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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07 vote 0 2024.02.06 (17:48:32)


    아이디어


    인간은 문제를 주고 압박하면 곧잘 해결하지만 백지상태에서 능동적인 생각은 못한다. 창의하지 못한다.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방아쇠를 격발하듯이, 스위치가 켜지고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이 아이디어가 모습을 딱 드러내는 순간을 잡아야 한다.


    나는 방향감각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방향은 안이다. 어떤 견해든 방향이 밖이면 틀렸다. 뭔가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 생각은 보나마나 틀렸다. 반대로 뭔가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바른 판단이다. 1초 안에 직관할 수 있다.


    인간의 직관력은 에너지의 방향성을 이용한다. 에너지는 언제나 안으로 간다. 에너지가 밖으로 나가면 압력이 줄어서 동력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로의 연결이 끊어지고 사건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우주의 근본 방향은 밖에서 안이다.


    방아를 찧는다. 절구공이 안을 찧는 것이다. 밥을 먹는다. 안으로 먹는 것이다. 남녀가 사귄다. 서로의 안을 향해 다가선다. 공을 던진다. 공 안으로 에너지를 집어넣는다. 밖으로 나가도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 동작은 에너지를 안으로 집어넣는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안이냐 밖이냐. 방향판단이 첫 단추다. 거기서 줄거리가 결정되면 이에 연동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는 것이다. 방향판단은 1초만에 가능하다. 몸에서 신호가 온다. 방향이 틀리면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게 직관력이다.


    직관의 힘


    동기를 부여하려면 애국심이나 정신력을 강조할게 아니라 유명인을 만나게 해줘야 한다. 보통 사람은 포르쉐를 타보면 전율한다. 잘난 사람은 스티브 잡스를 만나면 전율한다. 그럴 때 호르몬이 나온다. 호르몬이 인간을 바꾼다.


    손흥민이 열심히 뛰는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더 높은 레벨의 선수들을 만나고 흥분했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뇌 속에서 분비된다. 밖이 아니라 안이다. 애국심은 밖이다. 외부를 보는 시선은 틀렸다. 내부에서 찾아야 진짜다.


    외부와 연결하려면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끈이 흑백논리, 이분법, 대칭적 사고, 양자택일, 이항대립, 이원론, 갈라치기, 프레임 걸기다. 문제는 끈만 붙잡고 있다는 거다. 강아지는 잃어버리고 목줄만 꽉 쥐고 있다.


    인간은 한 꺼번에 두 가지 생각을 못한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놓친다. 목줄에 집중하면 강아지를 놓친다. 인간은 등 뒤가 불안하면 전진할 수 없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등 뒤를 걱정하지 않는다. 엄마품 안이기 때문이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더라도 반응점은 내부에 있다. 여자친구와 트러블이 있어도 거기에 반응하는 마음은 내부에 있다. 무조건 내부를 봐야 한다. 정 안 되면 한 단계 위로 차원을 올려서 높은 단위에서 역시 내부를 바라봐야 한다.


    사실주의


    물가의 새는 왜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는가? 체온을 절약하기 위하여? 말은 왜 서서 잠을 자는가? 맹수가 습격하면 재빨리 도주하기 위하여? 천만에. 위하여는 틀렸다. 말은 원래 서서 잠을 잘 수 있고 새는 원래 한쪽 다리로 설 수 있다. 신체구조가 그렇다.


    한국은 튀르키예 국명을 터키에서 튀르키예로 바꿔서 불러주고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키이우로 정정해주고 있다. 다른 나라는 그렇게 안 하는데?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기 때문인가? 천만에. 한글로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표기가 되는가?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이유는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못하는데 하겠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과 구조는 내부에 있다. 내부에 갖추어져 있는 것에 의하여다. 의하여는 안이고 위하여는 밖이다. 의하여는 항상 옳고 위하여는 무조건 틀렸다.


