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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4051 vote 0 2010.05.04 (03:46:57)

 

1. 놀이터 대공분실


 

지금은 곳곳에 솟아올라 해질녘이면 아파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해도 아파트는 흔치 않았다. 서울, 그것도 제법 도심에서 자란 편이지만, 나는 국민학교 6학년 때까지도 내가 도시에 살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내가 내 힘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가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크기 였을 뿐이었다.


그 시절엔 다들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겠지만, 동네 골목 곳곳을 누비며 아이들과 놀다가, 시끄럽다고 어른들한테 야단맞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이던가?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반경 안에 아파트가 하나 있었다. 우리들은 동네에서 쫓겨날 때면 종종 그 아파트 놀이터로 향하곤 했다. 말 그대로 놀이터였다. 그네와 미끄럼틀, 시소가 있고, 모래가 있어서 흙장난을 할 수 있는 그 놀이터 말이다.


그런데 처음 놀이터엘 가서 정신없이 놀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기겁을 하고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곤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잡혀갔다. 아파트 수위아저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곤색 제복에 구두를 신고, 자전거를 타고 해변의 상어처럼 유유히 나타났고, 아파트 주민이 아닌 아이들을 잡아다가 때리고, 벌세우고, "집이 어디냐?", "부모님은 뭐하는 사람이냐?" 등을 묻고, 다그쳤다.


나는 원체 달리기도 못하는 편이어서, 수위 아저씨가 나타나면 잘 잡히기도 했고, 그래서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엘 가서 놀자고 하면 무서운 수위아저씨가 생각이 나서 가기가 꺼려지곤 했다. 나는 어린나이에 놀이터에서 논다는 것이 마치 범죄를 저지르거나 나쁜짓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놀이터를 가기 전부터 가슴이 뛰었다. 그것은 수위아저씨가 내게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마치 굉장히 잘못 된 일처럼 그가 말했다.



 

 

2. 수위의 권력



 

몇 년이 지나, 국민학교에서 친구를 하나 사귀었는데, 마침 녀석이 그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날 나는 친구에게 초대를 받아서 그의 집에 놀러가게 되었다. 이 친구와 함께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는데, 악명높은 수위아저씨와 마주쳤다. 그러자 친구는 "우리 아파트 수위아저씨야! 참 좋은 분이야." 라며 웃으며 말했고, 수위아저씨는 꽤나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것이 너무도 큰 충격이 되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수위아저씨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테고, 내가 아는 그 수위아저씨가 이사람과 같은 사람인지도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도 하지. 수위 아저씨가 뭐 그리 대단한  권력이 있다고, 폭력을 휘두르고, 인권침해를 하던가? 뭐라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어린나이에 나는 사회의 거대한 장벽을 보았다. 보이지 않는 하나의 이너써클이 존재하다는 것을...


아이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순찰을 도는 것은 수위아저씨의 중요한 일과 중에 하나였다. 아파트가 드문 시절이고, 아이들이 놀 곳이 없을 때라, 아파트 놀이터엔 여러 아이들이 몰리고, 그렇게 아이들이 넘쳐나서 정작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놀이터를 이용할 수 없으면 또한 문제가 생기게 되기 때문에 수위아저씨는 외부인을 통제했지만, 그 폭력이 용인이 되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사회 곳곳에서 그런 권력같지도 않는 권력에 의한 폭력이 존재했었고, 내가 경험한 것은 그 작은 일부라는 것이다. 국민 전체가 권력과 마주하고 있었다.



 

 

3. 21세기 5공화국



어린시절 수위아저씨에 관한 그 기억이 완전히 같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어쩐지 지금의 검찰조직을 보면 그때의 수위아저씨가 떠오른다. 세월이 지나 우리는 놀이터가 아닌 광장을 빼앗겼다. 검찰이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이너써클이 존재하고, 검찰은 그곳으로부터 스폰서를 받았다.


검사는 돈이 쥐어지는대로, 몸이 즐거워지는대로, 권력이 움직이는대로, 그 회초리를 휘둘러댔다. 그 섹슈얼한 떡값 회초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이 달아났고, 시민의 목 앞에 칼을 들이밀고 입도 뻥긋 못하게 하였고, 우리는 광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검사와 스폰서01.jpg 

 


어린시절 수위아저씨의 폭력이, 그 폭력을 행하는 가치판단이 고작 놀이터를 지키는 차원이었던 것처럼, 국민에 향하는 검찰의 매서운 권력이 고작 스폰서의 돈과 섹스였다니, 아주 허무하기 까지 하다. 이럴바에는 국민이 성금을 모아서 검찰을 스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니지, 이미 국민이 세금으로 스폰을 하고 있는데, 저시키들이 배반한 거로구만...


아이가 놀 곳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시민이 광장에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현재 권력을 가진 자들은 시민에게 광장에 안오면 될 일을 왜 피곤하게 광장에 찾아와서, 왜 피곤하게 뭘 외쳐서, 쳐 맞고 울고 있냐고 되묻고 있다. 천안함 사고에 대해서 뭘 그리 알려고 하냐고 되묻고 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 시대, 사회 곳곳에서 그런 권력같지도 않는 권력에 의한 폭력이 아직도 존재하고, 우리가 숨쉬는 1분, 1초가 고통이며, 더 고통스러운 것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그가 하려는 모든 계획이 또한 우리에게 미래의 고통을 줄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전체가 5공화국의 폭력과 마주하고 있다.



 

이명박.jpg 



그 시절 그 아파트 수위 잘 살다가 잘 갔을까? 과연 쥐박이는 잘 살다가 잘 갈 수 있을까?


BBK수사가 어물쩡 넘어간 것은 혹시 이명박 스폰서?

 



 



세상의 창, 생각의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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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의명

2010.05.04 (18:39:03)

백안시해도 볼 수록 밉상이네!
 "신발"  짝을 던지고 싶다.
분하고 분하다.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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