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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65 vote 0 2019.12.03 (14:48:14)


    정보를 싣는 그릇은 만남이다


    궁극적인 단계에 도달하면 세상은 정보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정보를 어디에 싣는가? 어떤 둘의 만남에 정보를 실을 수 있다. 우리는 바구니에 채소를 담을 수 있다. 사실은 지구의 중력에 실은 것이다. 중력이 없다면 채소는 바구니에 붙어 있지 않을 것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질들 간의 상호작용이다.


    우리는 표정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상대방 눈동자와의 사이에 정보를 싣는다. 우리는 빛과 소리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역시 그것은 어떤 둘의 만남이다. 모든 존재는 궁극적으로 어떤 둘의 만남이다. 만남에 정보를 실을 수 있다. 고유한 것은 없으며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달고 납이 무겁고는 만나는 방식이 결정한다.


    보통은 본질이라는 말로 도피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나, 노자의 도나, 주자의 이나, 석가의 법이나, 칸트의 이성이나, 종교의 영혼이 그것이다. 현상의 배후에 본질이 있고 거기에 중요한 것이 숨어 있다는 거다. 막연한 말에 불과하다. 잘 모르겠고 파헤쳐봐야 안다는 식의 둘러대는 말이다. 현상은 보이고 본질은 감추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 진실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돈이 없는 사람이 금고에 있다니깐, 계좌에 있다니깐 하고 둘러댄다. 이데아에 숨겨놨다니깐, 도에 감추어뒀지, 리에 숨겨놨어, 법에 보관해놨다구, 보이지 않는 이성에 특별한 것이 있어, 보이지는 않겠지만 영혼에 뭔가 근사한 것이 있다구. 그냥 둘러대는 말일 뿐 뜻이 없다.


    과학자들은 원자라든가 물질이라든가 입자라든가 하는 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모호해져 버렸다. 원자와 양성자, 전자, 소립자, 렙톤, 쿼크, 초끈 이러다가 막혀버렸다. 내부가 채워져 있고 질량과 부피를 가지며 단단하고 관통할 수 없으며 운동한다는 뉴튼 이래의 전통적인 물질개념은 수정되어야 했다.


    지금은 기본단위니 상호작용이라는 표현을 쓴다. 구조론은 어떤 둘의 관계 곧 얽힘에 정보를 싣는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물질을 궁극적인 단계까지 쪼갤 필요가 없다. 컴퓨터가 정보를 싣는 것과 같다. 컴퓨터는 전기의 연결과 단절에 정보를 싣는다. 어떤 둘의 만남에 정보를 싣는다면 이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이다.


    우주의 가장 깊은 비밀이 풀려버렸다. 본질이니 속성이니 하는 말은 필요없다. 영혼과 이데아와 이성과 도와 이와 법을 찾을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은 관계에 존재하며 그것을 통제하려면 구조라는 그릇에 담아야 한다. 담아내는 방법은 닫힌계에 에너지를 가두고 통제하는 것이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순서로 정보가 작동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2.03 (16:37:37)

"모든 것은 관계에 존재하며 그것을 통제하려면 구조라는 그릇에 담아야 한다."

http://gujoron.com/xe/1145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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