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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08 vote 0 2025.03.02 (17:45:09)

    포위망이 완성되는 순간 전세는 갑자기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다. 포위한 쪽은 서로 협력하므로 상승효과가 나타나서 갈수록 유리해지고 포위된 쪽은 동료와 동선이 엉켜 상쇄효과가 나타나므로 갈수록 불리해진다. 선순환과 악순환의 차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바둑의 한 점을 잇느냐 끊느냐에 따라 대마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이때 한 점이 전체를 결정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하수바둑을 둔 것이다. 고수의 대결에 이론은 틀림없이 적용된다. 우리가 이론적 확신의 힘을 믿어야 한다.


    닫힌계를 걸고 내부에 압력을 증대시켜 강체를 유체로 바꿀 수 있다. 자원들을 서로 연동시켜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 시킨다. 닫힌계 내부의 압력에 의해 자원들이 전부 연결되면 균형점 하나가 전체의 생사를 결정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문제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론대로 되지 않는다면 계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기 때문이고,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병사들이 지휘관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수바둑을 둔 것이다. 이 경우는 될 때까지 밀어붙이면 된다. 이론적 확신의 힘을 믿는다면 구조론을 배울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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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논리로 일어서고, 심리로 흥하다가, 물리에 죽는다. 논리와 심리는 애매하나 물리는 명확하다. 물리는 끝을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하려다가 죽는다. 도박꾼이 도박을 계속하면 모든 판돈을 따거나 아니면 모두 잃는다. 확실히 판이 끝난다. 끝을 확인하려다가 죽는다.


    구조론은 사고실험이다. 극단의 법칙이 사용된다. 최소작용의 법칙과 통한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로 걸러낸다. 복잡성을 제거하고 단순화 하면 직관할 수 있으므로 군주가 설득된다. 구조론은 지정학으로 응용된다. 종횡가, 법가, 마키아벨리는 왕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왕이 설득되는 이유는 구조론이 사고실험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지정학은 전쟁의 결과다.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 인간의 행동은 단순화 되므로 명백하다. 납득된다. 왕도 납득했는데 당신이 모르겠다면 당신은 왕의 마음을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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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은 도구다. 지정학은 도구다. 종횡가와 법가, 마키아벨리즘은 도구다. 도구는 중립이다.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악해지고 선인의 손에 들어가면 선해진다. 군주가 이들의 설득에 넘어간 것은 이들이 중립적인 도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도구는 일단 선점해야 한다.


    임자 없는 땅이 있다면 왕은 일단 그 영토를 차지한다. 영토는 백성을 먹여살리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도구는 죄가 없다. 총과 칼은 도구다. 총과 칼은 죄가 없다. 총과 칼의 쓰임새는 부차적인 문제다. 군주는 일단 도구를 차지한다. 선과 악은 도구의 쓰임새가 결정한다.


    악당이 도구를 가질 수는 있어도 쓸 줄은 모른다. 최후에 똑똑한 사람이 도구의 사용법을 발달시켜 문명이 진보하게 된다. 결국 선에 도달한다. 악당은 도구를 가질 수는 있는데 잘 쓰지는 못하는 이유는 시간의 깔때기 때문이다. 큰 도구를 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천하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물을 치고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다. 백년대계를 세우고 우공이산을 실천하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다. 선은 서로 돕는다. 도우려면 연결해야 한다. 연결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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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의 도구는 닫힌계다. 닫힌계는 깔때기다. 내가 깔때기 입구를 차지하고 상대를 깔때기 출구로 몰아붙이면 이긴다. 물리적 구조에 가두어 적에게 나쁜 선택을 강제한다. 이유극강과 같다. 내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는 구조에 빠뜨리면 이긴다.


    지렛대, 망치와 모루, 칼과 도마, 약한 고리, 일점타격의 공통점은 가둬놓고 조지는 것이다. 모든 도구는 객체를 가둬놓고 조진다. 가속도에 가두고, 관성에 가두고, 밸런스에 가둔다. 늑대에 쫓기는 사슴의 결과는 명백하다. 그냥 알 수 있다. 관성에 가둬져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붙으면 방향전환을 못 한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달리는 말의 기수를 바꾸지 못한다. 깔때기 출구에 갇히면 옴쭉달싹 못하고 보이지 않는 흐름의 힘에 끌려간다. 물리적 구조에 갇히면 인간의 힘으로는 탈출할 수 없다. 구조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원교근공, 합종연횡, 양면전쟁, 계급배반 투표, 컨벤션 효과, 지역주의 형태로 누구나 구조론을 실천하고 있다. 멀쩡한 사람도 투표장에만 가면 불안해하며 상대 진영을 협살하려고 하거나 포위망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누구나 경험한다. 경험에 이론을 더하면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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