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88 vote 0 2019.04.14 (15:03:30)



   의미 속에 내가 있다


    심부름을 갔다가 임무를 잊어버렸다. 무엇을 잃어버린 느낌인데 무엇을 잃었는지 떠올리지 못한다.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생각나는 것이 없다. 나는 내가 아닌 것이 아니다. 내 안에는 내가 없다. 내 안에서 의미를 찾지 마라. 반대로 생각하라. 의미는 내게 있는게 아니라 의미 자체에 있다.


    대승적 사건 속에, 천하 단위의 사건 속에, 커다란 의미 속에 내가 있고 그대가 있다. 개별적인 것에는 의미가 없다. 내게 속하는 나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잃어버린 것은 나의 소지품이 아니다. 반대로 커다란 의미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 큰 사건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


    역사의 현장에 내가 있어야 한다. 진리의 현장에 내가 있어야 한다. 내 주머니를 뒤져서, 내 재산목록 속에서, 내게 속하는 나의 소지품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말고 천하의 커다란 사건 속에서, 진보의 커다란 의미 속에서 나를 발견해야 한다. 내가 그곳에 가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사건 속에 또 다른 사건이 있고 의미 속에 또 다른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커다란 사건과 의미 속에서 호흡하는 작은 존재다. 사건은 나보다 먼저 있었고 의미는 나보다 먼저 있었다. 우주는 나보다 먼저 있고 진리는 나보다 먼저 있다. 나를 중심으로 사고하면 곤란하다. 삼가야 할 자기소개다.


    의미는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해가는 것이다. 바둑을 둔다면 다음번에 둘 자리는 바둑판 안에 있다. 내가 바둑판 안으로 들어와 바둑알 하나가 되어 있다. 천하라는 바둑판 안에서 나의 설 자리를 찾을 일이다. 사건은 일어나 있고 나는 사건 속의 존재다. 의미는 사건 속에서 나의 위치다.


    하지 않으면 당한다. 내 자리를 찾지 못하면 남이 그 자리를 빼앗는다. 이다음에 나는 무얼 해야 하지? 자기를 개입시켜 무언가 하려고 하므로 안철수 되고 변희재 된다. 바둑알이 제 자리를 떠나 돌아다니려고 하면 안 된다. 주목받고 보상받고 칭찬받고 무언가를 받으려고 한다. 틀렸다.


    받으려는 것은 어린이의 태도다. 반대로 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무언가 받아 챙기고 그것을 의미로 여기면 안 된다. 받는다면 주도권을 잃고 종속된 것이다. 인생에 받아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덤으로 갈 뿐이다. 상장을 받고 훈장을 받고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는 건 어린이다.


    받는 것을 의미로 여기는 것은 어린이의 태도다. 사건은 천하 속에 있고 천하의 불은 번져가는 것이며 의미는 거기에 있고 나의 있을 자리도 그곳에 있다. 내가 무언가를 챙겨 받는 것을 의미로 여기면 안 된다. 천하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의미다. 천하라는 큰 집에 벽돌 하나 될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4.15 (02:56:38)

"사건은 천하 속에 있고 천하의 불은 번져가는 것이며 의미는 거기에 있고 나의 있을 자리도 그곳에 있다."

http://gujoron.com/xe/1080492

[레벨:30]이산

2019.04.15 (23:30:06)

큰 사건 속에서 나를 찾고 내가 그곳에 가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9286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9309
4316 사랑의 정석 10회 image 1 김동렬 2015-12-11 4668
4315 천재의 방법을 모방하라 김동렬 2018-09-15 4669
4314 동료가 있어야 한다 9 김동렬 2018-10-30 4671
4313 사랑의 정석 13회 image 1 김동렬 2015-12-16 4678
4312 통제가능성의 원리 1 김동렬 2019-09-12 4678
4311 공자의 군자 의리 정명 4 김동렬 2021-07-28 4678
4310 사랑의 정석 17회 1 김동렬 2015-12-23 4679
4309 사랑의 정석 39. 깨달음의 보상 image 3 김동렬 2016-01-25 4686
4308 답은 에너지다 3 김동렬 2019-07-18 4686
4307 권력자의 심리 김동렬 2024-01-25 4686
4306 필리핀 김마담의 경우 김동렬 2022-07-17 4687
4305 사랑의 정석 4회 2 김동렬 2015-12-01 4688
» 의미 속에 내가 있다 2 김동렬 2019-04-14 4688
4303 윤석열이 출마한 진짜 이유 김동렬 2021-07-27 4692
4302 일본의 자멸 4 김동렬 2021-07-20 4695
4301 사랑의 정석 11회 image 1 김동렬 2015-12-14 4698
4300 사랑의 정석 22회 1 김동렬 2015-12-30 4701
4299 쥴리와 호빠 1 김동렬 2021-07-08 4701
4298 쥴리 페미 내로남불 1 김동렬 2021-07-31 4701
4297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2-08-12 4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