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엄중하다 뭐든 옳고 그름으로 따지려는 머저리들이 있는데, 필자가 바른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 그 사람들은 홈링에서만 싸우려고 한다. 자기 집에 미리 덫을 놓고 함정을 파고 미끼를 깔아놓고 상대를 끌어들여 안마당에서만 싸운다. 진실로 말하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가능성의 문제이며 환경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정답이다. 옳고 그름의 논리가 작동하려면 많은 전제가 필요한 것이며, 그 전제가 바로 통제가능성이다. 홈링이 아니면 상대가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족구성이 복잡한 발칸반도 국가에서 단결을 외쳐봤자 먹히지 않는다. 민족구성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종교까지 뒤죽박죽인 나라에서 단결구호는 내 밑으로 들어와라는 억압이다. 단결이 아니라 제압이다. 단결이 옳고 분열이 그르다. 말은 맞는데 실제로는 제압을 시도하고 저항을 탄압하는 것이다. 단결은 좋지만 단결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많은 구조의 문제가 있는 것이며 그 과정을 건너뛰고 단결하자는 것은 생사람을 잡겠다는 의미다. 이런 식이다. 바른말 하는 사람은 중간단계의 과정을 건너뛸 의도를 숨긴다. 정답은 서로의 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이다. 긴밀해진 다음에 옳음을 추구해야 한다. 예컨대 영남지역이 더 공장의 입지조건이 좋잖아하고 말하는 사람은 다른 저의를 숨기고 있다. 액면은 맞지만 속임수가 있다. 수도권에 투자하는게 지방에 투자하는 것보다 이익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게 하면 느슨해진다. 느슨해지면 겉돌게 된다. 호남과 영남이 느슨해지고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겉도는 거다. 옳고 그르고 이전에 타이트 하게 조이는게 먼저다. 호남과 영남이 긴밀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긴밀해야 한다. 적군과 싸우기 전에 장교단을 양성해야 긴밀해진다. 일단 싸우자고 하면 말은 맞는데 진다. 싸우는게 맞지만 장교를 양성하는게 수순이다. 귀족과 평민으로 갈라져 느슨해진다. 그렇게 구조가 붕괴되면 옳아도 망하고 틀려도 망하고 무조건 망한다. 러시아 황제가 농노를 해방하고 개혁을 추진하자 더 빨리 망했다. 러시아는 크고 짜르가 사는 궁궐과 지방의 거리는 멀다. 그 간격을 메울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했다. 동학군이든 태평천국군이든 장교가 없어 망한 것이다. 피지배자 한족과 지배자 만족의 거리가 멀다. 중간 연결고리가 없었다. 청나라가 한족을 500만 명 살해한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그렇게 멀어진 간격이 쉽게 회복되겠는가? 이게 다 서태후 때문이다 하는 식은 아둔한 사람이 하는 소리다. 청나라가 산해관을 넘었을 때 청조의 멸망은 결정되었다. 광해군이 비굴한 화친을 추구했을 때 조선의 멸망은 정해졌다. 사회 총 욕망의 통제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귀족정치에 매몰된 폴란드와 오스만제국과 러시아는 욕망의 통제장치가 없었다. 중산층이 없어서 장교가 없는 오합지졸 군대처럼 망한 것이다. 그럴수록 사건의 초반단계에 머무르려고 외국과 전쟁을 벌여서 더 빨리 망한다. 태평천국군에 충의지사가 모여도 장교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 다만 군인경력이 있는 석달개의 병사들이 사천에서 홀로 고군분투했을 뿐이다. 귀족 중심으로 장교단을 편성하면 평민병사와 겉돌다 망하게 된다. 평민출신 장교를 선발하면 벼락출세한 평민이 우쭐해서 자기 친구를 끌어들여 개판을 쳐서 역시 망한다. 구조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단계에 맞게 전략을 계속 바꾸어야 한다. 낙하산을 투입하면 당연히 망한다. 간부는 사병의 주적이기 때문이다. 소대장 길들이기 들어간다. 아무도 장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장교를 평민 중에서 발탁하면 역시 망한다. 무리가 질투하기 때문이다. 귀족의 지시는 따르지만 평민의 지시는 따를 수 없다. 어제까지 한솥밥 먹는 동료였는데 오늘은 머리 숙이고 지시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민을 모아 학교를 열어 질의 균일을 끌어낸 후 그들을 일제히 장교로 투입해야 하는데 절차는 쉽지 않다. 국대 감독을 국내파로 쓰면 질투와 반목으로 망한다. 외국인으로 쓰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겉돌다 망한다. 능력이 있어도 망하고 능력이 없어도 망한다. 히딩크와 박항서의 성공은 이례적인 것이며 보통은 본프레레 망하고 슈틸리케 망한다. 