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69 vote 0 2024.09.26 (10:35:30)

    신이 악을 막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전능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선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가? 그렇다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가 그를 신으로 불러야 하는가? [에피쿠로스의 역설]


    ‘악의 문제’라는 타이틀로 방대한 내용이 나무위키에 기술되어 있다. 인류는 방대한 삽질을 하고 있다. 황당한 내용이다. 인간은 도무지 생각을 안 한다는 증거다. 악은 인간의 행위다. 악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악행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악이라는 원소나 물질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한다.


    행위가 악인데 동사를 쓰지 않고 명사를 사용한다. 장난하냐? 이것들은 진지하지 않다. 그냥 심심풀이로 말장난을 하려는 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지구에 한 명도 없다. 이 행성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다. 


    악은 선의 반대다. 악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밥을 먹으면 똥이 나오고 선을 행하면 악의 찌꺼기가 남는다. 음식쓰레기 분리수거처럼 그것은 필연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의 선인들을 감시해야 한다. 요리사가 요리만 잘하고 음식쓰레기는 그냥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떤 선한 사람이 주석님 사진이 비를 맞고 있다고 소리 질러서 이후 모든 북한 주민이 괴롭게 되었다. 어떤 선한 사람이 사또님을 위해 송덕비를 세우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조선왕조가 망했다. 존댓말 처음 만든 사람도 선한 사람일 텐데 이후 한국인은 괴롭게 되었다. 처음 방송에서 선배님이라고 호칭한 연예인도 선한 사람일 텐데 개콘 망했다. 모든 망하는 것의 배후에 선을 넘은 선이 있다. 


    우리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경우 선은 비합리적이다. 효용이 비용을 넘는 선은 악이다. 어떤 착한 사람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바람에 이후 모든 학부모가 촌지를 바치게 되었다. 교실붕괴로 이어졌다. 


    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악은 없다. 합리적인 선과 비합리적인 선이 존재할 뿐이다. 선의에 의한 행동이 결과가 나쁘면 악이다. 당장 좋은 것도 시간이 흐르면 나빠진다.


    순수한 악은 없다. 순수한 악은 악 자신에게도 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악은 자기 자신에게만 선하거나, 가족들에게만 선하거나, 패거리에게만 선하거나, 자기 계급에게만 선하거나, 일시적인 기분으로만 선하거나 하는 식으로 문을 닫아건다. 닫힌사회는 악이다. 작은사회가 악이다. 정의당이 순수한 악인 이유다.


    마약을 섭취하는 자도 지금, 이 순간의 자기 기분에는 선하다. 기분이 좋다. 좋으니까 선이다.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가 잘못되면 악이다. 잘못되는 이유는 공간의 밸런스를 조절하지 않고 시간의 전략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의 밸런스와 시간의 전략이 선이며 밸런스를 어기고 전략을 깨뜨리는 행위는 악이다. 부분이 전체를 넘으면 악이다. 비용이 효용을 넘으면 악이다. 단기적인 이득이 장기적인 권력을 넘으면 악이다.


    인간이 선을 지향하므로 악이 발생한다. 흥부가 놀부를 만들었다. 선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감성팔이, 진정성타령, 성찰놀이, 품성놀이, 인성놀이, 생태타령이 선을 비합리적으로 만든다. 사람을 격동시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관종 특유의 권력의지가 개입하는 순간 곽튜브 되고 강형욱 된다. 


    개대장의 위악이 낫다. 김기덕은 알고 있었다. 그의 주인공들이 위악을 저지르는 이유다. 그러나 사회에 팽배한 위선의 발톱을 피하지는 못했다.


[레벨:4]혜림

2024.09.26 (11:26:40)

김기덕이라는 인물에 대해 동렬님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계신가요? 이 글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전부터 동렬님 글을 구독해온 사람으로서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간간히 지나가듯 언급해온건 많이 봤지만 종합적인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예술적인 공헌과 개인적인 잘못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데요. 김기덕의 개인적인 잘못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원순의 경우는 공교롭게도 재판 전에 사망해서 그 미투가 정확하게 사실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김기덕은 동료 배우가 인정한 부분도 있고 사망 전에 도망다닌 사실도 있고요. 물론 그런 개인적인 책임과는 별개로 사회에서 이용당하기 좋은 인물이라는 점에는 매우 동의합니다. 하지만 민희진이나 강형욱 등등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평론을 읽은바 있으나 김기덕에 대해서는 문제가 터진 이후에 정확하게 평론을 하신 글을 본 일이 없어서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4.09.26 (12:42:37)

