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지난 뒤 햇빛이 좋소.
화창하게 출석하기오.
먼가를 먹으려면 머리부터 먹어가야 하오.
이렇게?
둘을 한꺼번에 먹으려고 꼬리를 선택했을까?
또아리를 잘 틀었군요. 잡으로 간다. 지금..화장실로.고고씽...^^
대박조짐이오!
태풍을 지내고 피어난 꽃이 황홀하게 아름답소...
정말 한참을 쳐다보았네요...
보리수가 익어가던 날...
여름이 익어가던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창작실을 향해 달리는데 순간적으로 나무 한 그루가 내 눈을 스쳐간다.
그야말로 '스윽' 단 몇초에 불과했던 그 순간, '버스야, 제발 멈춰다오, 나는 저 나무곁으로 가야 해'하는 내 안타까움과는
아랑곳없이 버스는 저만큼 달리고 나는 그 나무에 온통 정신이 가 있었다. 가로수 벚나무 너머너머... 저만큼 어둔 숲에서
등불처럼 보이는(차라리 이 표현은 '조용히'가 더 나을지 모르겠다), 푸른듯 흰듯한 잎새 사이로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는 다름 아닌 보리수였다. '아, 정말 바람이라도 불 일이지...'
이렇게 멀리서도 어렴풋 확신하게 되는 것은 대상물의 형태가 잡히면서 무엇보다도 날씨의 감으로 느껴지기도 할것이다.
'후덥한 6월 중순의 날씨, 그래 맞아, 바로 이맘때쯤 보리수가 익어가지..휴 덥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버스에서 내려 보리수 곁으로 가고 싶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곳을 수 없이 걸으며
버스로 지나갔건만 이제야 이 나무가 내 눈에 들어오다니, 그것도 버스 안에서 잠깐 스쳐가는 순간에... 나무와 이런
순간적인 만남은 나를 '동동' 발 구르게 할만큼 더욱 살맛나게 해준다. 순간의 삶의 작은 여운, 아마 이런 순간을 접해 본
사람은 내 기분을 금세 알리라.
그 날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채 보리수를 내버려둔채 목적지로 향했던 그 순간을 나는 몹시 후회하고 있었다.
나무를 보았으면 바로 내릴일이지 뭐하러 내리지 않고 그렇게 청승맞게 그러느냐는, 내 자신 기가 차고 후회막급
이다하는 생각에 힘없어 고개를 숙이던 차, 몇 년 전에 그렸던 내 작품 보리수를 떠올렸다.
계속해서 버스는 '씽씽' 달리고 나는 버스 안에서 영화 감상이라도 하는 양 '보리수 스크린'에 눈을 돌린다.
보리수( 보리장)/ 수채 / 52*40 / 2007 안단테
이 보리수를 만난건 몇년 전 여름, 동네 채소가게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발부리에서 발견했다. 마악 마대자루에서
이파리와 함께 바닥으로 '환호성'처럼 쏟아지는 보리수를 발견하고 "우와, 보리수다!"하며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몸을 수그리며 가게 주인에게 바싹 다가가 '도대체 보리수는 어디서 따온 것이냐?'(마치 쏟아져 나오는
보리수는 다 내꺼니 다 달라는, 주인과의 눈빛 대화, 허나 주인은 '그럴리가!' 끄덕없고... ^^) 물었더니 강화에서 마악
따온 것이라며(내가 보기엔 따왔다기 보다는 '거칠거칠' 훑어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듯 싶었다) 몇 알을 집어주며 나에게
먹어보라 한다. 한 알을 입에 넣어 맛을 보는 순간, 촉촉함이 감도나 했더니 바로 시큼한 맛, 눈이 저절로 감길 정도,
그러다 텁텁하고, 약간의 단맛도 도는듯 했으나 이내 텁텁함이 밀려오는데 그 맛은 마치 입 안에 오라메디 연고를
바른양 '네맛 내맛, 너 다 먹어' 떫기만하고, 시거든 떫지자 말든지, 떫거든 시지나 말든지. 그러나 떫은 보리수 한 알을
또 입에 넣고 '오물오물' 온갖 인상을 지어가며 눈 앞에 보리수에 푸욱 빠져 버리고 말았으니...
그릇에 담겨진 보리수는 '투욱' 건들기라도 한다면 당장 빨간 물이 '주루룩'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앵두와는, 가을 산수유와는
또 다른 감촉을 안겨주었다. 온통 빠알간 빛깔에 몇 알씩 숨어있는 겨자 빛깔과 연두 빛깔의 보리수의 어울림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색감이 고와도 너무 고왔다. 특히 연두 빛깔은 후라이팬에 달달 볶아 껍질을 벗긴 투명한 은행알 같아 한참이나
보리수와 마주했다.
보리수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찌나 설레고 흥분 되던지, 내친 김에 까만 비닐 봉다리 속에 얼굴을 박고 환하게
웃고 있는 보리수 세알을 꺼내, 한알은 하늘의 새 먹이로 '휘익' 던져주고, 또 한알은 지나가는 예쁜 강아지 먹으라 떨어뜨려
주고 남은 한알은 내 입에 다시 들어가고... 시큼, 한박자 멈추고, 가다가 텁텁, 또 한박자 멈추고 가다서다 반복하며 보리수
나무가 되어 보는 나....
지금쯤 그때의 내 순간을 훔쳐갔던 그 보리수는 열매가 모두 떨어지고 이파리만 바람에 찰랑이며 푸른듯 흰듯한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 어릴 때 동네 뒷산에 딱 한 그루의 보리수 나무가 있었다. 후덥한 여름이 시작할 때면 보리수가 열기로
익어가기 시작하는데 솔직히 나는 열매보다는 이파리에 관심이 더 가곤 했었다. '솨아-' 바람이 불때면 이파리들이 기다렸다
는듯 일제히 뒤집어지며 기막힌 풍경을 연출하곤 했었다. 앞 뒤 푸른색과 흰색의 조화, 어쩌면 그 풍경은 등골에 부딪치는
시원한 바람 같은 풍경이지 않았나 싶다. 오늘도 그 바람이 내 등줄기를 시원하게 훑고 갈것 같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쳐간, 단 몇초간 보았던 보리수, 등불처럼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던 빠알간 보리수,
저 바구니 안에 놀고 있는 보리수는 종이컵으로 딱 한 컵이다. 손으로 한움큼도 안되는 저 보리수는 단 돈 천원에
가져왔다.
천원 주고 본 영화(?) 재미있었나요, 소낙비 내리는 시원한 기분이 들었나요? ^^
보너스로 보리수 씨앗
언뜻 여물기전 볍씨를 떠올리기도 하고....좀 있으면 벼알도 보리수처럼 통통한 몸매를 자랑하겠지. 하여간
참외처럼 들어간 줄무늬가 멋스럽다.
꼬리먹기가 시작된 거요 ?
뒤에서 먹기 시작하니 앞에서는 토해내는 것 같은데...
누군가 꽉! 물어주어야 하나보오.
황금달 떴네요.^^
아침에 하얀 꽃을 보면서 왠지 슬프기도 했었는데...
정말로 고인을 닮았소...
모두들 가시는구려....
오래 전 울리던 노래소리 기억하겠소...
먼 곳의 별빛을 바라보겠소.
정말로 새로운 세대가 와야하는가 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