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01 vote 0 2024.01.03 (12:50:48)

    견훤은 완전 독립을 꿈꾸지 않았다. 먼저 튀어나가는 넘이 총을 맞는 법이다. 진승과 오광이 먼저 나섰다가 죽었다. 항우가 지어놓은 밥을 유방이 먹었다. 먼저 튀어나간 오다 노부나가 죽고, 뒤에 일본을 통일한 토요토미도 죽고, 나중에 온 도쿠가와가 먹었다.


    견훤은 신라의 신하를 자처하면서 내부적으로 왕을 칭했다. 보통 그렇게 한다. 궁예는 달랐다. 철저하게 반 신라의 길을 걸었다. 궁예가 지어놓은 밥을 왕건이 먹었다. 왕건이 등장하자 맨 먼저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귀순했다. 아들 놔두고 왜 궁예를 찾았을까?


    궁예는 왕족이기 때문에 반신라다. 윤석열과 같다. 문재인 밑에서 컸기 때문에 반 문재인이다. 배신자는 죽든 살든 사생결단 내야 한다. 조선이 토요토미는 미워하면서도 도쿠가와 가문과는 손을 잡는 것과 같다. 아자개는 반신라에 붙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궁예는 신라 왕족이다. 중앙에서 나왔다. 가운데를 차지하면 양팔을 벌려야 하는데 협살당하기 딱 좋다. 원소가 협천자를 망설인 이유다. 조조가 가운데를 먹으면 남쪽의 유표와 북쪽의 원소가 협공을 할텐데. 유표가 조금만 똑똑했다면 조조는 그때 바로 죽었다.


    궁예는 재평가되어야 한다. 고려의 토대를 만든 사람은 궁예다. 왕건은 신라 땅도 아닌 패서 사람이다. 패서 사람은 신라와 당의 국경지대에서 무역을 했다. 즉 제휴하기 좋은 상대인 것이다. 중앙을 차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견훤은 늙어서 정치감각이 없었다.


    왕건이 등장하자 견훤이 먼저 축하사절을 보낸다. 북쪽 변방의 장사꾼 왕건이 무슨 위협이 되겠나? 당시 가장 요충지는 훈요십조 이야기에서 말했지만, 청주, 보은, 상주, 공주 일대다. 왕건이 상주를 먹은 즉 견훤의 목숨줄을 쥔 것이다. 지정학이 거진 결정한다.


    신라는 보은을 먹고 백제의 사비에 칼끝을 겨누고 백제는 합천 대야성을 먹고 신라의 경주에 칼을 겨누었다. 서로 상대의 급소를 차지한 것. 나중에 궁예가 북쪽에서 가세하여 천하삼분이 이루어지자 상주, 청주, 보은, 공주 지역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3년 남았으니 아직 변수가 많다. 이재명이 유리한 이유는 제휴상대로 만만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민주당 중앙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을 차지하는 즉 협살에 걸린다. 노무현은 광주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중앙을 차지하지 못한게 약이다.


    민주당 중앙은 호남이다. 이낙연은 중앙을 차지해서 협살되기 좋은 구도다. 이인제가 그랬듯이. PK노빠와 수도권 개혁파가 협공 들어간다. 이재명이 스스로 중앙이 되려고 하면 실수가 된다. 견훤이 경주에 쳐들어간 것이 실수였다. 견훤이 먹는 방법은 하나다.


    궁예가 경주를 치도록 유도한 다음 신라를 도우면서 먹는 것이다. 보통 이렇게 한다. 그런데 왕건이 그렇게 했다. 원소는 제휴할 파트너를 정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이재명은 도쿠가와의 기술을 써야 한다. 인내하면서 누군가가 반칙을 하면 응징하는 것이다. 


    이인제의 반칙을 노무현이 응징한 것과 같다. 이재명은 자력으로 올라갈 수 없다. 노무현은 이해찬 끼고 정몽준과 제휴했다. 김대중은 조순 끼고 김종필과 제휴했다. 이재명은 조국 끼고 호남의 누군가와 제휴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지는 본인의 역량에 달렸다.


    이재명은 독종모드를 버리고 부드러운 협상가로 이미지를 갈아타야 한다. 뉴 DJ 플랜을 본받아 뉴 JM 플랜을 띄워야 한다. 지난해 단식투쟁과 올해 피습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바꿀 기회를 잡았다. 침대에 누워 할 수 있는 일이 협상밖에 더 있겠는가? 


[레벨:6]목양

2024.01.04 (08:35:13)

이재명의 회복을 빕니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이재명도 받아들여서

호남의 누군가와 협력한다면 모양세가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5844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6201
2591 참다운 삶을 찾고자 한다면 image 2 김동렬 2011-12-01 12269
2590 우리당 위기 인식해야 한다 image 김동렬 2004-05-04 12271
2589 구조론 총론 김동렬 2008-02-13 12271
2588 대중과의 소통은 가능한가? 김동렬 2006-06-27 12274
2587 마음읽기 image 9 김동렬 2010-10-25 12274
2586 디테일에 대한 오해와 이해 image 3 김동렬 2012-06-26 12275
2585 김한길 뻘짓 김동렬 2006-04-18 12276
2584 노짱방 다른생각님의 글에 대해 김동렬 2005-12-18 12278
2583 이번에도 서프가 이겼다 김동렬 2006-01-16 12280
2582 엔트로피를 파훼하라. image 김동렬 2017-12-30 12282
2581 하늘에서 땅으로 image 2 김동렬 2018-02-21 12283
2580 말을 배우자 image 김동렬 2018-01-25 12286
2579 "인간이 대세다" 김동렬 2005-12-21 12287
2578 왜 이 시대에 공자인가? image 2 김동렬 2016-12-20 12288
2577 구조론 학교 image 김동렬 2009-01-08 12290
2576 만남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image 2 김동렬 2017-10-30 12291
2575 정답은 결따라 가는 것이다. image 1 김동렬 2017-12-27 12292
2574 남의 시소에서 내려오라. image 4 김동렬 2011-12-12 12293
2573 김인 9단의 일침 김동렬 2006-09-25 12296
2572 마음의 탄생 image 11 김동렬 2010-10-20 1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