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94 vote 0 2024.05.15 (12:20:34)

     할 말이 있었던 거다. 인간들 사는 꼬라지 보고 답답했을 것이다. 이것을 보면 저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것에 갇혀서 저것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인간은 역할에 갇히고, 관점에 갇히고, 언어에 갇히고, 본능에 갇힌다. 

   

    ###


    발자국을 보고 도둑이 다녀간 사실을 안다. 부분을 보고 전체를 안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으면 추론할 수 있다. 인간은 직관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무의식적으로 직관을 사용할 뿐 의식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깨달음은 직관의 각성이다.


    숨바꼭질하는 꼬마는 머리만 감추면 아빠가 찾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다.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모른다. 술래가 단서를 잡고 추론하는 전략에 대비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추론을 경험하고 전율하면 직관이 격발된다. 꼬마가 숨바꼭질 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것을 보고 저것을 안다. 이것과 저것의 연결고리를 알면 직관할 수 있다.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알면 추론할 수 있다. 이것과 저것을 통일하는 것은 메커니즘이다. 메커니즘에 에너지를 태우면 변화의 방향과 순서를 결정하는 시스템의 완전성이 드러난다.


   ###


    우리는 객석에 앉은 관객이다. 보이는 것은 보지만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한다. 무대 뒤의 연출자를 보지 못한다. 복제본 입장에서 사유할 뿐 원본의 입장을 사유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하나 둘씩 단위로 존재한다. 그것은 전시된 것이다. 전시하는 자를 봐야 한다. 과일은 하나씩 매달려 있지만 그것을 매다는 것은 단위가 없고 대신 밸런스가 있다.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있다. 우리는 받는 사람 포지션에서 맞은 편을 보지 못한다. 자연이 부르면 인간은 응답한다. 인간은 응답자의 위치를 지키며 호출자를 보지 못한다. 자연이 간섭하면 인간은 방어한다. 인간은 방어자 언어에 갇혀 진리를 보지 못한다. 언어를 바꾸고 보는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원본의 입장을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능동적으로 보려면 매개가 필요하다. 인간은 내부에서 자발적 변화를 조직하지 못한다. 자체 엔진이 없다. 지식의 매개를 외부 환경에서 조달하므로 본질을 보지 못한다.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보지 못한다. 다가오는 것만 볼 수 있고 쳐들어가서 보지 못한다. 다가오면 본의 아니게 맞서게 된다. 상대를 부정하게 된다. 포지션의 함정에 갇혀버린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3113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3348
6821 정말 알고싶습니다 지역감정 아다리 2002-10-09 13225
6820 대선을 딱 두달 앞둔 마음^^ Y 2002-10-09 12650
6819 강교주 오늘 무기 하나 하사하시다 아다리 2002-10-09 13449
6818 Re..지역감정은 실체가 있는 것입니다. 김동렬 2002-10-09 15131
6817 Re..옛날 의리의 김영배가 skynomad 2002-10-09 15047
6816 전 지역감정의 생산과정에 더 주목했습니다 아다리 2002-10-10 13436
6815 Re..그게 다 조직의 생리에요. 김동렬 2002-10-10 15253
6814 Re..써둔 글인디 재미로 함 보시구랴 무림거사 2002-10-10 14603
6813 어차피 총대매는 거 뿐 무림거사 2002-10-10 14975
6812 안웃기는 이야기 김동렬 2002-10-11 16423
6811 국익 해치는 자들에게 국가 맡길 수 있나? 김동렬 2002-10-11 13078
6810 노하우에 쓰신 글... 감직이 2002-10-11 14403
6809 Re..이회창은 조기 낙마해야 김동렬 2002-10-12 14570
6808 개혁정당 모임을 다녀와서 아다리 2002-10-12 14823
6807 Re..오늘 토론회 어땠나요? 까웅아빠 2002-10-13 14785
6806 제안 하나 (한겨레신문에 전단지 끼워 돌립시다) 아다리 2002-10-13 15348
6805 씽.. 너무 속상하다.. ㅠㅠ 키쿠 2002-10-13 13967
6804 토론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김동렬 2002-10-14 12196
6803 Re..위로의 말 한마디..^^ Y 2002-10-14 14351
6802 개혁 국민정당에서 김동렬 2002-10-14 1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