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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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냥모
read 4753 vote 0 2013.02.24 (14:07:45)

야구게임으로 본 의사결정

무의식의 패턴으로 확률을 높여라



아주 어려서부터 비디오 게임엔 영 소질이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임이 바로 <슬러거>다. 국산 야구게임이고, 여기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모두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을 모델로 했고, 게중에는 투구폼이나 타격폼까지도 비슷하게 재연한 선수도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더 잘 만든 다른 게임도 있겠지만... 



슬러거.jpg



게임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의 확률에 관한 얘길하자는 것이다. 어떤 게임이건 승부의 최고수준은 심리전에 있다. 실제 야구는 아니지만, 실제 야구만큼의 심리전이 여기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상대투수는 150km의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슬로우커브, 싱킹패스트볼을 던진다. 이렇게 빠른 볼을 정확히 보고 타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는 빠른볼과 느린 변화구를 섞어 던지면서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고, 또 볼같은 스트라이크와 스트라이크같은 볼을 섞어 던지면서 땅볼이나 뜬볼을 유도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확률에 관한 얘기다. 빠른 볼과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 커맨드 능력을 가진 투수를 상대할 때, 단지 날아오는 공을 눈으로 보고 타격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니까... 그러니 3할 만 쳐내도 좋은 타자로 평가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저쪽 투수가 오른손 투수라면 대체로 변화구를 던지면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공일 확률이 높고, 왼손 타자라면 몸쪽으로 휘어지는 공일 확률이 높다. 그 궤적을 생각하면 공이 들어오는 방향의 경우의 수가 제한된다. 

또 투수가 공을 던지는 무의식의 패턴이라는 게 있다. 볼카운트를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그 다음엔 볼을 던진다거나, 볼을 두 번 던지고, 스트라이크를 두 번 던진다거나, 순서에 관계없이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면 그 다음에도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거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밸런스 감각이 있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원래 "틱! 틱! 틱! 틱!" 하지만, 인간의 평형감각으로 "틱! 탁! 틱! 탁!" 하고 들린단다. 보통의 경우(그러니까 뚜렷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없는 경우에) 한쪽으로 치우친 의사결정을 하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그 반대쪽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본인은 의식하지 않지만 일종의 그런 의사결정의 리듬감이 있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그런 패턴을 알 수 있다면 스트라이크 타이밍에 맞춰 배트를 휘두르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나한테 보여주는 부분(야구에서는 공의 궤적)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르지만 그 사람의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의 패턴을 알 수 있다면,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격의 확률을 높일 수는 있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뭔가를 얻으려고 날아오는 공에 현혹되지말고, 조금씩 확률을 높여가는 것이 좋은 의사결정이다. 한 타석에 세 번에 스트라이크를 먹어야 아웃이 되고, 한 이닝에 세 개의 아웃을 잡아야 공수가 바뀌고, 한 게임에는 9이닝이나 있고, 우리에게는 수 많은 게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구조론이 무엇인가? 

바로 제대로 방향을 잡아서 의사결정의 확률을 높이자는 거다. 부분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경험치가 쌓이고, 확률을 높여서 결국 전체에서 승리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2.25 (15:36:46)

타자와 투수의 밸런스 대결, 심리적 밸런스 유지의 힘 대결...

(질문)현대 야구에 있어서,

타자는 거의 컴퓨터 밸런스(코치 지시)로 치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럼 투수는 (컴퓨터 보다는)자기 스스로의 밸런스로 치나요?

컴퓨터 타격(던지기) 대 인간 타격(던지기)의 비율은?


"어떤 게임이건 승부의 최고 수준은 심리전에 있다"란 말이 와 닿는군요.

일상 생활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최고주순의 심리전 상태를 깨닫는 것이 좋은 삶, 이기는? 삶이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무의식적으로 또는  어떻게 결정해도 밸런스(의 리듬감)를 유지함이 가능하려면?...


프로필 이미지 [레벨:20]냥모

2013.02.25 (23:31:05)

무의식의 리듬감 혹은 밸런스를 의식의 세계로 가져오는 사람이 고수입니다. 
볼 두 개를 연달아 넣고, 스트라이크 두 개를 연달아 넣는 것도 무의식의 밸런스지만, 상대의 버릇이나 상태를 보고 연달아 스트라이크 세 개를 넣는 것도 밸런스 입니다. 


야구 얘기만이 아니고, 밸런스라는게 기계적인 밸런스가 아니라, 어디에 기준점을 설정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상대의 무의식의 패턴을 읽어서 대처하는 것이 심리전이라면, 반대로 나의 무의식을 의식으로 역이용하는 것도 심리전입니다. 그런데 진짜 고수라면 의식을 다시 무의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무의식 > 의식(위하여) > 무의식(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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