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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57 vote 0 2023.07.11 (15:31:21)


    태초에 무엇이 있었던가? 우리가 근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태초에 방법이 있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 먹는 방법을 모르면 곤란하다. 그것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것이 한계다. 어쩔 수 없다. 통곡의 벽이다. 좌절하게 된다.


    아기가 젖을 먹을 줄 모른다면? 심각해지는 거다.


    태초에 무엇이 있었던가? 단위가 있었다. 단위는 먹는 방법이다. 그것은 먹이가 아니다. 누구나 젖을 먹을 줄 안다. 그것을 배워서 태어난다. 사람들은 단위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당연히 그것을 먹을 줄 안다고 생각하고 먹는 방법을 탐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먹을 줄 모른다. 인간은 생각할 줄 모른다.


    생각하려면 단서가 필요하다. 단위가 필요하다. 단위는 원자다.


    파인만은 말했다. 인류가 절멸의 위기에 처하여 단 하나의 지식만을 후손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그 하나는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원자다. 틀렸다. 물을 먹을 줄 모르는데 물가로 끌고 가서 어쩌자는 말인가?


    자립을 하려면 종잣돈이 필요하다. 돈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심각해진다. 돈을 주기 전에 돈을 쓰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돈은 구체적인 물건이다. 방법은 추상적인 생각이다. 추상이 먼저다.


    생각이 먼저다. 생각은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은 부드러운 것이다. 돈은 물질이고 물질은 딱딱하다. 유가 강에 앞선다. 마음이 물질에 앞선다. 마음을 먼저 주고 물질을 나중 줘야 한다.


    유시민은 말했다. 인류를 망쳐놓은 사람 중에 하나가 플라톤이라고. 그의 철인정치 사상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조선왕조는 정도전은 왕을 잘 가르쳐서 철인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서구 합리주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틀렸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성 중심의 사고를 일으켰고 그것이 계몽주의로 이어졌으며 근대과학의 토대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저것 건드리지 않은게 없는데 그 많은 주장 중에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서구 과학의 역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극복해 온 역사다. 그리고 이제 원자론을 때려 부술 때가 왔다.


    근본을 사유해야 한다. 근본은 물이 아니라 그 물을 먹는 방법이다. 어떤 생각이 아니라 그것을 생각하는 방법이다. 어떤 단서가 아니라 그 단서를 찾아가는 경로다.


    원자는 어떤 위치다. 근본은 그 위치를 만드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했다. 시공간이 이미 깨졌는데 원자의 어떤 위치가 있겠는가? 아인슈타인이 원자론을 해체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양자역학 시대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근본은 나란함이다. 나란함을 원자라고 명명한 것이다. 우주의 근본은 유체다. 유체는 위치가 없다. 유체는 움직인다. 움직이면 충돌한다. 충돌하면 흩어지거나 나란해진다. 흩어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란해지면 내부에 밸런스가 만들어진다. 밸런스는 복원력이 있다.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우리가 원자로 여기는 것은 유체가 충돌하여 계를 이루고 나란해진 것이다. 태초에 움직임이 있었다. 다수는 흩어졌고 그중에 일부가 나란해졌다. 나란함이 우리가 보는 물질적 존재다. 나란함은 내부에 움직임을 감추고 있다. 그것이 에너지다.


    물이 원자라면 물을 먹는 방법은? 밸런스의 복원력이다. 그것이 우주의 궁극적 진실이다. 나란함을 깨뜨렸을 때 복원되는 절차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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