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찾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참 많은 걸 잃어버리기도 하고
다시 찾기도 하고 그랬네요.
팔순이 넘은 저의 노모는
기억과 능력까지 조금씩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듯이,
기억과 능력을 잃어버리는 일도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로 우리가 아무리 많은 지갑을 가졌어도
그 모든 지갑들을 모두 잃고
게다가 기억과 능력들까지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죠.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는
잃어버린 것이 대체 무엇일까요?
지갑은 다른 누군가에게로 흘러갈 것이고
우리가 남긴 기억과 말과 몸짓은
다른 사람에게로, 그리고 우리의 아이에게로
흘러갈 것입니다.
지갑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기도 할 것이고
우리가 했던 말 가운데 쓸데없는 것은
또 잊혀질 것입니다.
그렇게 버려지고 잊혀질 때에도
끝내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끝내 남길 것은 무엇일까요?
그런 것을 생각해보았나요?
혼자 있는 따뜻한 욕조에서, 혹은
어디 먼 곳을 목적없이 걸어갈 때나
잠들기 전에
이런 생각을 깊이 해본 적이 있나요.
내 삶에서 마지막까지 남길 것과
내가 사라져도 전해질 것에 대해.
의명
강 건너에서
자기별을 바라보는 저 순수한 왕자는
어머니 뱃속에서 그 누군가처럼 60년은 나오지 않고
기다렸을게야!
그런 긴장으로 세상에 튕겨져 나와야만 하는
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