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77 vote 0 2020.03.19 (12:09:08)

      
    패러다임의 전환    


    구조론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구조론은 어떤 사실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보는 관점과, 그 사실을 전달하는 언어와, 그 사실을 추론하는 과학의 방법론까지 다 바꾸는 것이다. 알고 있는 기득권 지식을 모두 버리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얀 백지를 펼쳐놓고 지식의 건축을 새로 설계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눈코귀입몸에서 얻은 관측의 단서를 근거로 추론하여 자연의 사실에 접근하고자 한다. 즉 인간이 기준이 된다. 틀렸다. 자연의 기준으로 갈아타야 한다. 내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를 근거로 삼지 말고 자연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자연의 맞은편에서 관측하지 말고 자연과 동행하며 재현해야 한다. 


    내가 눈으로 본 것은 빛이 피사체를 거쳐온 것이다. 빛의 사정과 피사체의 사정과 내 눈의 사정이 뒤섞인 불확실한 정보다. 그사이에 시간이 흐르므로 단서가 변질된다. 자연의 사건은 원인에서 결과로 진행하는데 우리는 사건이 일어난 후의 결과측에 접근하므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원인측의 자연과 결과측의 인간이 서로 마주 보므로 진행방향이 달라서 혼선이 빚어진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고도의 추론을 통해 희미하게 진상에 접근하지만 그마저도 믿을 수 없어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인간의 관측이 아니라 자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자연의 모든 사건은 한 가지 플랫폼을 사용하므로 일이관지할 수 있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재현하는 것이다. 관측이 아닌 재현의 방법으로 곧 결과측의 귀납이 아닌 원인측에서 연역하는 방법으로 인간은 근원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자연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자연에서는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자연이 무엇을 결정하는지를 추적하면 된다. 의사결정하는 것은 구조다. 구조는 대칭구조다. 계 안에서 에너지의 방향성이 대칭을 만든다. 에너지의 방향성만 따라가면 우리는 자연히 근원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연역추론의 제 1 원리가 되는 자연의 궁극적 존재는 원자가 아니고, 이데아도 아니고, 기도 아니고, 사원소설의 네 가지 원소도 아니고, 음양오행설의 오행도 아니다. 자연에는 오로지 에너지의 방향성이 존재할 뿐이다. 방향이 일치하면 균일하고 균일하면 계를 이룬다.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아 불균일하면 계가 깨진다. 계가 깨지면 알 수 없게 된다. 균일성에 의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계에 외력이 작용하면 계는 외력의 작용에 따른 계 내부의 모순을 처리하고 계를 그대로 유지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존재를 인식한다.


    자연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균일한 계에 외력이 작용했을 때 일어나는 에너지 방향성의 모순을 내부에서 처리하여 계를 유지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것이 사건이다. 사건은 원인에 의해 격발되고 결과에 의해 노출된다. 우리는 결과측이 역방향에 서서 원인측의 순방향을 되짚으려고 하므로 동선이 엉켜서 실패한다. 사건의 원인측에 서서 결과까지 동행하는 방법으로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그것이 결따라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의 근원에 대칭을 만드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있다. 내부가 연결되어 있는 균일한 계, 곧 닫힌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닫힌계가 외력의 작용을 받으면 내부의 균일성이 깨져서 모순이 발생한다. 모순을 처리하지 못하면 계가 깨져서 존재가 무너진다. 폭발, 부패, 붕괴, 증발, 해체가 일어난다. 반대로 외력의 작용에 따른 모순을 처리하여 계를 유지했다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 사건이다.


    확산과 수렴의 에너지 방향성이 계 내부에 대칭을 조직하고 대칭은 축을 성립시키며 축의 이동이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어 닫힌계를 유지하므로 질량보존을 성립시킨다. 5회에 걸쳐 내부적인 대칭을 조직하며 지속적으로 양의 되먹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구조손실에 따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성립시킨다. 


    에너지가 형태를 바꾸므로 질문이 던져진 것이다. 질량보존으로 에너지가 형태를 바꾸는 범위를 알고 엔트로피 증가로 형태변화의 순서를 알면 완벽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3.19 (14:15:28)

"모든 것의 근원에 대칭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있다. 내부가 전부 연결되어 있는 균일한 계, 곧 닫힌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http://gujoron.com/xe/1180991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747 에너지를 얻는 세 가지 방법 3 김동렬 2020-03-22 4188
4746 성선택설은 가짜다 2 김동렬 2020-03-20 3619
4745 의사결정구조 2 김동렬 2020-03-19 5232
» 패러다임의 전환 1 김동렬 2020-03-19 3377
4743 닫힌계 1 김동렬 2020-03-19 3183
4742 사건의 통제 1 김동렬 2020-03-18 3131
4741 마이너스의 방향성 1 김동렬 2020-03-18 3241
4740 계의 마이너스 통제원리 1 김동렬 2020-03-17 3289
4739 유발 하라리의 오판과 진실 5 김동렬 2020-03-16 4624
4738 존재론의 태도 1 김동렬 2020-03-15 3133
4737 애드거 앨런 포 image 4 김동렬 2020-03-11 5013
4736 연역의 재현과 귀납의 관측 1 김동렬 2020-03-10 5906
4735 감정은 없다 1 김동렬 2020-03-09 3896
4734 이야기의 단초 2 김동렬 2020-03-08 3233
4733 인간의 이야기 3 김동렬 2020-03-07 3417
4732 긍정의 배신 1 김동렬 2020-03-05 3695
4731 종교는 이단이다 5 김동렬 2020-03-04 4199
4730 존재론과 인식론 2 김동렬 2020-03-02 3339
4729 위대한 도약 2 김동렬 2020-03-01 3390
4728 대칭과 비대칭 1 김동렬 2020-03-01 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