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32 vote 0 2022.07.07 (13:20:37)


    인간은 변화 앞에서 당황한다. 변하게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칼로 무를 자르면 무가 잘려나갈 뿐 칼은 잘리지 않는다. 주체는 변하지 않고 객체가 변한다. 인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하는 근원의 불변을 찾아 의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변한다. 객체가 변하면 주체도 변한다. 무가 잘리면 칼도 무뎌진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앞에서 인간은 당황한다. 그들은 허무주의, 회의주의, 상대주의로 도피한다. 의지할 대상을 찾지 못한 채로 좌절하고 포기하고 퇴행하는 것이다.


    변하게 하는 것과 변하는 것이 있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A와 B가 있다. A가 변하면 B도 변한다. B가 변하면 A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둘의 관계다. 관계도 변한다. 진정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가 변하는 방향이다. 남자가 변하면 여자도 변한다. 여자가 변하면 남자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둘의 관계다. 관계도 변한다. 남자사람친구에서 남자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고, 남편이 된다. 그 변화의 순서는 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변해도 변화의 메커니즘은 변하지 않는다. 둘의 상호작용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바퀴가 돌면 축은 돌지 않는다. 축도 움직인다. 축이 움직여도 엔진은 그 자리에 있다. 엔진도 움직인다. 엔진은 돌아도 차는 그 자리에 있다. 차가 움직여도 길은 변하지 않는다. 길도 움직인다. 길에서 차와 엔진과 축을 거쳐 바퀴로 가는 순서는 변하지 않는다.


    공격이 변하면 수비도 변한다.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오고가는 셔틀콕의 랠리는 변하지 않는다. 랠리도 변한다. 랠리의 간격이 변한다. 우주 안의 모든 변화는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상호작용의 방향성은 불변이다. 변화는 상호작용구조 안에서 일어나고 상호작용은 대칭을 만들며 대칭은 또다른 대칭을 만들며 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길과 차의 대칭 > 차와 엔진의 대칭 > 엔진과 축의 대칭 > 축과 바퀴의 대칭으로 전개한다. 한 방향으로 계속 대칭이 추가되는 것이다. 그 반대는 없다. 길에서 차를 거쳐 엔진으로 넘어와버리면 엔진과 길 사이에는 차가 막고 있다. 차와 축 사이에는 엔진이 막고 있다. 엔진과 바퀴 사이에는 축이 막고 있다. 역주행은 불가능하다.


    구조론은 이 하나의 그림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진보도 변하고 보수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진보가 앞에서 끌고 보수가 뒤에서 미는 변화의 순서다. 우리는 이 하나의 진리를 도구로 삼고, 나침반으로 삼아 의지하여 문명의 진보라는 거대한 항해에 나서는 것이다.


    무사는 칼을 믿고, 선비는 지식을 믿고, 인간은 도구를 믿는다. 도구는 권력을 만들고, 권력은 질서를 만들고, 질서는 전략을 만들고, 전략은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얻어야 할 것은 전략이다. 그 전략의 실천이다. 상호작용구조 안에서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계속하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298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3134
6683 소리 지르는 자 2005-09-02 18070
6682 농담도 못해요? 김동렬 2002-11-14 18044
6681 왕권과 신권에 대한 이해와 오해 김동렬 2002-12-29 18039
6680 진중권의 거듭되는 거짓말 김동렬 2003-05-23 17995
6679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image 8 김동렬 2017-02-14 17992
6678 Re..이현세가 아니라 이제부텀 '이헌세' 임(냉무) 손&발 2002-12-06 17980
6677 범대위와 앙마 누가 옳은가? 김동렬 2003-01-05 17964
6676 지구 온난화 주범은 우주선? 김동렬 2009-01-06 17941
6675 추미애 너 까지도? image 김동렬 2004-03-06 17937
6674 우리당 일각의 내각제설에 대하여 2005-08-31 17931
6673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만 김동렬 2005-12-19 17928
6672 노무현호의 개혁철학 image 김동렬 2003-01-10 17913
6671 명품 서울 삼만불 경기도 김동렬 2006-04-03 17909
6670 노무현 단일후보 결정 국민 2002-11-25 17907
6669 경성대앞 이회창 연설회!(펌 최고 인기글) 김동렬 2002-12-01 17896
6668 마음의 구조 image 1 김동렬 2010-11-01 17892
6667 태양 image 김동렬 2003-05-31 17878
6666 Re..진짜 골 때림 14 2002-12-09 17866
6665 후단협의 쓰레기들의 작태(프레시안) 김동렬 2002-11-12 17863
6664 33살 케빈 카터의 죽음 image 김동렬 2006-01-17 17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