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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58 vote 0 2023.11.22 (19:00:36)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결정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간격을 좁히는 결정만 할 수 있다. 간격이 좁아지면 한 점에 이른다. 소실점이 있다. 모든 것은 최초의 한 점에서 비롯되었다. 한 점을 도출할 때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생명은 태양의 힘에 의지한다. 식물은 태양의 에너지를 당으로 바꿔서 저장한다. 그것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인간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삼국지는 도원결의로 시작한다. 그것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믿음은 나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행위에 일관성을 주는 방법으로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사랑은 가족들 간의 간격을 좁히고 의리는 동료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권력은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간격을 좁힌다. 문명의 진보는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닫힌계 안에서 간격을 좁힌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으므로 좁혀진 만큼 다시 넓혀진다. 만나면 이별한다. 만나면 좁혀지고 헤어지면 넓어진다. 좁히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원인 측의 작용이고 넓히는 것은 그에 따른 이차적 효과다.


    우리는 작용과 반작용을 구분하지 않는다. 원인 측 의사결정과 결과 측 반대현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머리와 꼬리를 헷갈리게 된다. 인간의 신에 대한 관념은 원인 측의 보이지 않는 힘을 직관한 것이다. 의사결정의 일방향 수렴원리가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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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본질은 의사결정이다. 쉽지 않다.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능동적인 결정이라야 한다. 힘이 있어야 한다. 이전의 결정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전략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이익이 생겨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의사결정은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무언가 손해본다. 동가식 서가숙은 불가능하다. Decision은 뒤를 잘라내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의 카드를 버리는 것이다. 방해자를 제거하고 에너지원과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 사실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다보면 내게 선택지가 없다. 결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모든 결정은 손해다. 내가 덜 손해보고 상대가 더 손해보게 하는 결정은 가능하다. 그것은 이기는 결정이다. 인간은 단지 이기는 결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겨서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의 흐름을 유지하여 다음 게임으로 이어갈 뿐이다. 이익이 되는 좋은 결정은 내게 결정권이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팀에 이익이 가게 할 수는 있다. 그러려면 팀에 들어야 한다. 가족과 동료와 국가의 팀에 들어야 한다. 자기 안에도 팀이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의 일관성과 정체성과 연속성이 이겨야 한다. 변덕이 지고 계획이 이겨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내 인생을 전부 연결하면? 그것이 이겨야 한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어차피 지게 되어 있다. 엔트로피 증가다. 끝내 이기는 방법은 없다. 이겼다고 선언하는 방법은 있다. 신의 승리를 나의 승리로 삼는 것이다. 나의 일관성을 나의 승리로 삼는 것이다. 이기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본질이다. 이기면 연결되고 지면 단절된다. 연결하는 것이 의사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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