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간추려 보자면 이미 2000년대서부터 미국 지도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국을 견제해왔으며 금융위기로 인해 양쪽 다 반강제적으로 휴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세계에서 위기를 겨우 넘기기 시작한대열에 선진 진영에서 미국과 이머징에선 중국이 선두쯤을 차지했습니다.
둘 다 쪼금 먹고살만 해질까 싶다가 마침 대중 관계에 강경한 트럼프 캠프가 정권을 잡으며 또다시 크게 한판이 벌어졌죠.
시장 분석가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관점에 주안점을 두어 2017년 말부터 양쪽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많은 만큼 이 싸움이 단기간에 끝날 거라고 주장했었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두 대국이 싸우다가 서로 출혈이 생기더라도 그 빈틈을 치고 들어올 제3의 강국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요. 최근 들어서야 러시아가 좀 의기양양 해졌지만 그 외의 영국이라든가 일본이라든가 유로존도 다들 맛탱이가 갔으니까요.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의 불씨를 피운 나라들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미국 입장은 일단 중국 콧대 좀 꺽어놓고 다시금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격차를 벌리자는 거였고, 중국 역시 공산주의 체제는 국가 대 국가가 대놓고 치고박고 싸울 때엔 내부통제 면에서 강점을 가지니 마냥 은인자중 모드를 채택할 필요는 못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주머니가 좀 채워져버려서 중국몽도 근질거리고 말이죠. 현재까지로 보면 과연 두 덩치가 싸우는 동안 가장 상정하기 싫은 제3 세력의 득세 같은 건 보이는 기세가 없으니 맞짱을 쉽게 거둬야겠다는 위기감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국민들을 향해 중국을 가리켜 손가락질 하는 거고, 중국도 역시나구요. 지금처럼 양 국가 국민의 집단의식 자체가 서로에 대하여 한바탕 하고 싶어하는 여론이 지속되는 한, 지도부들 역시 그 틈을 이용하는 걸 뿌리치긴 힘들 것입니다. 실제로 국가의 대외적 세력을 확장한다는 명분도 있겠다 말이죠.
설령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다른 국가들 간의 관계는 금방 정상화 시키더라도 중국과의 알력 다툼이 아주 해소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두 국가가 들고 있는 카드는 얼마씩 더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 인데.
미국은 잠재성장률에 약간의 타격이 생기더라도 정권을 바꿔버리면 여론의 화를 조금은 물릴 수 있을 테고, 중국은 괜히 홍콩을 매우 때려서 경제적 불만을 가진 여론을 좀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경제정책에서 보자면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의 대체 가능한 건 다른 나라에서 구하고 있으며 통화, 재정정책의 여력이 있습니다.
중국 역시 미국산 수입품 중 필수품인 농산물의 대체 수입처를 찾아 활로로 찾고 있죠. 환율정책으로서는 극심한 자본유출입을 통제하고자 점진적인 수를 쓴다고 하더라도 단순 절상이나 절하로는 이미 수입물가가 수출단가 중 한쪽의 상당한 출혈을 감수할 수 밖에 없으므로 쉽지 않겠습니다.
재정정책도 그간 덮어놓고 팽창시켜왔던 지방정부와 금융권의 시스템 상 여력 때문에 쉽지 않으니 과연 올해들어 특히나 해외자본의 중국 내 유입을 독려하는 공산당의 대응책에는 수긍이 갑니다. 이번 미중 스몰딜에 대한 국제 자본시장의 예측치는 대략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과 미국의 12월 중국산 소비재 관세 유예 정도로 맞추어져 있으며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재선 지지율을 고려해야하는 트럼프가 특유의 이랬다저랬다로 극적인 화해 연기를 할 수도 있는데, 이제 중국도 트럼프의 그런 꼼수를 염두해서 스몰딜에 맞장구는 치지만 그렇다고 큰 판에서 손해보는 장사는 하기 싫을 겁니다. 현재로선 단기적으로 자국민을 어느정도 통제하는 게 가능한 중국이 쪽이 더 유리해보이긴 합니다.
최근 보이는 자세가 트럼프 신경 긁던 말든 가능한 한 많은 걸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죠. 중국 공산당 체제 특성상 추가적으로 자국 경제의 단기적 출혈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서, 이번 스몰딜 이후 무역전쟁에서 2단계 합의 같은 좀 더 의미있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점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하여 해외에 투자된 중국 자본에 대한 환수를 더 서두를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이 때 우리나라 증시에 중장기 가치투자 중인 중국 자본 역시 자금 수혈이 급해진 중국 본토로 가격 상관없는 매도세로 급하게 이탈한다면 우리 자국민이 국내 우량기업의 지분을 꽤나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결론은 어디까지나 무역전쟁이 막장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한국도 그렇고 세계경제도 그렇고 적어도 향후 1년간은 미지근하게라도 전진할 수 있겠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세계 실물경제는 나쁘지 않으며, 무역이슈가 막장이 되더라도 세계 경제의 부양여력이 남아있는 만큼 경기가 번지점프 하듯이 푹 꺼지긴 힘들겠지만요. 잘 방목한 중국에게서 수확을 거두려는 미국과 눈치채고서 제 밥그릇 챙기려는 중국...
제3의 강국이 양국, 특히 미국의 힘에 많이 못미치기 때문에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