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글로리'와 ‘정순신 사태’가 교사에게 주는 의미는
학교폭력대책강화 11년, 교사가 할 수 있는 학폭문제해결 접근법
① 학폭예방과 대책의 중심에 ‘교사’가 있다!
학창 시절 당한 폭력을 성인이 되어 복수하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더 글로리’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자녀의 학폭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사태로 지난 2주 동안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이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 학폭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2년 전에도 사설 인성 교육시설인 서당에서 심각한 아동학대와 폭력이 발생했다. 스타 쌍둥이 배구선수의 폭력문제로 교육부가 대책회의를 하고, 국회도 학교폭력 가해 사실에 대한 생기부 기재 강화 관련한 다수의 법안을 제출했다.
국민 누구나 과거에 학교폭력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학교를 비판한다. 학교는 충분히 나아지고 있지만, 학생이 그토록 고통을 당할 때까지 도대체 교사는 무엇을 했느냐는 비난 일색이다. 이를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은 불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더 글로리>의 모티브가 된 것은 2006년 청주 여중생들 사건이다. 정순신 아들의 학교폭력은 2017년에 있었다. 쌍둥이 배구선수의 학교폭력도 2010년대 초반 일이다.
과거 학교폭력에 무감각하던 시대도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일로 치부했고, 물리적인 심각한 폭력이 아니면 교사가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체벌이 교육이란 명분으로 남발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4년 소위 일진과 심각한 따돌림을 막기 위한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었고 상징적 의미로 남아있다가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심각한 학폭문제 대책을 촉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일어나면서 학폭예방교육 강화, 학폭위 개최 의무화, 학폭위의 학부모의원 과반수 보장, 가해학생 학폭조치의 생기부 기재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학교폭력의 빈도와 강도가 줄어들었지만, 사이버폭력과 관계적 폭력이 증가하고 학폭 사안처리의 복잡성과 민원증가로 학교교육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2019년 학폭예방법의 개정으로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도입하고, 교내의 학폭위를 지원청으로 이관하여 심의의 전문성을 향상시켰다. 경미한 학폭조치는 이행 시 1회에 한하여 기재를 유보하였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최근 2~3년간 있던 학교 밖 청소년의 심각한 폭력사건 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요구 등으로 가해학생 즉시분리제도가 도입되고 생기부 기재가 소폭 강화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은 다음의 세 가지를 놓치고 있다.
1.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형식적으로 하여 예방효과가 낮다.
2. 가해학생 엄벌주의만 강조하고 정작 피해학생이 소외되어 보호와 치유 지원이 부족하다.
3. 관계회복프로그램이 잘 활용되지 않고 관계를 맺고 갈등조절을 잘 가르치지 않는다.
특히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학교폭력 예방활동과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위로와 공감, 응원과 지지다. 교사가 없는 교실이 때로는 영화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무법천지의 밤이 되기도 한다. 사소해 보이는 장난과 면박주기로 시작되다가 나중에는 피해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학교폭력이 된다. 교사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자주 비정기적으로 교실이나 화장실, 학교 외진 곳은 살펴보기만 해도 학교폭력이나 위험한 안전사고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교사가 적절한 교육을 할 수 있고 학생들도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해도 sns나 학교 밖 사건 등, 교사가 관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서 학생이 교사를 찾아 학폭으로 인한 자신의 어려움을 말해야 하는데 잘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학생은 학폭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누구에게 말해도 해결이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학생 자신들만의 문제로 여기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걱정만 끼쳐드리고 일이 더 커진다고 여긴다. 때문에 교사와 학생의 평소 관계가 중요하고, 언제든지 교사를 찾아와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도록 친밀하고 신뢰있는 사제관계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갈수록 교사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연진아, 너한테 복수해야 하는데 지금 잡무처리하느라 복수는 나중에 할게”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사가 희망이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고 학생들 가운데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소통하는 것이 수많은 학교폭력 근절대책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든 교사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학교폭력예방과 대책의 중심에 교사가 있다.
이상우 · 경기 금암초
기사원문 링크
http://m.news.eduhope.net/24999
학폭은 본질이 아닙니다.
가족의 붕괴, 지역사회의 붕괴, 공동체의 붕괴, 종교의 붕괴가 본질입니다.
한국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비명소리가 그쪽에서 먼저 난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