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250 vote 0 2023.02.01 (11:12:55)

    세상이 멸망하고 난 다음 인류의 모든 과학지식이 파괴된 상태에서 신이 살아남은 인류의 대표자에게 문명의 재건에 필요한 몇 가지 질문을 허용한다면 인류의 대표자로 나선 당신은 맨 먼저 무엇을 질문하겠는가? 그것은 가장 많은 정보를 함축하고 있는 모든 것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어야 한다.


    인류의 첫 번째 질문은 '세상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물음에 대한 나의 자문자답이다. 인류는 이 소박한 물음에 철저하지 않았다. 구조론은 과거의 낡은 생각과 결별하게 하는 인류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것은 모든 것의 처음에 대한 사유다. 사유의 첫 단추를 끼우는 문제다.


    세상은 구조構造로 되어 있다. 구構는 목재를 우물 정井짜 모양으로 끼운 것이니 이는 공간의 얽힘이요, 조造의 부수는 '쉬엄쉬엄 갈 착辵'이니 이는 일을 시간에서 착착 진행한다는 뜻이다. 세상은 공간의 구構와 시간의 조造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의사결정이다. 세상은 의사결정구조의 집합이다.


    구조를 우리말로 옮기면 '꽉착'이 된다. 혹은 '꽉꽉착착'이나 '끼워끼워 차근차근'이라 하겠다. 그것은 어떤 일의 공간적 연결과 시간적 전달에 관한 것이다. 연결하고 전달하는 것은 탄생이다. 태초에 무엇이 있었던가? 탄생이 있었다. 탄생의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 그냥 존재하는 것은 우주 안에 없다.


    인류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신 회피하는 꼼수논리를 만들었다. 원자론과 인과율이 그것이다. 원자의 쪼개지지 않는다는 설정은 '꿴다'는 의미의 구構와 반대가 된다. 분리가 없으니 결합도 없다. 인과율의 원인은 짓기 전이고 결과는 지은 다음이니 짓는 현재진행과정을 회피한다.


    인류는 교묘한 트릭으로 문제의 핵심을 피해버렸다.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이비와 주술과 종교와 음모론과 괴력난신이 난무하는 이유다. 과학을 거짓말로 시작했기 때문에 각종 사이비의 거짓공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 최초의 백지상태에서 과학까지 가는 사유의 빌드업 과정이 사라졌다.


    인류는 권태, 냉소, 퇴폐, 염세가 만연했던 19세기의 세기말과 같은 집단 우울증에 걸려 버렸다. 양차 세계대전의 조짐과 맬서스 트랩의 공포 앞에서 지식인의 무기력함을 표현한 것이 세기말 사조다. 인류는 다시 위협받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이제는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169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1803
6202 한동훈의 윤석열 사냥? 김동렬 2022-05-06 2660
6201 우주의 중심은 어디인가? 김동렬 2022-02-06 2662
6200 여자는 있고 남자는 없다 김동렬 2022-05-18 2663
6199 인류의 진화 1 김동렬 2022-10-20 2666
6198 철학 변화 간섭 기능 권력 김동렬 2022-10-27 2666
6197 방향전환의 문제 김동렬 2020-04-24 2667
6196 삼단사고 2 김동렬 2022-11-14 2667
6195 만남 열림 연결 김동렬 2022-03-29 2669
6194 외계인은 없다 김동렬 2022-11-22 2670
6193 사색정리 결산 김동렬 2020-12-09 2671
6192 여가부 유감 김동렬 2022-10-09 2671
6191 철학 김동렬 2022-10-26 2673
6190 방민전쟁. 선수들끼리 왜 이러셔. 1 김동렬 2024-04-26 2673
6189 사건의 해석 김동렬 2021-12-08 2674
6188 개인주의 시대의 세대전쟁 3 김동렬 2022-06-27 2674
6187 인간의 권력의지 김동렬 2021-03-17 2676
6186 생각을 하자 김동렬 2022-02-24 2676
6185 인과법칙과 본말법칙 김동렬 2022-03-01 2678
6184 우주는 디지털이다. 1 김동렬 2022-05-16 2678
6183 웃기고 자빠진 롤리타 김동렬 2022-04-26 2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