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동렬님 쓰신 책 10권 가량은 거의 다 읽고, 게시판에 있는 예전글까지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2년 정도 걸렸습니다. 회사 생활 틈틈히 읽었네요. 팟캐스트 녹음실에도 18년 말, 19년 초에 몇 번 갔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구조론적 관점에서의 해답을 찾고 싶습니다.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개인적으로 어떤 제약이나 규칙을 정해놓은 것이 있습니다.
이 일은 절대 하지 말아라 라든가, 이 코스를 갈 때는 이렇게 이렇게 단계를 반드시 밟아라 같은 내용 말입니다.
근데 제가 30대 중반 정도 되었는데,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주입받은 이런 관념들이 반드시 절대규칙은 아니더군요.
저는 오히려 삶과 세상을 현대적인 operational research(운용 과학)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구조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시공간에서의 시스템적 확률싸움" 말입니다.
그렇게 삶과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제 인생이 많이 달라졌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변수를 캐치하고, 전체적인 틀과 방향성을 보면서, 시스템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확률을 조금씩 높여나가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마지막으로 부여잡고 있는 몇 가지 규칙들(스스로 세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정적 규칙이나, 추상적 틀에 얽매이는 것이, 구조론적, 시스템적, 전략점 관점에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규칙을 졸업하려하는데, 제 이런 의사결정이 과연 구조론적으로 맞는지 궁금합니다.
써놓고 보니 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글이 되어버렸는데, 추상에 강한 구조론 연구소 분들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야구선수들도 징크스가 있는데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하는 회피기동이지요.
즉 징크스를 믿는 플러스 통제가 아니라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막는 마이너스 통제입니다.
말하자면 사실은 징크스를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시합에 지면 바로 징크스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기면 그날부터 팬티를 안 갈아입거나 면도를 하지 않거나 하는데
어쨌든 거의 모든 선수들이 나름대로 루틴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치로는 평생 피자만 먹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루틴이지요.
이치로가 바보라서 그런건 아니고 루틴이 흔들리면 파괴됩니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점에서 선을 그어놓고 지키는게 편하지요.
교회를 가는 이유도 그런 루틴과 기믹을 조달하려고 하는 것이고
기믹은 자신은 어떤 사람이다 하고 자기규정을 하는 것이고
루틴은 야구선수가 타석에서 하는 안해도 되는 이상한 행동입니다.
류현진도 시합날은 3시간전에 할 일, 1시간 전에 할 일, 30분 전에 할 일이 정해져 있으며
그 동안에는 동료도 말을 걸지 않는데 무개념 한국기자나 방해를 하지요.
루틴이나 징크스나 기믹 중에 쓸데없는 것은 당연히 버려야 하지만
인간들이 거기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동물인 것이며
그것을 버리면 술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도박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뭔가 사고를 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런 지키는 선들을 버려라 마라 할 일은 아니고
다만 그것을 버리더라도 지키더라도 정확하게 알고 해야 합니다.
종교의 교리는 다 거짓말이고 인간에게는 캐릭터와 기믹과
루틴과 징크스가 필요한 것이며 그게 심하면 강박증이나 정신병이 되는 것입니다.
정신집중을 하고 하는 일에 전념을 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강박증이나 편집증으로 발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제가 강조하는 믿음이나 의리나 사랑이나 존엄이라는 것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믹일 수 있습니다.
그게 없으면 변덕을 부리고 기행을 하다가 사고를 치게 됩니다.
인간은 그리 강한 존재가 아니므로 선을 그어 일부 포기하고 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