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땅에 헤딩하던 70년대다.
포항제철이라도 지으려면 뚝심있게
밀어붙일 추진력이 뛰어난 개인이 필요하다.
원래 이런 일은 사람 손을 타면 안 되는 것이다.
이넘 저넘이 달라붙어 감놔라 배놔라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아마추어 열 사람보다 프로 한 명이 일을 잘한다.
진보가 열 명의 아마추어라면 보수는 한 명의 경력있는 프로다.
그런데 이건 후진국의 모습이고 선진국이 되면 반전이 일어난다.
프로 중에 진짜 프로가 있는 법이며 진짜 프로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안 한다.
30명 정도의 병사를 지휘하는 소대장은 베테랑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혼자 잘하지만
30만 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장군은 혼자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가 뛰어난 개인이라고 믿지만 나는 그를 천재적인 인맥관리자로 본다.
그의 우주 사업은 상식적으로 원래 안 되는 사업이고 지금도 적자 투성이다.
챌린저 호가 폭발한 이후 우주분야는 기세가 꺾였고 천재 박사들도 실업자가 되었다.
그런데도 일론 머스크가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월급을 짜게 주기 때문이다.
월급을 짜게 주는데도 천재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경력을 쌓기 위해서다.
일론 머스크 밑에서 저임금으로 몇 년만 버티면 좋은 직장에 연봉 따따블로 스카웃 된다.
일론 머스크가 뭔가를 보여주자 다른 기업들도 우주분야에 투자를 시작했고 파이가 커졌다.
이런 기적적인 구조는 짠돌이 일론 머스크의 특별한 인맥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에게는 특별한 인맥이 있고 그 인맥에 들기만 하면 연봉 따따블로 스카웃 된다.
석유위기로 전기차 시장은 폭망했지만 그는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서 흑자기반을 만들었다.
전기차 등장>석유값 하락>전기차 폭망>테슬라만 살아남아서 생태계 독식의 구조다.
이런 구조는 천재적인 두뇌에서 나온게 아니라 막강한 인맥과 뚝심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천재적인 개인의 시대가 아니라 천재적인 인맥의 시대이며 이는 스티브 잡스가 보여줬다.
실제로 애플 컴퓨터를 만든 것은 워즈니악이지만 인맥의 중심에는 잡스가 있었다.
그는 천재들을 불러모아 그 천재를 지휘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던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잡스를 흉내낼 뿐 솔라시티나 하이퍼루프 등 여러 삽질을 했지만
누구도 하지 못하는 한 가지를 했는데 그것은 잡스를 정확하게 흉내낸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한다고 하지만 누가 10년 후의 코로나를 예상하겠는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분야가 사업인 것이며 오로지 확률을 믿고 뚝심을 발휘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예상은 대체로 틀렸고 테슬라 외에 전기차 시장은 박살나고 있다.
지금은 천재적인 개인의 시대가 아니라 천재들을 지휘할 천재 위의 천재가 필요한 시대다.
보수꼴통이 집착하는 천재적인 개인은 70년대와 같은 후진국에 들어맞는 패러다임이다.
진중권처럼 개인 플레이 하는 자들은 21세기에 필요없는 과거형 인간이다.
팀플레이로 성과를 내려면 일단 진보 쪽에 붙어야 하는 것은 물리적인 법칙이다.
동료를 배신하고 의리없이 혼자 잘난 척한다면 21세기에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20세기에는 뛰어난 연주자가 필요했고 21세기에는 뛰어난 지휘자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에 잘 나오는 괴팍한 성격으로 원맨쇼 하는 자는 21세기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아이언맨은 영화의 주인공일 뿐 그런 자와는 아무도 함께 일하지 않는다.
박봉에 밤샘이라도 스티브 잡스와 일하는 영광을 누리겠다는 헌신적인 동료가 있어야 한다.
팀쿡에게 카리스마를 가지고 헌신적인 동료를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일본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결정이 <밀실>에서 일어난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