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얼개 세상은 사건의 연결이고,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구조로 움직인다. 사건은 존재의 근본이고, 에너지는 그것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방식이며, 구조는 그것이 내부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사건이라는 바다에 에너지라는 배가 운행하되 구조라는 엔진을 쓰는 것이다. 사건이라는 사람이 에너지라는 국가를 건설하되 구조라는 정부를 갖추었다. 사건은 다른 사건과 연결되고, 에너지는 자체의 일정한 방향성이 있고, 구조는 축과 대칭이 있다. 사건은 연결되니 도로와 같고, 에너지는 방향성이 있으니 자동차와 같고 구조는 대칭이 있으니 핸들과 같다. 우리는 구조의 핸들을 조작하여 에너지라는 차의 진행방향을 바꾸어 사건을 지배할 수 있다. 그 도로를 질주할 수 있다. 우리는 정부를 움직여서 국가의 방향을 정할 수 있고 그리하여 사람을 진보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직접 핸들링하는 것은 구조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다.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것은 사건이다. 요는 전체가 한 줄에 꿰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머리와 꼬리를 분간하여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최종적인 표적은 사건이고, 실제로 날아가는 화살은 에너지고, 당겨서 쏘아야 하는 활시위는 구조다. 활에는 분명 구조가 있다. 활에서 축과 대칭의 구조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날아가는 화살에 에너지가 실려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화살이 과녁에 맞으면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면 적장은 꺼꾸러지고 사슴은 죽고 축구 스코어가 올라간다. 골이라는 사건이 완성되면 득점이라는 사건과 승리라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축과 대칭을 잘 살펴서 구조라는 킥을 하면 에너지라는 슛이 날아가서 골인이라는 사건이 완성된다. 킥이라는 구조가 틀리면 슛이라는 에너지가 빗나가고 골인이라는 사건은 실패가 된다. 사건 안에 에너지가 있고 에너지 안에 구조가 있다. 게임이라는 사건 안에 득점이라는 에너지가 있고 그 득점 내부에 다시 포메이션이라는 구조가 있는 것이다. 구조가 모여서 에너지가 되고 에너지가 모여서 사건이 된다. 킥이 모여서 득점을 올리고 득점이 모여서 승리가 얻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것은 사물이고 사물은 물질로 만들고 물질은 속성이 있다. 무엇이 다른가?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근원의 하나가 복제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물은 그냥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사물은 어떤 이유로 여럿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누가 모아줘야 한다. 게임 안에는 당연히 득점이 있고 득점 안에는 당연히 킥이 있다. 야구로 치더라도 게임 안에 스코어가 있고 그 스코어 안에는 다시 투수와 타자의 대칭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구조를 조작하여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 이겨서 득점을 올리고 그 에너지가 축적되어야 사건에 이긴다. 그런데 사물은 다르다. 속성을 모아 물질이 안 되고 물질을 모아 사물이 안 된다. 왜냐하면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달고 식초가 신 것이 속성인데 그 짜다와 달다와 시다를 모으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 속성은 소금에 없고 혀와 소금 사이에 걸쳐져 있기 때문이다. 혀는 소금 밖에 있다. 구조는 에너지 안에서 작동하는데 물질의 속성은 그 물질 바깥에서 작동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상대적이다. 금이나 은의 무게는 비중을 재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달에서는 금이 가볍다. 이러면 곤란해진다. 반면 사건과 에너지와 구조의 관계는 절대적이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축과 대칭의 구조를 틀면 확실히 에너지가 통제된다. 에너지의 진행방향을 바꿀 수 있다. 확산과 수렴 중에서 얼마든지 핸들을 꺾을 수 있다. 속성을 모아 물질이 안 되고 물질을 모아 사물이 안 된다. 예컨대 책상을 만들었다 치자 책상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책상이 되는 것이다. 사물이 책상이라면 돌로 만들어도 되고 쇠로 만들어도 되고 나무로 만들어도 된다. 이것도 이상하다. 결정적으로 우이독경이 된다. 종이로 책을 만들어서 염소에게 주면 맛있게 먹어버린다. 나는 분명히 책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밥이 되었다. 이거 이상하잖아. 혼란하다. 혼란해. 사건>에너지>구조로 가는 얼개는 절대적이며 확실하고 한 줄에 꿰어지고 통제가능하며 인간이 원하는 바를 넉넉히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물>물질>속성으로 가는 얼개는 상대적이며 불확실하고 한 줄에 꿰어지지 않으며 통제되지 않고 인간이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없다. 실패다. 하나는 일원론이고 여럿은 다원론이다. 사건은 한 줄에 꿰어지므로 일원론이고 사물은 여럿을 각각 주워섬기므로 다원론이다. 아니다. 사물은 원이 없다. 다원은 없다. 사물은 사건의 결과이며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남은 부스러기들이다. 번지수가 틀렸다. 사물이 아닌 사건을 보라. |
"사건>에너지>구조로 가는 얼개는 절대적이며 확실하고 한 줄에 꿰어지고 통제가능하며 인간이 원하는 바를 넉넉히 달성할 수 있다."
- http://gujoron.com/xe/111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