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101 vote 0 2019.07.11 (18:06:15)

    귀신의 존재를 믿든 안 믿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만약 귀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얼른 증명해서 노벨상 수상을 노려야지 뭣하고 앉아있는지는 매우 궁금하다. 앞뒤가 맞아야 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에 대해 초연한 인간들이 내가 보기에는 참 얄궂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게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인가? 이판사판 사생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알아봤는데 결론적으로 귀신은 없다. 내세도 없고 천국도 없고 타임머신도 없고 초능력도 없고 환생도 없고 없어야 할 것은 다 없더라. 이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통쾌하다.


    이게 정리가 되어야 큰 틀에서의 방향감각을 얻을 수 있다. 귀신이 있든 없든 그것은 귀신의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인간을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장군이 전쟁에 임하여 귀신을 믿고 점이나 치고 있다면 병사들이 그런 장군을 믿을 수 있을까? 곤란하다.


    보스가 내세를 믿는다면 갑자기 회삿돈을 불우이웃돕기에 써버리고 회사는 파산할 텐데 그런 회사에 취직해도 될까? 음모론이나 찾아다니는 찐따를 선배라고 따를 수 있을까? 심리적 도피처를 찾는 사람은 세상과 맞서 싸우지 않고 도망갈 궁리나 하는 건데 그런 사람을 따를 수 있나?


    남들 눈치나 보며 대충 묻어가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는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을 대표자로 보느냐. 졸로 보느냐다. 자신이 인류의 대표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는 대화에 끼워줄 이유가 없다. 자신을 졸로 보는 자는 졸로 대접해주는 게 맞을 거다.


    I have deep faith that the principle of the universe will be beautiful and simple. 나는 우주의 원리가 아름답고 단순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왜 우주의 원리가 아름답고 단순할 것이라고 믿었을까? 지저분하고 복잡하면 소인배가 숨을 곳도 많을텐데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숨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숨으려고만 하는 비뚤어진 자세가 문제인 거다. 당당해야 한다. 왜 복잡함과 난삽함 뒤에 숨으려 하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우주가 단순하다는 것은 일원적이라는 의미다. 아름답다는 것은 대칭적이라는 말이다. 곧 통제가능하다는 말이다. 우주는 대칭적이고 일원적이며 그러므로 통제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피아구분이 일어난다. 대화를 할 만한 우리편인지 말 안 통하는 적군인지다.


    개미라면 일개미가 될지 병정개미가 될지 신분이 정해지는 지점이 있다. 인간이라면 진리를 추구하는 주인공이 될지 단순히 쪽수 채워주려고 온 엑스트라가 될지다. 자기 신분은 자기가 정해야 한다. 우주의 원리가 아름답고 단순하다고 믿는 사람만 구조론을 배울 자격이 있다.


    귀신, 내세, 초능력, 텔레파시, 내세, 천국, 환생, 영혼, 유령, 요정, 사탄, 천사 따위로 분점을 내고 자꾸만 지점을 개설하여 누더기를 만들지 말라. 아름답지가 않잖아. 지저분하잖아. 통제가 안 되잖아. 일을 진행시킬 수 없잖아. 우주는 사건이고 사건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일한다.


    우주는 일한다. 정적우주는 일하지 않는 죽은 우주다. 팽창우주는 일하는 살아있는 우주다. 직관적으로 정적우주보다 팽창우주가 자연스럽잖아. 일하려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가 일하지 않는데 인간이 어떻게 일하겠는가? 일하지 않는데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인간이 일하므로 우주도 일해야 한다. 그러므로 팽창해야 한다. 이게 더 자연스럽고 단순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결따라 가는 것이다. 결맞음이 있어야 한다. 거추장스러운 것은 쳐내야 한다. 일하려면 한 방향으로 정렬해야 한다. 포드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일원론이 정답이다.


    구조론은 하나의 기준에 모두 맞춰내는 것이다. 직관의 모형을 머리에 세팅해 놓고 맞춰보면 대략 맞아떨어진다. 숨으려고 하고 방어하려고 하는 졸렬하고 비겁한 생각만 없애면 직관력은 크게 발전한다. 세상을 적대하는 보수꼴통의 콤플렉스에 쩔은 비뚤어진 생각을 거둬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7.11 (22:19:56)

'우주는 대칭적이고 일원적이며 그러므로 통제가능한 것이다."

http://gujoron.com/xe/1105368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694 자유의지는 권력의지다 1 김동렬 2020-01-21 3645
4693 질서론 1 김동렬 2020-01-20 3277
4692 구조론은 언어감각이다 3 김동렬 2020-01-19 3603
4691 신은 누구인가? 1 김동렬 2020-01-17 3696
4690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라 2 김동렬 2020-01-15 4082
4689 인간은 어떻게 신과 나란히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가? 1 김동렬 2020-01-14 4431
4688 진짜와 가짜 image 2 김동렬 2020-01-13 3953
4687 원자론과 구조론 image 5 김동렬 2020-01-13 3516
4686 생산력이 본질이다 1 김동렬 2020-01-12 4336
4685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1 김동렬 2020-01-10 5030
4684 자연은 서로 지목한다. 2 김동렬 2020-01-09 3356
4683 경제의 근본 image 2 김동렬 2020-01-08 3585
4682 설득의 전제 1 김동렬 2020-01-08 3691
4681 언어의 시작 1 김동렬 2020-01-07 3573
4680 진보를 진보하라 1 김동렬 2020-01-06 3250
4679 구조론은 사건의 원자론이다 1 김동렬 2020-01-06 2991
4678 목적이냐, 상호작용이냐? 2 김동렬 2020-01-06 3811
4677 엘리트의 패배공식 1 김동렬 2020-01-02 4368
4676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 김동렬 2020-01-01 3855
4675 원인과 결과 사이 1 김동렬 2019-12-31 3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