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핑계 권력서열 변동사항 확인행사
엣날에는 명절증후군이라는게 없었습니다.
큰 며느리와 작은 며느리가 서로 시부모에게 점수 따려고
두 팔 걷어붙이고 경쟁하다보면
명절증후군은커녕 힘이 솟구치는 거지요.
남편이 설거지를 도와주지 않아서 힘들다는건 개소리입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이 권력서열을 확인하려 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말은 가족인데 무의식은 가족이 아닌 거에요.
익숙하지 않은 시부모 앞에서 주눅이 들어서 그런 것입니다.
주눅이 드는 이유는 역할이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며느리는 아들 낳았다고 자랑, 아들은 그랜저 뽑았다고 자랑.
이건 쌍팔년도 이야기고 지금은 명절차례를 지낼 이유가 소멸입니다.
일본인들은 5년에 한 번 정도 얼굴을 본다는데.
유럽은 부모 장례식 때 한 번 고향을 간다는 말도 있고.
갈 이유가 없으면 안 가는게 맞다는 거지요.
가더라도 초대하는 쪽이 음식을 준비하는게 맞습니다.
손님이 요리하는 풍속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는 외계인의 관습입니다.
부엌살림은 다 임자가 있는 건데
인도라면 아들이든 며느리든 어머니 물건에 손대면 귀싸대기 맞습니다.
아들 - 설거지 도와드릴까요?
엄마 - 부엌은 내 공간이야. 썩 꺼져.
남의 물건에 손대면 귀퉁배기를 맞아야 합니다.
손님이 주인의 부엌에 들어가는건 굉장한 실례입니다.
옛날에는 16살에 시집을 갔으므로
며느리가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 벙어리 3년을 해도 25살입니다.
스무 살 넘어가면 자식이 커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할 수 없습니다.
다 큰 아들이 '할매야 니 미쳤나' 하고 덤비게 됩니다.
그때는 아홉 살만 넘어가면 꼬마신랑 장가가던 시절이라
며느리가 스물다섯이면 손자가 상투 틀고 갓을 쓰고 에헴 하며 시어머니를 견제합니다.
자식을 낳으면 세력을 획득하므로 아무도 못 건드리는 거지요.
지금은 30살에 시집가는 판인데 옛날이면 손주 볼 나이.
병장이 이등병 노릇하려니까 당연히 힘든 겁니다.
무의식 깊은 곳에서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나이 20을 넘으면 다 같은 성인인데
옛날에는 젊은이는 다섯 살까지 말 놓고
40살 넘어가면 열 살까지는 말 놓았습니다.
다 같은 성인들끼리 위아래를 따지는건 미친 거지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처가와 외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을 형제들은 가끔 만나므로 치매 환자를 데리고 사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모릅니다. 게다가 치매 환자는 형제를 만날 때면 돌보는 가족 흉을 봅니다. 구박을 한다는 둥, 원하는 것을 못하게 한다는 둥. 형제와 가족은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사이가 나빠지고 서로를 의심합니다. 치매 환자는 형제가 왔다갈 때마다 가족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나중에는 어떻게든 집을 탈출할 궁리를 합니다. 형제들이 환자를 자기들이 데려간다고 우기기 시작하고 거기에 환자가 고액 연금을 받는 사람이라도 되면 돈문제까지 얽혀서 서로를 더욱 의심합니다. 돈 때문에 데리고 있는거다, 돈 때문에 데려가려는거다. 형제들이 온 집안에 소문을 퍼뜨리고 집안은 둘로 갈려 쑥대밭이 됩니다. 형제들이 독한 사람들이면 결국 지친 가족들이 집니다. 데려간지 한두달 지나면 환자와 형제들도 사이가 틀어집니다. 가족들에게 도로 데려다주려 해도 의가 상한 가족들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환자는 오갈 데 없는 상태가 되고 건강이 급속하게 악화되어 곧 사망합니디. 집안은 풍비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