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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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04 vote 0 2008.12.30 (12:23:13)

 
 

구조론사전 체계


문제는 의사소통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바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좋은 언어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진실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언어를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는 낱낱의 어휘 자체에 고유하지 않다. 언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체계다. 어휘의 의미는 언어체계 안에서 상대적인 위상관계에 따라 규정된다. 언어체계를 파악해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국어사전은 수만 어휘를 수록하고 있지만 달마사전은 언어의 체계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국어사전의 방대함을 대신한다. 언어체계는 체계-평형-구조-전개-원소의 5단계 분류법을 따른다.


체계는 바깥으로 난 문을 가진다. 외계에 대해 열려있다. 평형은 밸런스다. 입체를 이루고 몸통을 이룬다. 구조는 방향전환으로 얽힘과 엮임이 이에 비롯한다. 전개는 시간적 반복이며 원소는 말초가 되는 끝단이다.


국어사전은 어휘를 설명하는 기준이 없다. 설명 자체가 없다시피 하다. 예컨대 ‘있다’는 ‘존재하다’로 설명하는데 이는 한자어를 빌린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달마사전체계에서 ‘있다’는 ‘이다-있다-같다-하다-맞다’로 연역되는 체계 중의 한 부분으로 설명된다. 즉 존재는 체계-평형-구조-전개-원소의 다섯 가지 양상으로 있는 것이다.


체계적 존재와 평형적 존재, 구조적 존재와 전개의 존재 그리고 원소의 존재가 있다. 다양한 존재들이 있다. 원소로 있는 것, 전개하여 있는 것, 구조화하여 있는 것, 평형으로 있는 것, 체계로 있는 것이 있다.


다양한 있음들이 있다. 그러나 보통 말하는 있다는 이들 중에서 두 번째 평형적 존재를 의미한다. 이는 몸통으로 있고 밸런스로 있고 몸통에 부속하여 딸린 팔다리를 거느리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새가 울고 있다’거나 ‘꽃이 피고 있다’에서 ‘있다’는 보통으로 말하는 존재(存在)와 의미가 다르다. 그것은 있되 전개하여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다-있다-같다-하다-맞다’에서 네 번 째 ‘하다’가 된다.


‘새가 울고 있다’의 ‘있다’는 ‘하다’를 의미하므로 ‘새가 운다’로 바꿔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꽃이 피고 있다’는 ‘꽃이 핀다’로 바꾸어 쓸 수 있다. 보통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다-있다-같다-하다-맞다’들 중의 하나로 바꿀 수 있다.


국어사전은 이러한 언어의 속성을 설명하지 않는다. 단어는 존재를 지시하는데 존재는 곧 체계이므로 체계를 설명해야 한다. 체계 속에는 평형과 구조와 전개가 있으므로 이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양이는 ’고양이과의 동물’로 설명된다. 배추는 ‘십자화과의 이년초’로 설명된다. 진화의 경로를 따라 설명하고 있다. 만약 린네의 생물분류법이 없었다면 고양이가 고양이과임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린네 덕분에 배추를 십자화과의 이년초로 설명할 수 있고 당나귀를 말과의 짐승으로 설명할 수 있다. 린네의 분류가 없다면 국어사전은 고양이나 배추나 당나귀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언어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이 임의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체계가 존재하고 있다. 인간은 존재와 대면하고 존재를 인식한다. 인간의 의미부여는 그 존재에 맞선 대면의 결과이다.


자연의 존재와 인간의 인식이 대면한다. 존재의 체계와 평형과 구조와 전개와 원소로 펼쳐지는 만큼 인간의 인식도 이에 맞서 소통과 개념과 가치와 의미와 기호로 펼쳐지는 것이다.


인간의 의미부여는 존재의 체계에 대한 대응이며 인간이 존재의 체계를 무시할 경우 그 의미는 단절되고 만다. 의미가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의미가 통하지 않으면? 그 언어로는 소통할 수 없다.


존재가 체계를 이루므로 인간의 인식 역시 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통하고 가치가 살고 개념이 정립하고 비로소 소통된다. 존재의 체계-평형-구조-전개-원소와 인식의 소통-개념-가치-의미-기호는 하나의 세트다.


언어는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소통이 언어의 본질이다. 그 소통 안에 개념이 있고, 개념 안에 가치가 있고, 가치 안에 의미가 있고, 그 의미의 끝에 기호가 있다. 이 역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의미부여가 체계를 벗어날 경우 언어는 소통되지 않는다.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는 졸작의 그림에 걸작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졸작의 영화에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는데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들 부여되지 않는다.


하나의 예술작품의 가치의 크기는 소통의 크기에 달려 있다. 위대한 작품은 위대한 소통을 낳는다. 태작은 얇게 소통하고 걸작은 깊게 소통한다. 소설이라도 그러하고 음악이라도 그러하고 조형이라도 그러하다.


언어는 기호다. 그 기호에 의미를 싣고, 가치를 싣고, 개념을 실어야 비로소 소통이 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어휘 안에는 소통과 개념과 가치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충분히 내포되어 있는 것이 깊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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