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시대의 명암 손정의도 위태롭다. IMF 시절 김우중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서 한 말이 있다. ‘첫째도 수출, 둘째도 수출, 셋째도 수출, 수출만이 이 위기에 대한민국의 살길입니다.’ 수출 외통수에 걸렸다. 그리고 보기 좋게 망했다.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말한 사람은 손정의다. 위기에 외통수는 리스크를 높인다. 불안요소다. 이건희는 달랐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다. IMF가 나기 4년 전의 일이니 이건희는 뭔가 촉이 있었던 거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삼성 사내방송에서 이상한 것을 포착했던 것이다. 불량품이 납품되었다. 라인 담당자가 칼로 쓱쓱 깎더니 불량품을 그냥 조립하는 것이었다. 한국인 특유의 꼼수다. 라인을 세우지 않고 야매로 얼렁뚱땅 무마한다. 에스키모에게 냉장고 팔고 아프리카에 난로 파는 김우중이 이 장면을 봤다면? ‘저 친구 재치 있네. 승진시켜줘라.’ ‘불량품 하나 때문에 라인스톱이라니 말이나 돼? 머리를 쓰라구. 이 친구야.’ 이건희는 말했다. ‘이것들이 장난하냐? 비행기가 음속을 뚫으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꿔야 한다구. 얼렁뚱땅해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어.’ 이건희와 김우중은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둘 다 능력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을 철저히 하는 이건희 정신이지 말빨과 인맥으로 요령껏 넘기는 김우중 수법이 아니다. 물론 김우중 방법도 먹힐 때는 먹힌다. 그러나 중국이 올림픽에서 3위 하면서도 축구는 닭백숙 축구인게 그렇다. 닭백숙이라는 말은 중국 네티즌들이 손흥민 경기를 보고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다. ‘우리 중국대표팀 닭백숙들이 그래도 술은 잘 먹잖아. 여성 팬들한테 인기는 있잖아. 놀 때는 화끈하게 놀잖아. 배도 볼록하잖아. 손흥민보다 못한건 축구밖에 없지.’ 이런 식으로 자조한다고. 왜 중국은 단체경기가 안 될까? 기본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 체계화, 초기화 이런게 안 되어 있다. 70년대 이야기지만 중국 어느 시골에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만든 지도를 사용하고 있더란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도대체 중국지도 하나 안 만들고 뭐 한 거야? 심지어 마을에 이장이 있는데 이장은 일본군이 만든 일본 시스템이다. 원래 중국은 이장이 없다. 마을의 대표자는 누구지? 그런거 없다. 문제는 일본군이 물러가고 30년이 지났는데도 이장시스템에 만족하고 어느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고 그냥 이장이 마을을 통치하더라는 거. 주먹구구로 얼렁뚱땅 일처리를 한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각자 자기와 친한 꽌시를 전화로 불러낸다. 빽이 센 사람이 이긴다. 이런 식으로 국가 전체를 엉성한 시스템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축구가 안 되지. 박항서는 단지 기본을 했을 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히딩크가 보니 기본 중의 기본인 체력이 안 되어 있다. 베트남 대표팀은 식단조절이 안 되어 있다. 기본이 안 된 주제에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수는 없다. 손정의는 기본이 되어 있을까? 뭔가 나사가 하나 빠져 있지 않은가? 지금 중국은 위기다. 99년의 대우그룹과 비슷하다. 김우중은 왜 그랬을까? 10이 필요하다면 8은 자력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2는 인맥으로 때우고 말빨로 때운다. 그게 경쟁력이다. 누구든 김우중과 30분만 대화하면 다 넘어간다. 김우중은 김대중 대통령을 설득했다. 김대중은 원래 김우중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우호적이다. 대우를 살리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빅딜도 거부하고 위기에 쌍용을 인수하며 되레 사세를 키워 대한민국 전체를 인질로 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김우중은 수완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어떻게 한국에서 둘째가는 재벌이 되었을까? 사실은 정권이 부실기업을 떠넘겼다. 대우가 문어발로 확장한 것이 아니라 전두환이 골치 아픈 부실기업을 김우중에게 떠넘기고 해결을 부탁했고 김우중은 수완이 탁월하여 병든기업을 다 살려냈다. 수출만 뚫으면 기업이 살아난다. 문제는 국내용이라는 거다. 