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다 구조론은 세상을 프로세스로 본다. 프로세스는 앞으로 간다는 뜻이다. 진행한다. 시간이 흐르므로 만유는 진행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정지된 사물로 본다. 주체의 관점에서 대상화시켜 본다. 관측자가 있다. 자신이 관측자이므로 자신과 대칭시켜서 보는 것이다. 통째로 보지 않고 쪼개서 본다. 세상은 커다란 밀가루반죽과 같다. 우리는 그 반죽 안에 포함되어 있다. 요리사가 밀가루반죽을 어떻게 주무르든 그냥 밀가루반죽이다. 그냥 밀가루반죽인데 어떤 부분은 우뚝하여 산이 되고 어떤 부분은 우묵하여 강이 된다. 그것은 상대적이다. 모든 성질은 상대적인 관계로 있다. 산은 산이 되어야 할 내부요인이 없다. 다른 것이 빠져주는 바람에 홀로 남아서 산이 된 것이다. 바다는 바다가 되어야 할 내부요인이 없다. 다른 것이 솟아오르는 바람에 홀로 남아서 바다가 된 것이다. 그래서? 하나다. 밀가루반죽은 결국 덩어리 하나다. 태초에 우주는 하나였고 둘이 된 적이 없다. 둘은 상대적인 관계다. 우주는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였다. 본래 덩어리였고 지금도 덩어리며 앞으로도 덩어리일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덩어리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판의 말들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고유하다. 차는 원래 직진하고 포는 원래 뛰어넘는다. 말은 원래 한 칸 꺾이고 상은 원래 두 칸 꺾인다. 원래 그러하다. 바둑알은 그러한 성질이 없다. 줄을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서 성질이 결정된다. 모든 바둑알은 361로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자기가 잘해도 상대가 더 잘하면 뒤로 밀린다. 금은 곧 죽어도 금이고 은은 언제라도 은이다. 아니다. 우주 안에 고유한 것은 없고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우주전체에 의해 규정되는 상대적 존재다. 인류는 70억 안에서 규정되는 존재다. 70억을 대표하는 존재다. 70억 중에 희미한 하나가 아니라 70억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거미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바둑판의 사석으로 적진에 홀로 버려져 있지 않다. 초반은 느슨하게 존재하지만 첨예해진다. 치열해지면 한 수가 전체를 감당하게 된다. 엘리트라면 더욱 그러하다. 무의식 중에 70억의 긴장을 느낀다. 70억을 대표해서 행동하게 된다. 결정적 장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주 안에 둘은 없고 모두 하나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원론의 태도가 중요하다. 바둑게임은 하나이므로 비교하고 차별할 근거는 없는 것이다. 흑이 백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선이 악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 멋진 그림 하나 완성하기다. 진보가 보수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 새로운 호흡을 끌어낸다. 보수를 물리치기 위해 진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호흡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보수를 이용한다. |
동렬님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