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291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8969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8951
6356 이 틈에 부산을 공략하십시오 아다리 2002-10-17 16328
6355 시사저널 - 한인옥 10억원 받았다나. 김동렬 2002-11-06 16324
6354 존재론과 인식론 2 김동렬 2009-03-20 16322
6353 메기의 추억 image 김동렬 2003-06-01 16319
6352 손문상화백의 부산일보 만평 image 김동렬 2002-10-28 16319
6351 김성근과 김응룡 2 김동렬 2011-08-18 16318
6350 이어쓰기 김동렬 2009-02-13 16315
6349 Re..재미있네요..^^ image 자유발 2002-12-01 16311
6348 정의장 결단 잘했다 image 김동렬 2004-04-12 16308
6347 김경재 박범진의 라디오대담 김동렬 2002-11-12 16303
6346 노력이면 실패다 김동렬 2010-05-24 16302
» 알지 못하는 이유는 김동렬 2007-09-04 16291
6344 Re..핵심적인 내용이 편집되어 버렸음 김동렬 2002-10-09 16287
6343 기독교도는 왜 사랑하지 않을까? 김동렬 2008-09-09 16286
6342 김정일은 자숙하라! 김동렬 2002-12-14 16286
6341 각 포지션들 image 2 김동렬 2011-06-09 16283
6340 뭐야, 도올 돌팅이 2002-12-04 16280
6339 병맛은 리얼리즘이다 image 7 김동렬 2012-12-24 16278
6338 깨달음은 언제 소용되는가? 김동렬 2008-08-05 16275
6337 몽!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_@ 하늘땅 2002-12-05 16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