세계무대로 나가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죽이려 든다. 약점만 있으면 물어뜯는 곳이 세계무대다. 노무라증권이 약점을 포착하고 물어뜯었다. 죽이려고 찔러대는데 죽지 않겠는가? 그래서 죽은 것이다. 약점이 있으면 안 된다. 이건희는 1993년에 알았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는 눈꼽만한 약점도 용납이 안된다는 사실을. 김우중은 계속 어리광이었다. 수출금융만 내주면 살 텐데. 문제는 IMF 시절이라 다른 나라가 감시한다는 거. 대우그룹만 특혜를 줄 수 없다.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면 안 된다. 아프리카에 난로 팔면 안 된다.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인맥으로 어떻게 해결이 안 되는 거다. 당시 대우조선공업 기술연구소장이 기술개발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우중은 '기술이라는 건 필요할 때 밖에서 사오면 되는 건데 왜 쭈그려 앉아서 기술 개발이나 하냐?'며 반박했다고 한다. 개념이 없는 양반이다. 국가 1년 예산이 70조 원 시대에 대우빚이 70조 원이었다. 이름은 르망, 앞에서 보면 실망, 옆에서 보면 절망, 실내를 보면 엉망, 타고 보면 사망. 이런 말은 경쟁사인 현대차 판매원들이 지어냈다고 했는데 르망의 아래로 처져 있는 범퍼를 보고 필자는 대우의 운명을 직감했다. 에스페로는 디자인이 괜찮았는데 르망은 참. 눈물이 난다. 일단 범퍼가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고 틈새가 벌어져 있는데 문제는 그런 르망을 그대로 광고에 쓴다는 거. 광고사진에 조립불량이 보인다. 누비라는 누비이불도 아니고 누더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전문가를 무시하고 기초가 안 된 채로 장난하듯이 기업을 하는 것이다. 김정은 하는 짓을 봐라. 삼지연군을 멋대로 삼지연시로 바꾸고 심심산골에 도시를 하나 뚝딱 지어놨다. 혼자 심시티 놀이를 하고 있다. 누비라 작명은 최악이다. 전문가의 영역을 아마추어가 장난하듯이 덤비고 있다. 무슨 누비이불 장사를 하고 있어. 개념이 안드로메다였다. 현대차도 오너가 손대서 디자인을 망친다는 설이 있는데 비전문가인 그룹회장이 지가 무슨 김정은이라고 작명에 손을 대냐고. 미친 거다. 부하들은 죄다 예스맨인지 누비이불이 뭐가 좋다고 그걸 받아들여. 게다가 디자인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당최 기본이 안 되어 있잖아. 현대는 바보라서 포니 디자인을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맡겼겠느냐구. 에휴. 이런 녀석은 오백방을 맞아야 한다. 국내무대는 안철수, 나경원식 어리광이 통하지만 세계무대는 얄짤없다. 무리한 해외투자는 도박이었다. 판이 커지면 반드시 찌르는 자객이 등장하는 법이다. 그동안 찔리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성과 리스크는 비례한다. 눈에 불을 켜고 죽이려고 드는게 세상의 법칙이다. 중국식으로 얼렁뚱땅 안 되고 기초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마윈도 알리바바 경영에 손을 뗐다. 자신의 한계를 알았기에. 손정의는 진작에 한계를 보였고 일론 머스크도 이제 리스크 개념을 배워야 한다. 워낙 능력이 있으니까 아슬아슬하게 먹히지만 벤처기업도 아니고 초대기업은 일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지금은 워낙 경쟁자가 없는 첨단무대에 서 있기 때문에 벤처기업 같아서 통하는 것이다. 김우중은 노조도 인맥으로 해결하려고 한 사람이다. 노조위원장 만나서 술 한 잔 먹으면 되잖아 하는 식이다. 그게 임시방편은 되지만 노조를 부패하게 만든다. 노조도 망하고 기업도 망하고 국가도 망한다. 탄압하면 안 되지만 노조와는 싸워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기업이다.
성의없이 대충 한 것이다. 비전문가의 개입. 기업을 장난하듯이 하고 있으니. 중국 축구가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오너의 간섭에 있다. 이 선수를 넣어라 빼라 갑질하고 있으니. 심지어 직접 선수로 뛴 구단주도 있다고. 왕년의 고행석 만화 수준으로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다르랴. 이상한 구단주들 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허민 이 양반도 정상은 아닐 테고. 동네축구 수준은 졸업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를 한 번 털어야 한다. 일본이 백오십 년 전에 한 것을 우리는 지금 해야 한다. 대한민국 총조사를 해서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 |
"명성과 리스크는 비례 한다. 눈에 불을 켜고 죽이려고 드는게 세상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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