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은 생각하는 방법이다. 인간이 생각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납득해야 구조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생각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개 문제가 주어져 있고 그 해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최초에 문제를 발견하는 부분은 다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라고 하면 엉뚱한 짓을 하는 괴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상한 주술을 쓰는 괴짜는 아프리카에 많다. 그들은 성공하고 있는가? 자유방임이 창의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아프리카는 1만 년 전부터 자유방임을 해 왔다. 그래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가? 골방에서 혼자 연구해서 특허를 여럿 땄다는 사람이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수는 있지만 창의하기 위한 창의는 가짜다. 특허제도의 허점을 찌른 꼼수다. 진정한 창의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그것은 있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발견이다. 발명은 단서가 주어져 있고 문제가 제출되어 있으므로 부수적인 창의다. 누가 발견을 해서 길을 개척하면 발명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다. 발견은 보는 데서 시작된다. 피타고라스가 대장간 앞을 지나가다가 화음을 발견한 것은 우연히 소리를 귀로 들은 것이다. 생각하려면 일단 봐야 한다. 나는 인간들이 생각하기 앞서 눈으로 보는 게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창의의 약한고리다. 부바키키 테스트를 해보자. 갓난아기도 부바와 키키를 구분한다. 만약 부바와 키키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지적 장애를 조기에 발견한 것이다. 이게 안 되면 학습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어떻게 해서 학습이 가능한가? 교육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헬렌 켈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부바키키 테스트가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은 선천적인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연의 패턴에 반응하는 것이다. 아기가 웃는 얼굴을 보면 웃게 되고 화난 얼굴을 보면 울게 된다. 학습은 상당부분 뇌의 자동반응이다. 아기는 언어에 매료된다. 호르몬 때문이다. 옹알이를 하면 흥분상태가 된다. 언어에 노출만 되면 뇌의 자동반응에 의해 언어가 학습된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면? 피곤해 지는 것이다. 인상주의가 등장한 이후 고전주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 불쾌한 골짜기를 참고 견디던 인간들이 어느 순간 참기를 포기한 거다. 인상주의와 고전주의 그림의 차이는 불쾌한 골짜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이 그림의 남자와 여자는 두 다리와 두 팔을 쩍 벌리고 있다. 쩍벌남과 쩍벌녀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왜 쩍 벌리고 있을까? 저게 가능한 자세인가? 살벌한 전쟁터에서 저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나? 남자는 창 던지기 시합을 하고 있고 여자는 무용에 심취되어 있다. 전쟁통에 그래도 되나? 자크루이 다비드의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다. 그림을 이렇게 그리는 이유는 관객을 제압하려는 권력의지 때문이다. 그 권력욕이 역겹다. 당신에게 이 그림이 불편한 이유다. 불편하지 않다고? 제압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방향성이다. 이런 그림도 뜯어보면 묘한 중독성이 있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뽕짝도 뽕필에 중독되고 헤비메탈도 뽕짝과 원리가 같다. 그 중독성에 제압될 것인가, 아니면 투쟁할 것인가?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쪽으로 계속 떠밀린다. 고전주의가 한 방에 무너진 이유다. 인상주의는 관객을 제압하지 않는다. 편안해진다. 계몽주의 포스터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지식인이 계몽할수록 대중은 화를 낸다. 제압하려 들기 때문이다. 방향성 문제다. 기업이 컨설팅을 받는데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결론은 누구나 다 아는 뻔한 것이다.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 왜 비싼 돈을 받느냐고 물으니 그래야 지불한 돈이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실천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알면서 안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전략의 문제다. 전략은 맞물려 있다. 하나를 손대면 전부 해야 한다. 전부 하기 싫어서 하나도 안 하는 거다. 한국 프로야구의 문제점은 누구나 안다. 단지 실천하지 않을 뿐. 그러면서 낡은 김성근 방식은 하려고 한다. 왜? 그건 쉬우니까. 선수만 갈구면 되잖아. 구단은 팔짱 끼고 구경하며. 미국은 감독이 출전선수 타순만 짠다. 일은 프런트가 다 하는 거다. 한국 재벌야구는? 골프 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야구? 골프 치려고 야구하지 야구하려고 야구하냐? 한국은 감독 한 명에게 다 맡긴다. 감독이 전권을 휘두르면? 선수단을 제압하려고 한다. 선수단을 제압하려면? 일단 말을 안 듣는 놈부터 조져야 한다. 누가 말을 안 듣지? 전문가다. 전문가 쫓아내고 그 자리에 인맥으로 연결된 후배를 앉힌다. 그래서 망한다. 다 알고 있다. 절대 실천하지 않을 뿐. 본질은 권력논리다. 권력은 공유할 수 없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그래서 인상주의가 득세한다. 인상주의는 작가가 권력을 갖고 그리고 싶은걸 그린다. 베토벤은 1년간 계속된 빈 회의에 많은 작품을 팔았는데 악보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돈 받고 팔았기 때문에 대충 작곡한 것이다.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인간의 행동은 극에서 극으로 달라진다. 창의한다는 것은 내가 불편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부바와 키키를 구분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은 창의가 가능하다. 참지 말고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게 창의다. 변희수 하사는 왜 그랬을까? 노무현은 왜 그랬을까? 불편하니까 불편하다고 말한 것이다. 화가 나니까 화를 낸 것이다. 창의와 원리가 같다. 피카소는 처음부터 세게 가 버렸다. 반복적인 실험을 거치며 조금씩 추상화로 넘어간 것이 아니다. 왜? 불쾌한 골짜기를 피했기 때문이다. 어중간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더 나빠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극적인 반전이 예사로 일어난다. 금이야 옥이야 하다가 어느 순간 이게 똥이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곳이다. 창의는 분노에서 시작된다. 분노는 불편에서 시작된다. 현대차 디자인이 못생겨도 잘 참아주는 한국인들이 현대차를 망친다. 입시위주로 교육을 해도 잘 참는 한국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참지 마라는 이해찬의 충고를 외면한 대가는 국가멸망이다.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을수록 집단의 리스크는 증폭된다. 뭉치면 산다고 뭉치다가 몰살되는 이치다. 나는 세상의 모든 거짓말에 화를 낸다. 거짓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까다로우면 창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