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올렸던 얘기다. 따돌림 당한 애가 따돌림 면한 증거는 따돌림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받은대로 한다. 할 수 있으면 한다. 못하면 그럴 능력이 안돼서 못한다. 능력을 키워주는 게 교사가 할 일이다.
자신이 따돌림 당할 때는 힘이 없고 위축되니까 다른 친구를 따돌리지 못했다. 따돌림이 없어져도 따돌림 당한 기억은 계속 남아 있다. 누가 나를 따돌리지는 못한다. 자, 이제 내가 다른 사람을 따돌릴 기회다. 받은대로 돌려준다.
교사입장에서는 그렇게 내가 따돌림을 면하도록 도와줬는데, 친구를 따돌리다니 이게 말이 될 일인가? 배신감이 몰려온다. 화가 치민다. 아이를 호되게 혼낸다.
따돌림 당하던 애가 누군가를 따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자연적인 현상이다.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따돌림을 면했다는 증거니까.
이제 교사는 다음 단계의 카드를 써야 한다. 카드는 2가지다. 과거의 따돌림의 고통에 대한 공감. 또 하나는 이제 더이상 친구를 따돌리지 않는 것.
그 다음 카드도 계속 필요하다. 따돌림을 면하고 이제 힘을 발휘하니 친구들과 관계 맺기가 좀 서툴다. 힘을 써야 할지, 힘을 빼야 할지 조절을 못한다.
따돌림을 면했다고 끝이 아니다. 앞으로 그동안 못했던 관계 과업들을 담당해야 한다. 친구 감정 알기, 내 감정 알기, 내가 바라는 것 찾기, 친구가 바라는 것 알아차리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찾고 실천하기, 서로 원하는 것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할지 전략 세우기.
이런 내용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 상담책에서도 별로 본 적 없다. 그럼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구조론 공부하고, 비폭력대화 소화하고, 현실치료에 관심갖고, 생활 속에서 애들과 부대끼니 알게 된다.
전에 우리반에 왕따가 없다고 하지 않았냐는 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없다. 그런데 따돌림 당하던 애가 전학을 왔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다. 우리반에 와서 태평성대를 누리니 이제 자기가 힘을 남용하여 친구를 괴롭힌다. 웬만하면 나도 참는데, 패드립 당한 부드러운 남자애와 여자애가 눈물을 쏟으니 나도 속에서 뭔가 올라온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건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을.
교사가 일반인과 다른 것은 수업전문가, 학생전문가, 교육상담 전문가라는 점이다. 다행히 나는 구조론과 전교조 선생님들, 실천교사모임을 통해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제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를 멘토링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뭐든 10년 하면 된다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자기 자랑 그만해야 겠다. 나도 페북에서 잘 안하는 부분 중에 못하는 게 많으니까. 어쨌든 따돌림 해법은 어렵지 않다. 이건 죄송하지만 다음 번에 말씀드려야 겠다. 말로 표현은 쉽지 않지만, 아이가 이겨낼 힘을 길러주는 것, 주변 아이들이 그 아이를 존중하도록 해주는 것, 내가 먼저 애들을 존중하고 정말 이건 아니다 하는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하는 것, 그리고 너희들이 지금 잘하고 있다고 계속 응원해 주는 것, 부모의 불안을 낮추고 아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적절한 해법을 주는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