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9544 vote 0 2002.12.19 (19:51:15)

팍삭 늙어버린 느낌입니다.
이번 선거전에서 저는
웃기고 자빠진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배신, 약속, 배신, 약속, 배신 또 배신
갈데 까지 가서 변명도 필요로 하지 않는 뻔뻔스런 군상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아서
이제는 저의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민석이의 배신이야 그렇다손치더라도
2시간 남겨놓고 몽이 배신 때렸을 때는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차안에서 휴대폰으로 연락을 받고
"야! 농담하지마."
이런 일은 진짜 911 테러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911 테러날도 저는 말했거든요.
"야 장난 그만쳐! 썰렁하다구! 하하하"
그날 저는 늦잠을 잤는데
9시 30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출근해서야 그 사건이 밤새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으아~!

2시간을 남겨놓고 몽의 배신
철저한 작전입니다.
우발적으로 삐쳤다?
저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애들 장난하자는 겁니까?
완벽하게 계산된 것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환멸!
이 세상이란 것이 과연 내일 하루를 더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환멸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 이렇게 닳아버린 것이
언젠가 재충전이 될 수 있을는지
아니면 영영 닳고 닳은 인간으로 빛 바래어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으로규의 25시적 상황,
믿지 말라!, 기대하지 말라!, 차라리 체념하라!, 냉정하게 현실을 보라!
최저의 기대치로 기준을 세우라!
안다 다 안다구!
거듭 자신과 약속을 하지마는
나모 모르게 은근히 기대하게 되고
철없는 신뢰를 보내게 되고
그 기대는 또 다시 냉정한 배신으로 돌아오고..!

그래도 오늘 승리했으니 되었습니다.
이런 승부는 아마 내 인생에 두번 더 없을 것입니다.

노태우 김영삼 때 저는 투표도 안했습니다.
기대할 것도 없었지요.
김대중 때는 처음 투표했지만
지역대결이 거의 결정하였고
네티즌은 선거전에 별로 기여는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은 진짜 네티즌이 만든 대통령이겠습니다.
아마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는 승부는
내 인생에 두번 다시는 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제가 신경쓰지 않아도
대한민국 저절로 다 잘 되겠죠.

어련히 알아서 하겠습니까?
노무현인데 뭐!

몽도 떼내었겠다.
겁날 것도 없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8269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8603
6415 벌거숭이 인간들 김동렬 2022-12-18 2454
6414 체계를 찾아라 2 김동렬 2023-02-21 2454
6413 헤어질 결심 - 한국 지식인의 저급함 김동렬 2024-05-01 2454
6412 바보들과 논쟁하지마라 김동렬 2024-06-11 2454
6411 완전성의 세계관 김동렬 2023-07-15 2456
6410 순수생각 응용생각 image 1 김동렬 2022-03-04 2460
6409 연역과 인공지능 2 김동렬 2022-12-12 2461
6408 존재의 변속충격 김동렬 2023-01-10 2461
6407 행동주의 김동렬 2022-03-19 2462
6406 맹자와 순자 김동렬 2022-03-09 2465
6405 빛은 왜 빠른가? 김동렬 2022-09-26 2466
6404 지구가 둥근 증거 추가 image 김동렬 2022-02-08 2467
6403 UFO 소동 image 김동렬 2022-12-11 2467
6402 동학과 의병의 진실 김동렬 2022-06-23 2471
6401 이것과 저것 1 김동렬 2024-01-26 2472
6400 조절장치가 있다 김동렬 2023-02-06 2473
6399 사색정리 2 image 김동렬 2023-04-23 2473
6398 유통기한 소비기한 김동렬 2022-11-23 2476
6397 구조론의 의미 김동렬 2021-12-20 2477
6396 갈문왕의 수수께끼 김동렬 2023-04-09 2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