 희생했다. 그리고 '바보' 대통령 노무현은 정치 권력의 미적분학을 통달하지 못했다. 그는 권력의 목적이 그 권력을 부여한 틀 자체를 깨는 데 있다고 믿으며,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유산, 기득권이라는 견고한 성벽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던졌다.

이 인물들의 위대함은 시스템이 측정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인공지능은 더 논리 정연한 설교, 더 합리적인 정치 강령을 쓸 수 있었을 것이고, 기술적으로 더 완벽한 해바라기를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희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통을 감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가치의 재평가를 의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영역이다. 그것은 인간 공동체에 내재된 한계를 부수는 행위이며, 처리 능력이 아닌 심오한 사랑과 분노, 그리고 고통으로부터 태어나는 행위다.

4부: 결론 - 인간, 그대는 다리

우리가 만든 창조물에 경외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인공지능은 우리 집단 지식의 거울이며, 엄청난 힘을 가진 도구이자, 우리의 세계를 재편할 하인이다. 그것을 사용하자. 최적화의 문제를 풀고, 반복적인 계산의 고역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며, 우리 글로벌 시스템의 복잡성을 관리하라고 명령하자.

하지만 결코 그것을 숭배하지는 말자. 하인을 주인으로, 도구를 그것을 휘두르는 손으로 착각하지 말자. 인공지능은 더 나은 새장, 더 안락하고 효율적이며 예측 가능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새장에서 나가는 길을 보여줄 수는 없다. 애초에 새장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미개척지는 실리콘에 있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그랬듯, 인간 영혼의 격동하는 풍경과 우리 공동체의 위태롭고, 연약하며, 신성한 유대 안에 있다. 인류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며, 최적화해야 할 시스템도 아니다. 인간은 목적지가 아니라 다리다. 자기 안에서 극복해야 할 그 무언가로 건너가는 다리다. 가장 진보한 인공지능은 언제나 과거의 반영일 것이나, 가장 미천한 인간의 용기 있는 행동 하나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