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8731 vote 0 2004.11.24 (21:34:23)









첫눈같은 당신







간밤에 눈이 내렸습니다.

서걱이는 눈길,

토끼 발자국 하나 없는 추운 길 걸어

성당과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서 있습니다.



비는 내려 바다를 모으고

내린 눈은 가슴에 쌓이는 것일까요

첫눈 밟으며

첫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움푹 페인 곳에

더 깊이 쌓일 줄 아는 당신이라는 첫눈,

행동하는 양심의 첫 마음처럼

그 눈길을 걸어갔습니다.



가도 가도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은

그 길 위에

당신이 동행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앞장서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언제고 그랬듯이

빈 바람 빈 손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버린 십자가 등에 지고

절름 절름,철책을 넘고 있었습니다.

철책에 찢긴 십자가에는

당신의 심장 같은 헌혈이

뚝뚝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빨갱이라 부르는

당신의 십자가가 너무 커서

귀퉁이 한 켠 잘라내어

나눠도 져 봤건만

내 십자가는 매번 작았습니다.

그 십자가, 마저 잘라낼 수 없는

한반도의 어두운 하늘

한으로 뒤덩킨

삼천리금수강산 이었습니다.



첫눈의 마음으로

첫눈의 사랑으로

그 시린 삼천리를

흰빛으로 덮어버린 당신,


당신은

첫 순정,

첫 마음입니다.






*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

한겨례통일문화상 수상에 부처 *





글 : 사랑수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8476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8647
1273 세계 대통령 노무현과 인간 이회창 아다리 2002-12-20 14791
1272 박근혜의 애걸 김동렬 2004-10-26 14791
1271 질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9-01-20 14791
1270 李34.8 鄭24.3 盧20.2%…본보―여의도리서치 조사 김동렬 2002-10-29 14794
1269 타짜 - 유해진 가고 조승우 온다. 김동렬 2006-10-03 14795
1268 대권 후보들의 올해 '운'에 김동렬 2002-11-30 14796
1267 이 새끼들 잘 걸렸어 김동렬 2004-03-13 14797
1266 무릇 논객이라면 ‘글쓰기’와 ‘배설행위’를 구분할 줄 알아야.. 스피릿 2003-12-31 14799
1265 노무현의 전략 image 김동렬 2004-03-28 14801
1264 강준만은 도를 닦아야 한다 김동렬 2005-04-21 14803
1263 음모론 유감에 유감 김동렬 2005-12-27 14803
1262 Re.. 정몽준은 이미 항복했다고 봄 김동렬 2002-11-09 14807
1261 여의도에서 만납시다 image 김동렬 2003-12-19 14809
1260 유시민, 기억상실증? 김동렬 2004-05-28 14810
1259 김근태 잘하고 있다 김동렬 2004-03-22 14812
1258 왜 정몽준이 우리의 적인가? 김동렬 2002-10-25 14813
1257 집중력 향상에 대해 6 김동렬 2010-09-30 14815
1256 [한국일보 시론] 호주제는 위헌이다 김동렬 2003-05-09 14818
1255 떨어져라 부시넘 김동렬 2004-10-29 14819
1254 YS에게 빠다를 줘라! 김동렬 2003-05-14 14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