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392 vote 0 2016.07.19 (22:30:10)

     

    한 살 때 깨달은 것은 타자성 개념이다. 깨달았다기보다는 충격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이미 답은 나와 있다. 문제를 인지한 순간에 답은 이미 찾아진 것이다. 다음은 그것을 표현할 언어의 획득에 대한 문제다. 나와 타자 사이에 해결되어야 할 강이 가로놓여 있다는 사실에 전율하였다. ‘월터교수의 마지막 강의’라는 영화에 타자성의 충격이 잘 묘사되어 있다. 사실은 누구나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부딪힘들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 수도 없이 반복되는 주제다. 특히 ‘오후 네시’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타인은 지옥이다. <- 이 이야기다.


    타자성에 근거하여 도출한 개념은 완전성이다. 타자성이 있으면 그것을 극복할 수단도 있기 마련이니 타자성의 느낌이 어색하고 불안한 것이라면, 반대로 자연스럽고 안정된 느낌도 있어야 한다. 자연의 메커니즘에서 답을 찾았으니 기어의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메커니즘이 작동할 때 충일감을 느낀다. 헤엄을 못 치는 아이가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다가 문득 너무 깊은데를 들어왔다 싶어 불안해질 때 발이 바닥에 닿으면서 느껴지는 안도감이 있다. 똥꼬부터 머리끝까지 뻑적지근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있다. 휴 살았구나 하는 느낌 말이다.


    됫박에 좁쌀을 고봉으로 가득 담았을 때의 완벽한 느낌이다. 모든 과학적 설명에 공통되는 패턴이 메커니즘이다. 주장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패턴으로 직관한다. 패턴을 깨달아 스스로 뭔가 알고 있다고 믿고 그것을 표현할 수단을 찾았으니 언어에서 단서를 얻었다. 국어사전에 합당한 분류체계가 없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이다. 합당한 분류는 자연의 메커니즘에 근거해야 한다. 언어의 불완전성을 깨달았으니 관점의 문제다. 남들이 하는 말에 ‘~라고한다’를 붙여보니 그동안 어색하게 느껴지던 모든 말들이 졸지에 납득되어 궁금증이 없어졌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언어를 자연의 메커니즘과 일치시켜 완전하게 만들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을 배우면서 메커니즘의 작동방식인 일의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토대의 공유로 메커니즘이 성립하는 장 안에서는 에너지 제한에 의해 만물은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학이 강물에 한쪽다리로 서 있는 이유를 생각한 것이 힌트가 되었다. 메커니즘의 작용은 엔트로피에 의해 일의성이 성립하므로 만물은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다. 세상 모든 궁금증이 사라졌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완벽하게 없어졌다.


    그러나 이걸로는 스스로 만족할 뿐 다른 것을 칠 수는 없다. 이기려면 칼이 필요하다. 린네의 생물분류에 힌트를 얻어 무생물을 분류하던 중에 다섯 매개변수를 찾았으니 칼이 얻어졌다. 이걸로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다. 그런데 이 매개변수를 실제 사물에 적용하여 분석하면 순서가 뒤바뀌는 혼선이 빚어진다. 연역한다면서 실제로는 귀납하게 되므로 헷갈리는 것이다. 구조론 초보자는 반드시 빠지는 함정이다.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데 따른 혼선이니 존재론의 연역과 인식론의 귀납을 구분하여 해결했다. 구조론의 기초는 여기서 끝난다.


    한 살 꼬마의 아이디어인 만큼 한 살 아기의 마음으로 보면 보인다. 나는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었고 그것은 간단히 자연의 패턴을 복제하는 것이다. 컨닝하는 일 만큼 쉽다. 옆사람의 답안지를 컨닝하지 말고 자연을 컨닝하면 된다. 아침에는 해가 뜨고 저녁에는 해가 진다. -> 일은 시작과 끝이 있다. 이렇게 연역되는 것이다.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그럴듯한 말, 아귀가 맞아져서 설득력이 있는 말에는 공통되는 패턴이 있다. 맞는 말에는 반드시 방정식 구조가 들어있다. 이게 이렇게 되면 저게 저렇게 된다. 두 사건이 한 축에 꿰어 있다.


    좌표의 X축과 Y축이 한 점에 꿰듯이 사건이 작동하는 계 전체를 꿰는 한 점이 반드시 있다. 장場에 에너지가 공급되면 사건이 전개하며 치고나가는 방향성이 있다. 그 방향성을 따라 쭉 그어보면 소실점이 포착된다. 그 한 점을 장악하고 에너지 공급을 조절하면 계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일상의 경험으로 그냥 알게 되는 거다. 모든 것은 사건의 완전성에서 비롯된다. 에너지가 공급되면 일을 시작하고 일은 결따라 간다. 여기서 복잡해진다. 복잡複雜은 중복複과 혼잡雜이니 중복은 같은 층위에서 반복되고, 혼잡은 다른 계통이 섞여든다.


