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266 vote 0 2024.01.28 (18:00:16)

    태초에 변화가 있었다. 변화는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는 둘 사이에서 일어난다. 둘이 마주보고 계를 이루면 둘 사이는 안이다. 관측자는 밖에 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밖에서 알 수 없다. 우리는 변화를 직접 볼 수 없다.


    변화를 알아내려면 추론해야 한다. 추론의 단서가 필요하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존재는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 변화하려면 반드시 외부에서 작용해야 한다. 외부의 무엇을 만나서 서로 마주보고 간섭하면 닫힌계의 내부가 만들어진다.


    엎어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다. 변화의 순간에 서로 마주보고 붙잡고 멈춰야 한다. 붙잡아주는 매개가 있다. 매개는 간섭한다. 간섭하므로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 변화를 돌이킬 수 없으므로 우주는 질서가 있고 우리는 추론할 수 있다.


    안은 간섭하고 밖은 간섭하지 않는다. 빛은 간섭하고 어둠은 간섭하지 않는디. 삶은 간섭하고 죽음은 간섭하지 않는다. 진보는 간섭하고 보수는 간섭하지 않는다. 선은 서로 돕고 악은 돕지 않는다. 앞은 간섭하고 뒤는 간섭하지 않는다.


    그릇에 담긴 물은 서로 붙잡고 간섭한다. 엎어진 물은 간격이 떨어져 있어서 간섭할 수 없다. 어떤 둘이 만나 닫힌계를 이루고 서로 간섭하면 내부에 압력이 걸리며 변화의 동력이 된다. 연결과 단절을 나누는 닫힌계가 추론의 단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1047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1205
» 간섭 김동렬 2024-01-28 2266
394 정수 김동렬 2022-10-16 2267
393 거짓과의 싸움 1 김동렬 2023-08-11 2266
392 인류문명의 맹점 김동렬 2022-05-09 2265
391 원리와 프레임 김동렬 2022-12-14 2264
390 생각을 하다 김동렬 2023-11-03 2261
389 전율하다 김동렬 2023-08-31 2261
388 인간의 뇌가 커진 이유 김동렬 2023-02-15 2261
387 강형욱 사냥 십만 일베페미 5 김동렬 2024-05-26 2259
386 본질을 넘어 도구로 김동렬 2022-04-15 2256
385 바보들과 논쟁하지마라 김동렬 2024-06-11 2249
384 관성의 법칙 김동렬 2022-05-10 2249
383 게임의 초대 김동렬 2022-07-06 2248
382 중국인들이 씻지 않는 이유는? 김동렬 2023-11-08 2246
381 소로스와 열린사회 김동렬 2022-05-25 2245
380 보고 알고 깨닫고 쥐고 다루고 김동렬 2022-05-04 2244
379 돈 룩 업 윤석열 김동렬 2024-04-13 2241
378 서울의 봄 위대한 전진 2 김동렬 2023-12-12 2241
377 관통자 김동렬 2023-08-23 2237
376 총선 총평.. 구조론이 옳다 김동렬 2024-04-11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