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현강
read 1481 vote 1 2020.08.15 (13:48:31)

'사과가 달다'는 매우 간결한 문장이다. 보통 사과가 원인이고 단 게 결과라 한다. 사과니까 달지 오이였으면 달지 않았을 거라는 식이다. 그런데 복숭아도 달던데? 사과가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원인과 결과가 일대일 매치가 안된다.

혹은 사과는 빨갛던데? 이러면 역시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갖다붙이기 나름이다. 원인에는 원인이 없고 결과에는 결과가 없다. 관측자가 인과율에 참여한다는 게 들춰야 할 숨은 전제이다. 사과는 대상이며 달다는 건 나의 인식이다.

사과의 사정이 썩거나 잘 익거나 아니면 아예 오이나 철근이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 때 대상과 관측자의 관계가 변화한다. 음식과 섭취자인지 자재와 건축가인지 인간관계인지로 변화한다.

최종적으로 관측자의 인식이 변화한다. 사과가 썩으니 사과 맛이 나빠지게 인식되는 식이다. 사람에게 있어 사과와의 관계는 음식이 아니라 비료로 전락한다. 반대로 관측자의 사정이 입맛이 떨어진다거나 배가 부르다거나 변화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관측자의 사정에 맞추어 사과의 지위가 변화한다. 둘 중 하나의 변화에 나머지 하나의 변화가 연동될 때 둘 간의 관계라는 존재는 변화한다. 식량이 비료가 되기도 하고 똥이 금이 되기도 한다.

둘의 관계를 나타내는 명사가 바뀌는 것이다. 동사는 인식의 변화만을 나타낸다. 대상과 진술자 둘 사이의 관계를 한 번에 나타내는 단어는 명사이다. 바람이라는 말에는 이미 기압차와 그걸 감지하는 관측자의 사정 간 합의가 들어가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93997
2082 생명로드49 - 동해안 순례 사진과 성명서 image 수원나그네 2019-12-03 1424
2081 에너지 루트를 점검하자 systema 2019-07-27 1429
2080 생명로드57-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고문변호사 초빙 타겟기부 image 4 수원나그네 2020-04-28 1432
2079 동적논리 systema 2020-05-15 1432
2078 방향이냐 속도냐 systema 2020-05-01 1434
2077 중첩이 대칭을 낳는다 현강 2019-08-02 1434
2076 라인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현강 2020-07-26 1442
2075 학문에 대한 해석 2 오민규 2020-06-27 1450
2074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수원나그네 2018-04-30 1451
2073 타자성에 관하여 현강 2020-07-23 1451
2072 별개의 사건 현강 2020-08-06 1457
2071 확률과 구조론 다음 2020-08-10 1458
2070 정보냐 밀도차냐 현강 2020-08-10 1461
2069 생명로드46- "현장에 해답 있다"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 개설 image 1 수원나그네 2019-10-03 1464
2068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두 개의 주제 수원나그네 2018-03-28 1467
2067 동음이의어에 대한 생각 1 오민규 2020-05-27 1467
2066 국가가 경제하는 뉴노멀 시대 이금재. 2020-07-04 1467
2065 생명탈핵실크로드 24 [미디어오늘] 영광원전을 감시하는 시민들 수원나그네 2018-03-25 1468
2064 생명로드 52 - 2020 여름 유럽순례일정을 소개합니다~ image 수원나그네 2020-01-23 1471
2063 교육의 성공과 에너지 이상우 2019-07-22 1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