    모든 오류는 여기서 구조의 복제와 일의 반복을 혼동하는 것이다. 닫힌계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몸통이 다리를 움직이는지 아니면 왼다리가 오른다리를 움직이는지 헷갈린다. 몸통에서 다리로 가면 절대주의, 구조의 복제, 완전성이며, 반대로 왼다리와 오른다리가 교대한다고 여기면 상대주의, 단순반복, 불완전성이다. 세상의 모든 논쟁이 여기서 일어난다. 오른다리를 내밀어 걷는 힘은 왼다리의 반동에서 나오는가? 몸통은 완전성이고 왼다리는 불완전성이다. 대부분 왼다리를 본다. 몸통은? 그런게 있는지도 모른다. 모래시계의 윗층을 보지 못한다.


    사실은 몸통이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동시에 조정하는 것이다. 일의성이다. 왼다리와 오른다리의 교대로 보면 이미 사건의 주체가 둘이니 일의성이 아니다. 이 경우는 의하여가 아니라 위하여가 된다. 사건의 존재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충성이니 효도니 애국이니 이런건 미처 사건을 포착하지 못하고 마구 내지르는 왼다리 오른다리들이다. 이는 상대성의 영역이니 진지하게 논할 것이 못 된다. 몸통을 보면 집단의 의사결정이라는 사건의 장이 드러난다. 사건의 복제만이 완전하다. 애국이니 충성이니 효도니 하는 단어에는 사건의 복제가 없다.


    사건의 복제가 없으면 불완전성이니 이미 가짜다. 들여다 볼 것도 없다. 미와 추든 선과 악이든 마찬가지다. 사건의 복제가 아니면 답이 아니다. 보편주의, 평등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가 답인 것은 사건의 복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인≫지≫의≫신≫예가 답인 것도 마찬가지 사건을 복제하기 때문이다. 노력하라는 식의 말을 거부하는 것은 사건의 복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날 사람을 만나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만남이 또다른 만남을 복제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복제가 완전하다는 것은 초딩도 그냥 안다. 딱 느낌이 오잖는가 말이다.


    전율함이 그 가운데 있다. 안회가 자공이나 자로와 다른 점은 공자에게 질문하지 않은 점이다. 질문할게 없다. 질문 안에 답이 있는데 질문을 어떻게 하는가? 제대로 질문하면 이미 답을 찾아버린 것이다. 질문은 언어로 하는 것인데 질문하기 전에 언어를 배워야 한다. 한국어는 어디서 배우죠? 이런 질문을 할 수는 없다. 결국 질문할 수 없다. 나는 질문하지 않았고 질문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굳이 질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왜 인류 중에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죠? 이런 걸 하고 싶었는데 그런 질문을 하기 전에 인류의 대표자를 만나야 한다.


    내가 너를 만났을 때 너도 나를 만났으니 이미 복제되었다. 완전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6.07.20 (17:21:37)

뇌의 해마(hippocampus) 부분은 인간의 장/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곳이다. 태아신생아는 해마 부분의 발달이 완전하지 않다. 본격적으로 해마의 발달이 되는 시기는 만 3세 무렵이다. 따라서 인간은 만 3세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감정/정서/공포 등의 심리 상태를 기억하는 능력은 뇌 전체에 전반적으로 흩어져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기억은 불가능하지만, 중대한 경험은 당시의 감정이 뇌에 저장되어 있어서 향후 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 나무위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7.20 (17:45:28)

사람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7.20 (17:58:25)

젖먹이들의 기억은 수개월까지 지속될 뿐이다. 만 두 살, 보다 넉넉하게 잡으면 만 3살 이전까지의 기억들은 8~9살이 넘으면 결국 거의 다 사라져 버린다. 흥미로운 점은 5~6살쯤의 아이들은 8~9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만 3살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는 사실이다.(오마이뉴스)


위 인용한 내용이 맞다면 5살까지 멀쩡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8살에 까먹은 건데 그 이유는 기억을 반추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즉 과거에 관심이 없다는 거.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6.07.20 (22:22:03)

당시 사건에 충격을 받지 않아서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772 프레임을 걸어 가둬라! image 김동렬 2017-04-03 13137
3771 행복의 비결 image 김동렬 2017-04-01 14006
3770 지구 둥글기 확인 image 1 김동렬 2017-03-31 13382
3769 구조론적 상황 image 1 김동렬 2017-03-29 13261
3768 구조론적인 집금방법 image 1 김동렬 2017-03-29 13803
3767 구조론 다시 읽기 image 김동렬 2017-03-27 12938
3766 지구는 둥글다 image 김동렬 2017-03-25 14490
3765 미장센이냐 편집술이냐? image 김동렬 2017-03-23 14032
3764 정말 사랑은 없다 image 1 김동렬 2017-03-23 13871
3763 구조론 한자 互 image 1 김동렬 2017-03-22 13109
3762 하이눈과 리오브라보 image 김동렬 2017-03-21 13702
3761 펜타그래프 구조론 image 김동렬 2017-03-17 14066
3760 칸트의 정언명령 image 김동렬 2017-03-14 15928
3759 구조는 분화되지 않는다 image 김동렬 2017-03-14 12725
3758 라라랜드의 아부전략 image 3 김동렬 2017-03-13 13659
3757 이것이 그것이다. image 김동렬 2017-03-10 14668
3756 총균쇠의 교활한 인종주의 image 2 김동렬 2017-03-08 14142
3755 구조론의 특수성 image 김동렬 2017-03-08 12827
3754 구조론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7-03-07 12850
3753 제대로 하는게 구조론이다 image 15 김동렬 2017-03-07 14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