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946 vote 0 2019.12.25 (21:56:26)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크기라는 것은 존재할까? 모눈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면 크기가 있다. 그런데 종이가 구겨져 있다면? 늘어진 고무줄 위에 금을 그었다면? 우리는 당연히 크기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크기는 있는게 아니라 어떤 이유로 정해지는 것이다. 합의해서 룰을 정해야 한다. 누구랑 합의할까? 


    거북이와 아킬레스는 합의할 수 없다.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심판을 봐줄 제 3자가 필요하다. 소립자라면 주변과의 상호작용이 룰을 정한다. 애초에 크기가 없으므로 거북이 빠른지 아킬레스가 빠른지는 논할 수 없다. 그것은 주변공간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상대적인 관계로 도출된다. 


    A가 B보다 가깝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B보다 A와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한다면 A가 B보다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미시세계에서는 뒤에 있는 B가 앞에 있는 A보다 가까울 수 있다. 어떤 이유로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대개는 앞에 있는 것이 더 많이 상호작용한다. 


    일단은 그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공간이나 시간이라는 개념은 상호작용의 빈도를 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정한 방향으로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면 공간이 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과연 공간이 휜 것일까? 공간이 휘었다는 말로 나타낼 수 있는 요인이 있는 것이다. 


    크다 작다의 판단기준은 인간의 신체다. 어릴 때는 골목길이 넓어 보인다. 6학년 형들은 키가 크고 덩치가 우람해서 존경심이 들 정도이다. 어른이 되면 이등병 군인아저씨도 햇병아리처럼 귀여워 보인다. 비교판단은 모두 틀린 것이다. 상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절대성으로 갈아타자.


    상호작용의 빈도가 크기를 결정한다. 자연은 더 효율화된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특성이 있다. 그것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이면 뒤로 밀리고 깨진다. 공간과 시간은 보다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되는 수학적 원리의 반영이다. 방향을 트는 방법으로 효율을 달성하면 공간이다.


    방향전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효율을 달성하면 시간이다. 만유는 어떻게든 가장 효율적인 코스로 의사결정한다. 그것이 주변을 이기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은 계를 이룬 에너지가 언제나 주변환경에 대해 상대적인 효율성을 달성하는 형태로 이동하는 수학적 원리의 반영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2.26 (01:23:51)

"공간과 시간은 보다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되는 수학적 원리의 반영이다. 방향을 트는 방법으로 효율을 달성하면 공간이다. 방향전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효율을 달성하면 시간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667 구조론과 범신론 3 김동렬 2019-12-27 3897
4666 거대한 전복의 시작 1 김동렬 2019-12-26 3631
» 아킬레스와 거북이 1 김동렬 2019-12-25 4946
4664 맨 처음 이야기 한 번 더 1 김동렬 2019-12-25 5329
4663 구조론과 원자론의 차이 1 김동렬 2019-12-24 3150
4662 맨 처음 이야기 2 김동렬 2019-12-23 3586
4661 대중의 권력화가 문제다 1 김동렬 2019-12-23 3396
4660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image 1 김동렬 2019-12-22 4502
4659 도교의 위험성 6 김동렬 2019-12-21 4534
4658 진정한 세계로 초대하다 1 김동렬 2019-12-20 3837
4657 진짜의 시대는 온다 image 3 김동렬 2019-12-20 3926
4656 예술의 본령 2 김동렬 2019-12-20 3575
4655 주체냐, 대상이냐? 1 김동렬 2019-12-19 5400
4654 언어는 맥락이 필요하다 1 김동렬 2019-12-18 5673
4653 방향성으로 모두 설명한다 1 김동렬 2019-12-17 3424
4652 지식을 구하는 자세 1 김동렬 2019-12-16 3690
4651 모든 지식의 어머니 1 김동렬 2019-12-15 3604
4650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식 2 김동렬 2019-12-15 3744
4649 육갑병신의 유래 2 김동렬 2019-12-13 6161
4648 구조론의 유래 2 김동렬 2019-12-13 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