    위하여는 미래의 예측이다. 미래는 안이 아니라 밖이다. 예측도 영향이 있지만 그것은 진짜 동기가 아니다. 도박꾼은 돈을 딸거라는 예측 때문에 도박을 하는게 아니라 도박중독자의 뇌에서 호르몬이 나오므로 도박을 하는 것이다. 호르몬을 끊어야 해결된다.


    사실 위주의 사유는 옳고 논리 위주의 관념적 사유는 틀렸다. 사실은 안으로 가는 길이 하나인데 논리는 밖으로 가는 길이 둘이다. 안은 중심이고 중심은 하나다. 밖은 두 방향이다. 안의 몸통은 하나고 밖의 팔다리는 둘이다. 1은 항상 옳고 2는 일단 틀렸다.


    방향판단


    사유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에너지의 몰아주는 성질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에너지의 방향이 정해지면 그 쪽으로 쭉 미끄러진다. 닫힌계 내부에 압력이 걸리면 부품들이 서로 연동되어 관성력이 작용하여 기세를 타고 한 방향으로 계속 간다.


    인류의 사유하는 방향은 밖에서 겉을 보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서로 떨어져 있다. 떨어진 것을 연결하려면 논리가 필요하다. 이분법, 이항대립, 흑백논리, 양자택일, 프레임 걸기는 떨어진 둘을 잇는 연결고리다. 떨어져 있다는 전제가 들어가면 이미 틀렸다.


    내부 메커니즘을 봐야 한다. 내부는 연결되어 있으므로 연결논리가 필요없다. 흑백논리가 필요없다. 사유의 방향은 수렴이어야 한다. 사건은 내부로 들어갈수록 차원이 낮아지고 범위가 좁혀진다. 연결된 내부로 좁혀서 보는 것이 사실주의 사고방식이다.


    흑인과 백인, 여자와 남자, 전라도와 경상도로 둘식 짝짓는 것은 떨어져 있는 둘을 연결하려는 거다. 연결논리를 들이대는 논리 위주의 사고방식은 전부 거짓이다. 그게 관념이다. 에너지로 연결된 내부로 들어가는 사실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갈아타야 한다.


    에너지 압력의 전달이 결정한다. 의하여는 옳고 위하여는 틀렸다. 안을 보면 옳고 밖을 보면 틀렸다. 좁히면 맞고 넓히면 틀렸다. 수렴방향은 맞고 확산방향은 틀렸다. 마이너스 옳고 플러스 틀렸다. 일원론 옳고 이원론 틀렸다. 방향이 틀렸으면 볼 것도 없다.


    일치지향


    이분법. 이항대립, 흑백논리, 양자택일, 이원론, 갈라치기, 프레임 걸기 논리는 작은 하나의 단서를 잡고 외부로 뻗어나가는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외부를 건드리는 분열의 논리다. 갈등을 부추긴다. 차별과 증오와 대립을 유발한다. 모든 악의 근원이다.


    내부로 좁혀가는 생각은 없을까? 반야심경의 공이 있다. 색은 여럿인데 공은 하나다. 노자의 도가 있다. 집은 둘이라도 연결하는 길은 하나다. 공자의 중용과 석가의 중도가 있다. 변은 둘이나 중앙은 하나다. 플라톤의 이데아나 아케나톤의 일신교도 비슷하다.


    대개 명확하지 않다. 어렴풋이 감을 잡았을 뿐 구체적인 액션을 찔러주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말하는 일치는 보다 명확하다. 연극은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왜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나의 사건, 하나의 주제로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밸런스의 일치는 우주의 본질이다. 정과 반, 선과 악,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은 불일치다. 남한과 북한은 불일치한다. 인간은 불일치에 고통스러워하고 일치에 쾌감을 느낀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만나는 어사출도 장면은 둘의 마음이 일치하는 그림을 연출한다.


    일치할 때 전율한다. 도파민 나와준다. 마음이 일치해야 커플이 된다. 일치야말로 모든 예술과 문학과 삶의 본질이다. 공을 차도 동료와 호흡이 일치해야 패스가 전달된다. 홈런이 나오려면 공과 방망이가 일치해야 한다. 일치 지향적인 사고가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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