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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권 김칫국’ 마시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마치 집권당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국민이 떡을 주기도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예산삭감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부문에서는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증액을 요구해 전체 예산규모를 정부안보다 키워 놓았다. 상임위 차원의 심의에서 예산이 다소 늘어났다가 예산결산위에서 본격 조정되는 것이 그간의 관례이긴 하지만, 올해엔 한나라당의 예비집권당 같은 태도 때문에 증액폭이 예년보다 훨씬 커졌다.

특히 한나라당이 그동안 집중적인 삭감대상으로 삼아온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대목에서는 쓴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자신들의 집권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치더라도 어이없는 행태다.

한나라당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해 온 마당에 왜 청와대 예산을 늘려야 하며, 또 ‘정권홍보처’라고 규탄해 온 곳에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세금을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춘 홍보수요’ 운운의 논리를 폈다고 하니 그 속셈마저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자신하든 말든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아무리 국회의석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집권 가능성을 스스로 믿으며, 사람과 정보와 돈이 모인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엄연한 야당이다. 벌써부터 야당으로서의 원칙과 자세를 잃어버리고 집권의 꿈에 취해 있다면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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