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전쟁 조국은 65년생 신세대라는 점이 각별하다. 일제강점기와 육이오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구김살없는 세대다. 전후세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통털어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실패하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법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과 입자를 거쳐 힘에 해당한다. 이들은 간단히 힘으로 눌러버리는 방법을 쓴다. 응수타진을 하지 않는다. 보통은 툭 건드려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반응을 보고 전략을 세운다. 아베가 한국을 집적거리며 간을 보는 게 그러하다. 간 보다가 망한 안철수를 떠올려도 좋다. 그 경우 외력에 흔들리게 되므로 자체 에너지를 가동하지 못한다. 관성력을 이용하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기세의 힘을 쓰지 못한다. 앞 싸움의 여력으로 다음 싸움을 이겨야 하는데 언제나 리셋된다. 몇 번을 이겼든 다음 싸움에서 이길 확률은 50 대 50이다. 싸움마다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드물게 자체 에너지로 이기는 사람이 있다. 나폴레옹과 알렉산더와 징기스칸과 곽거병이 그러하다. 그들은 상대방의 대응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는 싸움을 한다.
강적을 만나도 이기고 약한 상대를 만나도 이긴다. 싸움이 거듭될수록 기세가 붙어서 더 잘 싸운다. 흔히 한나라 때의 위청과 곽거병을 비교한다. 황제의 외조카로 태어난 곽거병과 양치기 노예로 태어난 위청은 둘 다 한무제의 부인쪽 인척으로 삼촌과 조카 사이에 전공도 비슷하다. 그러나 평판은 압도적인 곽거병의 우위다. 위청은 노예출신으로 벼락출세를 하다보니 항상 전전긍긍하며 신중하게 행동했고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기 위해 안철수처럼 노력했다. 그럴수록 평판은 낮아졌다. 반면 곽거병은 처음부터 왕자급으로 태어나서 거칠 것이 없었다. 부하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황제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적군의 허실도 탐지하지 않았다.
18세에 장군으로 데뷔해서 무대뽀로 싸워서 모두 이겼다. 그에게 전투는 부잣집 도련님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전술도 필요없고 보급도 필요없다. 부하들의 형편을 헤아리지도 않는다. 곽거병이 혼자 적진으로 돌격하면 부하들은 지휘관을 잃어먹고 한무제에게 혼날까봐 어쩔수없이 따라붙는 식의 전투였다. 단숨에 천 킬로를 진격해서 바이칼호까지 갔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경우에 따라서 가능하다. 무대뽀가 통하는 지점이 있다. 물론 한무제가 충실히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정예병력과 최고의 무기와 최고의 보급지원을 받았다. 대부분 내부의 배반 때문에 무너지는데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면? 누가 감히 황제의 조카를 배반하겠는가? 나이가 어리다보니 파벌도 없고 따라서 견제할 세력도 없다. 뒤통수 치는 사람이 없으면 당신도 무적이 된다. 앞만 보고 가면 된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과 입자가 받쳐주는 힘의 단계에서만 먹히는 방법이다. 알렉산더도 나폴레옹도 초반에는 어렸기 때문에 방해자가 없었던 것이다. 태조와 태종이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세종의 치세가 열린다. 처음부터 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으므로 이제는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고 단순무식하게 이길 타이밍이 되었다. 천재적인 지략도, 세심한 전술도, 신묘한 용병도 필요없다. 무지막지하게 두들겨서 이긴다. 역사에 한 번쯤 이런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다. 윤관 장군이 뒤를 받쳐주자 무조건 이기는 척준경처럼. 이순신은 신중하게 거북선을 준비했고, 권율은 엄격한 군율로 병사를 통제했다. 척준경은 그런 거 없다. 병사가 없으면 없는대로, 전황이 불리하면 불리한대로 홀로 적진에 난입하여 맨손으로 적장의 목을 꺾는 식이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전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다. 이런 영웅은 시대가 맞아져야 등장한다. 나이도 어려야 한다. 척준경은 스물두살 때 떴고 항우는 스물세살 때 떴다. 광개토대왕이나 세종도 어린 나이에 떴다. 이 나이 때는 견제세력이 없어 배후를 걱정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이나 박원순은 이미 견제세력이 강력하다. 지금 타이밍은 좋다. 경제성장과 촛불항쟁을 거치며 민초의 에너지가 끌어내졌다. 곽거병이 한무제의 넉넉한 지원을 받은 상황이다. 국민들은 누구든 떠오르는 영웅을 밀어서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이럴 때는 무식한 용사가 이긴다. 조국에 기대해 보자. 무대는 마련되었고 해내는지는 본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
"경제성장과 촛불항쟁을 거치며 민초의 에너지가 끌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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