  예술가는 다 이상한 사람들이지요. 보통사람의 도덕규범에 얽매이면 예술을 못합니다. 쿠르베나 마네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다들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정신인가? 그래서 사회에 중심을 잡아주는 평론가의 활약이 필요한 것입니다. 평론가는 현재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미래를 예언해야 합니다. 마광수도 미래를 잘못 예언해서 망했는데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선진국이 될수록 개인의 영역은 확대되고 머지 않아 한국에도 누드 해수욕장이 들어서지 않을까? 그렇게 되었으면 마광수는 선지자로 대접받았을 것입니다. 미국에도 비슷한 그룹이 있었는데 에이즈 폭탄을 맞고 라즈니쉬 폭탄을 맞고 뉴 에이지 운운하던 히피들은 한 방에 갔습니다. 그런데 지식인 중에도 히피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히피도 가고, 뉴에이지도 가고, 라즈니쉬도 가고, 마광수도 가고 한국에서 누드해수욕장은 꿈도 못 꾸는 전체주의 사회가 되었으므로 승리자의 입장에서 마광수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은 예술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 않는 쓰레기입니다. 마광수가 결국 졌다. 현실을 받아들여라. 이러는 자들은 인간실격. 지식인의 대화상대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정치적 프레임이 걸려 있습니다. 결국 예술에 대한 담론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담론이라는 거. 한국에는 좋은 평론가가 없습니다. 다들 권력의 눈치를 보고 교회의 눈치를 보고 세태의 흐름에 편승하여 비겁한 발언을 합니다. 한쪽에는 교주화 하고 한쪽에는 악마화 하는 게임이 벌어집니다. 객관적으로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김기덕을 악마화 하는 프레임은 결국 전체주의 세력이 대한민국에서 승리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는 예술가의 끼가 있었고 80년대의 히피붐에 잘못 편승하여 마광수처럼 실수한 사람입니다. 예술가니까 좀 봐주자. 예술가들이 다 그렇지 하는 시선과 놔두면 교주화 될지 모른다. 미연에 방지하자. 김기덕을 죽여야 내가 산다고 생각하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는 것이며 나는 그 중에 하나는 인간이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김기덕은 안죽었어요. 지금은 승자들이 전리품을 챙기는 때니까 숨죽이고 있는 거지요. 정치와 예술이 갈등한다면 어느 편에 서느냐의 문제입니다. 정치중독자와 대화할 이유가 있을까요?


  다산 정약용이 정조한테 쓴 반성문으로 보면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는게 정약용의 기독교 신앙 변명입니다. 이후 서학은 죽음을 찬미하는 반인간 집단이라며 성토하는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처음에는 안그랬거든요. 공산주의도 비슷한데 우리가 아는 공산주의는 스탈린이 만든 것이고 그 내막은 나중에 알려졌으며 40년대까지는 공산주의는 단순히 토지개혁을 의미했습니다. 사람들이 과거를 잊어먹으니까 소급해서 홍범도를 공산당으로 몰아붙인다는 말이지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치이는 것은 당연한데 중요한 것은 그런 판단을 누가 하느냐입니다. 평론가들 할 일이라는 말이지요. 평론가가 없으면 망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리버럴과 전체주의 세력의 싸움에서 근래에 리버럴이 밀린 것이며 반대로 과거에 리버럴이 폭주하던 때도 있었던 것이며, 김기덕은 리버럴이 폭주하던 때의 인물이며 지금은 반전되어 성찰이니, 진정성이니, 품성이니, 인성이니, 하면서 좌파가 전체주의와 결탁한게 사실입니다. 전체주의와 결탁한 좌파를 저는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연결고리가 된게 김일성의 품성론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악의 문제 2 김동렬 2024-09-26 3869
7026 내동설과 외동설 김동렬 2024-09-25 4654
7025 더 헌트 닫힌 사회의 비극 image 1 김동렬 2024-09-25 4778
7024 곽준빈의 경우 김동렬 2024-09-24 4615
7023 인간 여자가 발정기를 숨기는 이유 1 김동렬 2024-09-24 4674
7022 인간의 불편한 진실 김동렬 2024-09-23 4779
7021 근대과학의 두 기둥 김동렬 2024-09-23 4551
7020 장기표 그때 그 시절 1 김동렬 2024-09-22 4423
7019 결정론과 확률론 김동렬 2024-09-21 4172
7018 유한동력 김동렬 2024-09-20 3868
7017 김건희, 김영선, 이준석, 김종인, 명태균 김동렬 2024-09-19 4574
7016 무한동력의 진실 김동렬 2024-09-19 3453
7015 곽튜브 이현주 이나은 라쇼몽 2 김동렬 2024-09-18 4474
7014 갈릴레이의 가르침 2 김동렬 2024-09-17 3789
7013 구조는 안을 본다 김동렬 2024-09-16 2445
7012 구조의 선물 1 김동렬 2024-09-15 2941
7011 재미 있는 어원 연구 김동렬 2024-09-15 2874
7010 영혼은 없다 2 김동렬 2024-09-13 3186
7009 트럼프와 윤석열의 참패공식 김동렬 2024-09-12 3086
7008 생각하지 않는 인간 1 김동렬 2024-09-11 2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