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바람이 분다. 아니다. 부는 것이 바람이다. 이 말은 나쁜 사람이 나쁜 짓을 하는가 아니면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 하는 물음과 같다. 나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착한 사람으로 안다는 거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 엄마가 내게 그랬다. 우리 철수 착하기도 하지. 친구도 그랬다. 안철수는 참 착한 친구야.


    내가 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언해 줄 증인은 주변에 100명도 넘는다. 그러므로 내가 착한 사람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바른당이 바르다는 점도 틀림없는 사실이며, 착한 안철수와 바른 유승민의 통합은 분명 좋은 일이다. 날더러 배신자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믿음이 부족하니 사탄의 무리로다.


    실제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착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그 상황을 이기지 못하면 지는 것이고 지면 나빠진다. 정의당은 진다. 그러므로 나쁜 것이다. 착각하지 말라. 선의로 인한 행동의 결과가 반드시 선하라는 보장은 없다. 이겨야 선한다. 이번에 못 이기면 다음에 이기는 구조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선이 패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쪽에서 잃은 것을 저쪽에서 복구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패배로 얻은 것이 없다면 그런 정당은 존재이유가 없는 거다. 노무현은 졌지만 문재인으로 복구하는 구조를 만들었으니 져도 지지 않은 것이다. 선은 싸워서 이기거나 또는 이기도록 해야 한다.


    선이 착한 게 아니라 착한 게 선이다. 정의가 정의로운 게 아니라 정의로운 게 정의다. 진리가 진리다운 게 아니라 진리다운 게 진리다. 자연을 관찰하여 진리를 찾으려 할 이유는 없다. 진리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당위를 따라가면 그곳에 진리가 있다. 그러므로 이것이 이런지 저것이 저런지 조사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이러하면 저것은 저러해야 한다는 당위를 따라가면 그곳에 정답이 있다. 그러므로 구조론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그래서 싱겁다. 단, 자기를 배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사사로운 희망사항을 배제하기다. 세상을 어리석은 인간의 눈높이에다 맞춘다면 그 얼마나 황당한 일이겠는가?


   선은 착하고 정의는 정의롭다는 믿음은 닫아 가두는 행동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도록 작게 만든다. 선은 선하지 않고, 정의는 정의롭지 않고, 좋은 것은 좋지 않다. 선은 그대에게 선하지 않고, 정의는 그대에게 정의롭지 않고, 좋은 것은 그대에게 좋지 않으니 선은 선 자신에게 선하고 정의는 정의 자신에게 정의롭다.


    천하는 한 방향으로 달려가므로 끝에는 소실점이 있다. 인간을 개입시켜 관념론으로 가면 두 방향이 되어 틀어진다. 이념은 인류 전체를 동원하여 하나의 방향으로 줄 세우는 것이지 그대의 작은 소망을 들어주려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취직하고 싶지만 회사가 피해자 되고 그대는 사귀고 싶지만 여친이 피해자가 된다.


    모든 남자가 여친을 얻으면 모든 여자가 피해자다. 모든 백수가 직장을 얻으면 모든 회사가 피해자다. 그대는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대부시리즈가 히트한 것은 그들이 범죄에 쉽게 성공하기 때문이다. 범죄는 선이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쉽게 일을 해치우는 것은 선이다. 범죄도시나 범죄의 재구성이나 꾼도 같다.


    그들은 영리하게 범죄에 성공한다. 사람들은 거기서 일의 성공방법을 배운다. 맞아. 의리가 있어야지. 그래야 사업도 성공하지. 이런 식이다. 반면 짝패가 최악인 이유는 그들이 쉽게 성공하지 못하고 열심히 노가다를 뛰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다. 단순반복 노가다 액션이다.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세상 모든 존재는 자기 게임에 승리하는 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토끼든 사슴이든 거북이든 사자든 자기 게임에서 승리자가 된다. 게임에 이기든가 이기는 게임을 설계하여 게임을 갈아타든 지다. 선은 선하기 게임에서 승리하므로 선이 되고 정의는 정의하기 게임에서 승리하므로 정의된다.

 

    선이 선하기 게임에 실패하면 그것은 선이 아니며 정의가 정의하기 게임에 실패한다면 정의가 아니다. 정의당의 정의하기는 성공하고 있는가? 민주당의 민주하기는 성공하고 있는가? 이겨야 이긴다.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다. 


00.jpg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140 최근 글 정리 김동렬 2018-06-22 9033
4139 증명의 문제 2 김동렬 2018-06-22 8120
4138 종교의 실패 김동렬 2018-06-21 8839
4137 신은 권력이다 김동렬 2018-06-20 8678
4136 용감한 이야기를 하자 김동렬 2018-06-20 8478
4135 신에게서 인간으로 7 김동렬 2018-06-19 8774
4134 약자를 위한 철학은 없다 2 김동렬 2018-06-17 9291
4133 신의 증명 2 김동렬 2018-06-17 8494
4132 신과 기적과 기도 5 김동렬 2018-06-16 9096
4131 모든 이야기의 시작 6 김동렬 2018-06-14 9817
4130 특이점은 있다 1 김동렬 2018-06-13 9140
4129 약자를 위한 철학은 없다 1 김동렬 2018-06-12 10006
4128 약자의 딜레마 5 김동렬 2018-06-11 9524
4127 근원의 논리는 하나다 2 김동렬 2018-06-11 8997
4126 중첩은 없다 2 김동렬 2018-06-08 9281
4125 왜 독일은 강한가? 1 김동렬 2018-06-08 10053
4124 균일의 불균일 1 김동렬 2018-06-08 8912
4123 가능태와 현실태 김동렬 2018-06-06 10338
4122 에너지와 구조 김동렬 2018-06-06 8944
4121 보통사람의 보통 생각은 보통 틀린다. 2 김동렬 2018-06-03 10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