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43 vote 0 2019.08.27 (22:28:36)

      

    수렴과 확산


    자연의 어떤 상태는 에너지의 확산상태다. 그러나 확산은 구조론이 아니다. 즉 자연의 어떤 상태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다.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어떤 계기로 균일한 계가 만들어져서 에너지가 수렴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리고 사건이 종결하면 에너지는 다시 확산된다. 균일한 계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것이 있는데 그것을 어떤 집합이라고 하자. 거기에 외력이 작용하였다. 아무 반응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어떤 것이 있다고 전제를 깔았으므로 반응해야 한다. 반응이 없다면 논외다. 반응이 있다면 어디서 어디까지 반응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반응이 일어난 범위가 닫힌 계가 된다.


    10명이 있는데 한 명만 반응했다면? 한 명은 균일하다. 왜냐하면 한 명이니까. 두 명이 반응했다면? 그 두 명이 균일하다.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와 사람 둘이 있었는데 이리오너라 하고 부르니까 사람 둘이 왔다. 사람 둘이 반응한 것이다. 그들은 균일하다.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하게 반응해야 닫힌계가 되는 것이다. 


    커플이 있는데 강도가 그 중의 한 사람을 찔렀다. 나머지 한 사람이 본체만체 하고 있다면 그들은 커플이 아니다.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플 중에 한 사람을 찌르면 당연히 나머지 한 사람도 반응해야 한다. 세 사람이 반응했다면 가족이다. 다섯 명이 반응했다면 그들은 농구단이요 열한명이 반응했다면 축구팀이다.


    사건은 균일한 계에서 촉발되며 사건이 촉발된 다음은 무조건 에너지가 수렴할 뿐이며 확산은 없다. 열한 명의 에너지는 모두 축구공 하나로 수렴되어 골로 결실을 이룬다. 그렇다면 확산은 무엇인가? 그것은 축구팀이 소집되지 않은 것이다. 스토브리그다. 시즌이 끝난 상황이다. 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


    자연의 어떤 상태는 에너지의 확산상태 곧 소집되지 않은 상태이며 외력의 자극에 의해 소집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소에 확산되어 있다가 비상벨이 울리면 병사들이 소집되어 연병장에 집합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그리고 무조건 수렴된다. 사건이 종결되면 에너지는 다시 확산된다. 확산상태는 통제되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풀은 열매를 맺고 죽는다. 씨앗은 흩어진다. 확산되는 것이다. 봉숭아가 열매를 터뜨리면 씨앗은 날아간다. 그때 씨방은 이미 죽어 있다. 죽은 다음 시체는 흩어진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다음 일부는 땅속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죽은 다음에야 확산되는 것이다. 사건은 종결되었다.


    씨앗은 살아있지만 모체는 죽었으며 그 단계에서 사건은 종결되었다. 확산된 씨앗이 다시 다른 곳에서 사건을 일으키지만 그것은 다른 사건이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에너지는 무조건 수렴되며 확산은 없다. 사건의 진행 중에도 부분적으로 확산이 있지만 그 부분은 통제되지 않으므로 논외가 된다. 그것은 부스러기다.


    시합 중에 반칙을 저질러 퇴장된다면 확산이다. 잘못 쏘면 화살이 뒤로 날아가기도 한다. 오발이다. 그러한 통제되지 않은 부스러기는 논외다. 계가 불균일하면 깨진다. 그 경우 에너지가 확산된다. 그것은 사건의 실패이며 논외가 된다. 축과 대칭이 세팅되지 않고 구조가 망가져서 에너지가 확산되는 경우는 흔히 있다.


    그런 사건의 실패들은 논하지 않는다. 틀린 계산은 수학이 아니고 발표되지 않은 미완성작은 작품이 아니다. 망한 사건은 사건이 아니다. 존재는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며 망한 사건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깨진 도자기는 소비자와 관계맺지 못한다. 산에서 벌채된 나무가 내게로 와서 의자가 되어야 비로소 존재가 된다.


    목수가 만들다 만 망가진 의자는 존재가 없다. 의자가 아니다. 깨진 그릇은 그릇이 아니다. 존재가 아니다. 쓰레기다. 부스러기다. 관계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나지 못하고 관계맺지 못하면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면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면 구조를 견디지 못하면 그것은 존재가 아닌 것이다. 확산은 존재가 아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zuna

2019.08.28 (01:43:38)

첫단락에서

그리고 사건이 종결하면 에너지는 다시 /수렴/된다. 가 아니라, /확산/된다. 가 아닌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8.28 (08:32:08)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8.28 (03:48:25)

"만나지 못하고 관계맺지 못하면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면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면 구조를 견디지 못하면 그것은 존재가 아닌 것이다."

http://gujoron.com/xe/1118304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9.08.28 (11:22:17)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5015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40624
4598 깨달음의 본질 3 김동렬 2019-02-01 4344
4597 바이든 당선은 한국에 대형 호재 2 김동렬 2020-11-08 4344
4596 진중권 잔대가리 윤석열 멸망 1 김동렬 2021-07-14 4344
4595 주체의 언어라야 한다 1 김동렬 2019-12-27 4345
4594 만유척력 김동렬 2023-06-08 4347
4593 순정 애정 열정 우정 욕정 1 김동렬 2018-12-20 4351
4592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 3 김동렬 2021-02-21 4351
4591 이재명 좀 잘해라 김동렬 2022-08-29 4351
4590 김씨는 흉노가 맞다 3 김동렬 2022-01-24 4353
4589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 3 김동렬 2018-10-15 4354
4588 골대를 옮긴 한국 김동렬 2021-06-02 4355
4587 상대성이론의 즐거움 1 김동렬 2021-06-07 4355
4586 허무는 없다 1 김동렬 2019-05-03 4357
4585 겸손이 오만이다 1 김동렬 2023-10-14 4357
4584 이재명과 유승민 김동렬 2021-07-17 4359
4583 인간은 왜 멍청한가? 김동렬 2023-06-25 4359
4582 이어령 김동길 이문열 김훈 2 김동렬 2019-01-07 4360
4581 이순신 장도 진품 맞다 3 김동렬 2023-06-27 4361
4580 표창원의 적전도주 1 김동렬 2020-05-25 4362
4579 마음은 바다를 건넌다 2 김동렬 2019-02-14 4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