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지적 장애학생을 잘 돕는 학생을 표창하니까 추천해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표창을 쓰려던 중에...

 반아이들이 과반수가 넘게 표창대상으로 지지하는 아이가 있어서 그 아이 표창 공적조서를

아이들과 함께 썼다. 표창받는 본인은 좀 낯뜨거울 수 있겠으나, 애들이 도와줘서 구체적인 내용으로

금새 간략하게 공적조서를 썼다.

 

한 두가지 더 써줄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순간 번뜩 깨닫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지적 장애 아이가

등교하고, 하교할 때 함께하고, 체육시간에 연습을 도와주고, 공부시간에 돌아다니지 않게 해주고,

식판을 반납할 때 스스로 못하는 부분(잔반을 국통에 넣을 때) 도와주고... 하여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고,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것은 안내해주고, 못하는 것은 직접 도와주기도 하고,

모르는 것은 알려주기도 하는데....

 

 

그런데 한가지 안한 것이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존중과 배려와 동행을 했건만 안한 것이 있다니,

그게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놀기다.

 

어느 누구도 쉬는 시간에 그 학생과 놀지 않았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놀아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놀면서 자기를 인식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흡수하고,

상호작용 속에 인간관계의 깊이와 폭을 넓혀간다. 물론 자기 이름도 못쓰는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아이는 알아듣는 많은 단어가 있고,

음악 시간에 명랑한 노래를 부를 때 그 누구보다도 밝은 표정과 몸짓으로 음악을 즐긴다.

이건 나도 못하는 거다. 다들 표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주변을 의식하고 머뭇 거리다

기회를 놓친다. 장애 학생에게 내가 배운다. 그땐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도와주기보다 놀아줘야 하고, 놀아주기 보다 그냥 놀면 된다. 노는게

그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학교 생활을 즐겁게 만든다. 아이가 자란다. 이제 두 달,

나도 가끔씩은 그 학생과 놀아야겠다. 놀고 싶지 않은 사람 없으니까.

 

불현듯 공부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고,

물레방아 테이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한게 미안해진다.

쉬는 시간에 충분히 놀지 못했으니 내 학생이야 공부시간이 오죽 답답했으랴...

 

오늘은 아무래도 좀 침착하게 하루를 보내야 겠다.
걔랑 노는거 빼곤.


[레벨:15]떡갈나무

2015.10.29 (09:25:21)

이상우 님!

맞습니다.
특수교육선정 학생들.
함께 놀아 줄 친구를 얼마나 원하는지 몰라요.

성교육으로 많은 장애학생들을 만나는데요
"선생님, 저는 왜 친구가 없어요?"
"저도 이다음 이성친구를 사귈 수 있어요?" 등등
사람과 사람으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애타는 마음이 보입니다
특히 경계선 지적장애 학생들이요 ^^

이상우 님, 당신을 응원합니다!! ^^v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3532 저들의 뻔뻔함에 오늘도 우울합니다. 1 강철나비 2012-04-12 2100
3531 "서울에서 20대 투표율은 64.1%로 집계" 이것이 진실에 힘!!!!! 3 ░담 2012-04-13 2497
3530 구조론.. 완전한가? 13 창공 2012-04-13 3004
3529 <차의 세계사> 번역본 출간했습니다. image 15 곱슬이 2012-04-13 2298
3528 박지원의 성급한 삽질 17 토마스 2012-04-13 3191
3527 이번 선거에서 불쌍한건 딱 한명뿐. 4 삐따기 2012-04-13 2728
3526 만원 안가져 오면 중학생들한테 맞을 줄 알라고 협박한 여학생을 불러... 10 이상우 2012-04-14 3115
3525 선거 단상 3 신현균 2012-04-15 2725
3524 선거 후 단상 -> 야권아 너희 지금 뭐하고 있니? 6 토마스 2012-04-16 2499
3523 처음으로 김동렬님에게 묻습니다. 4 까뮈 2012-04-16 7840
3522 질문, 떡잎과 원잎에 대하여 21 창공 2012-04-17 3557
3521 "이기는 법" 받았습니다~! 6 다원이 2012-04-17 2359
3520 고성국 coming out! 1 난너부리 2012-04-18 2626
3519 꿈에 구조론 사람들 나왔는데 9 귀족 2012-04-18 2686
3518 우와! image 3 소금 2012-04-19 2221
3517 번개있음 image 7 김동렬 2012-04-19 3011
3516 우리 사회의 공인 평가 잣대. 완전 거꾸로. 1 노매드 2012-04-20 2735
3515 천 년 종이 ‘한지’를 아시나요? image 8 달콤쵸코 2012-04-20 3583
3514 하지원, 영화와 드라마에 ‘통일’을 새겨넣다 image 1 정나 2012-04-21 2880
3513 썩으면 안된다 vs 모두가 썩었다 2 다원이 2012-04-22 2588