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크기라는 것은 존재할까? 모눈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면 크기가 있다. 그런데 종이가 구겨져 있다면? 늘어진 고무줄 위에 금을 그었다면? 우리는 당연히 크기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크기는 있는게 아니라 어떤 이유로 정해지는 것이다. 합의해서 룰을 정해야 한다. 누구랑 합의할까? 거북이와 아킬레스는 합의할 수 없다.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심판을 봐줄 제 3자가 필요하다. 소립자라면 주변과의 상호작용이 룰을 정한다. 애초에 크기가 없으므로 거북이 빠른지 아킬레스가 빠른지는 논할 수 없다. 그것은 주변공간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상대적인 관계로 도출된다. A가 B보다 가깝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B보다 A와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한다면 A가 B보다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미시세계에서는 뒤에 있는 B가 앞에 있는 A보다 가까울 수 있다. 어떤 이유로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대개는 앞에 있는 것이 더 많이 상호작용한다. 일단은 그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공간이나 시간이라는 개념은 상호작용의 빈도를 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정한 방향으로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면 공간이 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과연 공간이 휜 것일까? 공간이 휘었다는 말로 나타낼 수 있는 요인이 있는 것이다. 크다 작다의 판단기준은 인간의 신체다. 어릴 때는 골목길이 넓어 보인다. 6학년 형들은 키가 크고 덩치가 우람해서 존경심이 들 정도이다. 어른이 되면 이등병 군인아저씨도 햇병아리처럼 귀여워 보인다. 비교판단은 모두 틀린 것이다. 상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절대성으로 갈아타자. 상호작용의 빈도가 크기를 결정한다. 자연은 더 효율화된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특성이 있다. 그것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이면 뒤로 밀리고 깨진다. 공간과 시간은 보다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되는 수학적 원리의 반영이다. 방향을 트는 방법으로 효율을 달성하면 공간이다. 방향전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효율을 달성하면 시간이다. 만유는 어떻게든 가장 효율적인 코스로 의사결정한다. 그것이 주변을 이기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은 계를 이룬 에너지가 언제나 주변환경에 대해 상대적인 효율성을 달성하는 형태로 이동하는 수학적 원리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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