전쟁으로 치면 초반은 지휘관의 판단이 결정하고 중반은 장교단의 역량이 결정하고 막판은 사병들의 사기가 결정하는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중반단계이다. 중산층이 활약하는 시점이며 이 단계에 진입하면 사회의 중간 허리역할을 하는 전문가 집단을 잘 통제해야 하는 것이며 그 중간집단들은 대부분 경제문제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다. 이들에게 권력을 주려면 우선적으로 경제부문의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 집권 2년 차부터는 당연히 시장으로 권력이 넘어가야 한다. 노무현이 괜히 그런 말씀을 했겠는가? 지금 경제상황이 위기라서 엄중한 것이 아니고 집권 5년의 중간단계에 진입하여 문재인 정권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이다. 초반은 외교로 활로를 열어 머리가 몸을 장악하도록 유도하고, 중반에는 경제로 활로를 열어 심장이 팔다리를 지배하도록 유도하고, 종반에는 인기영합 포퓰리즘으로 활로를 열어 팔다리가 매우 나대도록 유도해야 성공한다. 보통 반대로 가다가 망한다. 초반부터 사대강 합네 어쩌네 하며 노가다판 인기주의 한다. 초반부터 대중영합 인기주의로 가면 국민들 긴장 풀리고 나사가 빠져서 말을 안 듣는다. 국민이 대통령이다 하니 일베충 국민, 태극기 할배국민 진짜 자기가 대통령이 된 듯이 설쳐댄다. 수순대로 가야 한다. 폴란드 오스만 러시아 사건의 초반단계 머무르고 하다 망했다. 초반은 외교다. 그 시대의 외교는 전쟁이다. 무적의 폴란드 창기병 윙드 후사르냐 무적의 오스만 예니체리냐 무적의 러시아 코사크 기병대냐 이러다가 멸망코스로 진입한다. 모두 일의 시작단계에 머무르려고 했다. 바둑에 비유한다면 초반 포석단계만 자신이 있으니 바둑판 크기를 계속 키우는 수법이다. 바둑판이 축구장만큼 크면 그만큼 중반전투는 미뤄진다. 중반 경제단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권력이 중간허리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은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가보다 실무일을 하는 전문가 집단과 지식인이 먹는 판이어야 한다. 역대 제국들이 망한 이유는 중간 허리를 키우지 못해서 정복에서 경제로 방향을 틀지 못해서다. 알렉산더든 카이사르든 나폴레옹이든 초패왕 항우든 경제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집권한 다음 중간 세력을 키워야 하는데 조선은 양반을 키웠고 카이사르는 게르만족을 원로원으로 키우다 살해되었고 한고조 유방은 군현제로 지방관을 키웠고 초패왕 항우는 중간세력을 키우지 않고 측근만 챙기다 망했고 진시황 역시 경제를 살리지 못해서 망한 것이다. 봉건국가는 귀족을 키웠다. 신라의 골품제도는 그 시대에 고구려나 백제보다 앞섰다. 신라는 법흥왕이 법치를 제안한 이후 보통 3년 기한으로 맹세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문화가 있었다. 평민 중에 공을 세워 귀족이 된 예가 많은데 적성비의 야이차가 그런 사람이다. 백제와 고구려는 비슷한 예가 없다. 안시성주 양만춘도 실제로는 고 씨였을 가능성이 많다. 온달장군도 부인 덕에 큰 경우다. 신라도 당나라에 비해서는 중간세력을 키우지 않았다. 그래서 망한 것이다. 경쟁국가보다 중간층을 더 잘 키워야 한다. 조선은 일찍부터 선비를 키웠고 600년 전에는 분명히 일본을 앞섰다. 더 키우지 않아서 망한 것이다. 지금 문재인은 중산층과 지식인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머리와 몸통과 팔다리 사이가 긴밀해진다. 긴밀해져야 옳고 그름의 판단이 먹힌다. 긴밀하지 않은데 옳음을 외친다면 제압할 의도다. 그것은 폭력이다. 친해진 다음에 바른말로 충고해야 한다. 낯선 사람에게 옳은 말을 하면 무례한 것이다. 노방전도사들이 자기들이 옳다고 믿고 설치는 짓과 같은 것이다. 집권 4년 차부터는 대규모 퍼주기가 맞다. 노무현의 세종시는 너무 일찍 퍼줘서 충청도가 먹튀를 한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여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당의 길은 정해져 있다. 야당은 여당의 실정에 대응을 잘하면 되지만 여당은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보통 진보는 보수가 나라를 말아먹으면 바로잡을 궁리만 하다가 망한다. 박근혜가 망친 나라 바로잡고 그다음은? 바로잡으면 다 되는게 아니고 다음 단계의 미션을 제안해야 한다. 진보는 보수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낫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
"초반은 외교로 활로를 열어 머리가 몸을 장악하도록 유도하고, 중반에는 경제로 활로를 열어 심장이 팔다리를 지배하도록 유도하고, 종반에는 인기영합 포퓰리즘으로 활로를 열어 팔다리가 매우 나대도록 유도해야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